검증대에 오른 배우자들

안철수와 함께…달리고 또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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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못 챙기는 일정 홀로 가는 김미경 교수 매주 일요일엔 코로나19 의료봉사도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59)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60)의 ‘러닝메이트’다. 동반 출마자 제도로서의 ‘러닝메이트’가 아니라, 말 그대로 함께 ‘달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언뜻 조용해 보이지만 김미경 교수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남편(안철수 후보)을 돕고 있다. 신‘3김(三金)’으로 거명되는 김혜경씨(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아내)가 공적인 행보를 자제하고 있는 것과 달리, 김 교수는 안 후보의 유세 및 지역 순행에 동행하거나 독자적으로 일정에 나선다. 사전적 의미처럼 달리기 애호가인 안 후보와 마라톤을 함께 뛰기도 했다.

김미경 교수가 2017년 3월 19일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열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대통령 출마선언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김미경 교수가 2017년 3월 19일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열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대통령 출마선언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그는 안철수 후보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동반자’다. 어느덧 세 번째 대선, 그에게 이번 레이스는 어떤 의미일까.

함께, 또 따로 김미경 교수는 안철수 후보가 대선에 처음 출마한 2012년부터 후보의 곁을 지켰다. 이번 대선에서도 안철수 후보와 함께 혹은 따로 측면지원을 하고 있다. 주로 안 후보와 흰색 패딩 ‘커플룩’을 맞춰 입고 시민을 만나는 현장에 동행하지만, 안 후보가 직접 챙기지 못하는 일정은 홀로 가기도 한다.

김 교수는 지난 1월 9일 충북 옥천에서 “언젠가 충북에 가게 되면 꼭 생가에 들러 여사님의 인품과 사랑의 정신을 기리고 싶었는데 마침 충북 일정이 생겨 오늘 방문하게 됐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인 고 육영수 여사의 생가를 찾았다. 그는 “육영수 여사님은 사랑과 봉사의 상징으로 지금도 많은 국민으로부터 추앙받고 계신 분”이라며 “늘 낮은 곳을 바라보고 보살펴 실천했던 분이었고, 대통령에게는 국민의 쓴소리를 가감없이 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날인 10일 남편(안 후보) 대신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함께 광주에 내려가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고 배은심 여사의 빈소를 조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어머니로서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인생을 사셨는지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이제 좋은 곳에서 아드님이랑 만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2월 1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입원했으나, 18일 퇴원 이후 다시 거리로 나섰다. 김 교수는 2월 20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유세에서 마이크를 잡고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안철수는 죽고 대통령만 남을 것이다. 대통령이 된다면 그 개인이나 가족이나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은 사라져야 한다”며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만을 위해서 본인의 몸을 거름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안 후보가 승리하려면 “기적이 필요하다”며 “기적을 믿는다”고도 했다. 이전에도 김 교수는 안 후보의 우직함을 강조하곤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2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체 채취 의료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2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체 채취 의료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공인 아닌 공인, 어떤 검증 거쳤나 “각자 다른 일을 하다가 공인은 아닐지라도 법적으로 공인에 맞춘 삶을 살아야 하지 않나. 또 배우자가 밖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걸 바라봐야 한다는 면에서 동병상련이라 생각한다.” 김미경 교수가 JTBC와의 인터뷰(2월 12일)에서 ‘김혜경씨와 김건희씨를 선거운동 기간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란 질문에 답한 말이다. 현재 3김으로 묶이는 김혜경씨, 김건희씨, 김미경씨뿐만 아니라 과거 대선에서도 대통령의 배우자가 검증의 도마 위에 오른 일은 흔했다. 공직 출마 당사자가 아님에도 도덕성과 언행에 있어서 사실상 ‘공인’ 취급을 받있다.

김 교수 역시 안 후보의 정치 노정과 맞물려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안 후보가 두 번째로 대권에 도전한 2017년에 김미경 교수가 안 후보의 의원실 보좌진에게 사적인 일을 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JTBC는 김 교수와 보좌진이 주고받은 e메일을 공개하며 김 교수가 기차표 예매와 강의 자료 검토 등을 맡겼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좌진은 “김 교수의 잡다한 일을 맡아 했는데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로 인해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김미경 교수는 입장문을 통해 “비서진에게 업무 부담을 준 점 전적으로 제 불찰입니다. 더욱 엄격해지겠습니다.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어진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아내가 제 의정활동을 도와주기 위해 외부강의라든지 여러가지 활동을 많이 했다”며 “저를 지원하는 활동을 했던 것이다. 개인의 사적인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카이스트에 있던 김 교수가 서울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안 후보의 입지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소위 ‘1+1’ 채용 의혹은 2012년 대선에 이어 2017년 대선에서도 재차 불거졌다. 안 후보는 2011년 6월에, 김 교수는 8월에 서울대 정교수로 각각 임명됐다. 부부가 같은 학교로 오는 일이 드물다는 점에서 특혜 여부를 둘러싸고 여러 차례 공방이 오갔다. 국회에서 열린 2012년 서울대 국정감사 당시 오연천 총장은 “김미경 교수 채용을 안철수 교수 채용과 별개로 진행했다”며 “적절한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일차적인 형태의 특혜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오 총장은 안 후보 채용이 김 교수를 채용할 때 “동기부여가 됐다”고도 언급했고, 서울대 자체 회의에서 채용을 둘러싸고 고민이 있었던 사실이 회의록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안 후보는 2017년 4월 편집인협회 초청 세미나에서 “전문직 여성에 대한 모독이다. 그 인식 자체가 여성 비하 발언과 똑같은 사고 기준에서 시작됐다”고 반박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2018년 6월 11일 서울 양천구 목동역 인근 집중유세에서 지원발언을 마친 부인 김미경 교수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2018년 6월 11일 서울 양천구 목동역 인근 집중유세에서 지원발언을 마친 부인 김미경 교수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의료봉사, ‘회심의 카드’ 될까 이번 대선에서 안 후보는 ‘배우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교수가 남편의 정치 행보에 동참하면서도 자신만의 커리어를 이어온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김 교수는 병리학 전문의일 뿐만 아니라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법의학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영학 석사를 하기도 했다. 안 후보와 김 교수가 서울대 의대 선후배에서 부부의 연을 맺게 된 계기는 가톨릭학생회 진료봉사였다고 한다.

‘의사 부부’로서 김 교수와 안 후보의 상징적인 순간으로 2020년 3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터진 대구에 내려가 선별진료소에서 자원근무했던 일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둘이 땀을 흘리며 일하는 모습, 얼굴에 고글 자국이 패인 사진이 보도되며 뜻밖의 반향을 일으켰다. 의료봉사 이전 1.7%에 불과했던 국민의당 지지율(리얼미터, 2020년 2월 25~28일)이 그다음 주 2.9%포인트 오른 4.6%를 기록했다(리얼미터, 2020년 3월 2~4일). 정의당(4.3%)을 제치고 세 번째로 높은 정당 지지도였다. 이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정당지지율 6.79%를 받았다.

김 교수는 대선 레이스를 뛰면서도 ‘본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는 안 후보와 함께 지난해 7월부터 매주 일요일 서울 중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체 채취 의료봉사를 한다. 퇴원한 이후 가장 먼저 찾은 현장도 보건소였다. 김 교수는 의료봉사를 언제까지 할 거냐는 주간경향 질의에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이고 할 수 있으니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최대한 해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남편과 정치문제 의견은 잘 나누지 않아요”

다음은 김미경 교수와 주간경향이 서면으로 주고받은 인터뷰다.

-안철수 후보만이 가진 비전과 가능성은.

“전 세계가 과학기술 패권전쟁 중인 상황에서 안 후보는 과학기술인으로서의 비전과 글로벌한 시각을 가졌다. 오랫동안 지켜보고 평생 고민해왔기 때문에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실행의지도 다른 후보들보다 강하다. 공약을 실현하고 결과물을 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평소 후보와 어떤 의견을 교류하는 편인지.

“정치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은 잘 나누지 않는 편이다. 요즘에는 각자 유세를 다니며 있었던 일을 얘기한다. 부산, 마산 시장 인사를 가서 지역분들이 부산 범일동, 범천동에서 안 후보의 아버지가 운영하신 범천의원에서 진료를 잘 받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부모님의 후광으로 살고 있구나 깨닫는다. 내가 코로나19에 걸렸던 소식이나 유세 사고에 대한 걱정은 영호남 어딜 가나 해주셨다. 우리 국민 정서는 기본적으로 어딜 가나 따뜻한 것 같다.”

김미경 교수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유세 현장에서 기도하고 있다. / 국민의당 제공

김미경 교수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유세 현장에서 기도하고 있다. / 국민의당 제공


-후보 배우자로서의 역할은 무엇인가.

“안으로는 후보가 낙담하거나 기운 빠졌을 때 기운을 돋우고 응원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밖으로는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사람들이 평가하는 모습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배우자 시각에서 알리는 것이다.”

-이전 선거에서도 유세에 동행한 적이 많았다. 이번엔 어떤 민심을 체감하나.

“대도시는 양당에 치우치지 않는 민심도 있는 것 같다. 서울이나 부산은 제3의 길이나 안 후보의 양당을 견제하는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느꼈다. 그리고 안 후보의 진심을 알아주는 민심도 증가하는 것 같다. 자영업자분들은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것이 여전하고 전통시장 상인분들도 힘들어하는 것을 많이 체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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