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의 바이든 시대 한국의 전략

(1)한반도 평화 이슈, 한국 정부 하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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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의 승리로 끝났다. 인종갈등, 젠더문제, 기후위기, 일방주의 정책 등 트럼프 정부의 지난 4년은 법과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던 미국 민주주의도, 대통령 한사람에 의해 확 후퇴할 수 있구나를 알게 해준 시간이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낙선 소식이 무척 반가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왼쪽에서 세 번째) 부부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두 번째) 부부가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당선자 연설을 마친 뒤 유권자들의 환호에 놀라며 기뻐하고 있다. / 윌밍턴 |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왼쪽에서 세 번째) 부부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두 번째) 부부가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당선자 연설을 마친 뒤 유권자들의 환호에 놀라며 기뻐하고 있다. / 윌밍턴 | EPA연합뉴스

트럼프의 재집권이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는 더 좋을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트럼프 정부는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 반면, 오바마 정부는 ‘전략적 인내’라는 명분하에 대북문제에 있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바이든 정부가 오바마 3기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있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상원의원 시절 북한인권법에 찬성표

하지만 김동석 미주 한인유권자연대 대표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의 대북한 전략적 인내 정책은 ‘당사국 존중’ 정책으로서, 사실상 당시 한국 정부였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라고 봐야 한다. 트럼프 정부의 북·미 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대북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바이든 정부의 한반도정책 역시 한국 정부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의 한반도정책의 방향키를 사실은 우리가 쥐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임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이 드는 일이다.

워싱턴에서 한국 이슈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중국 견제론과 한·미·일 동맹 강화를 기본으로 놓고 필요에 따라 호출되는 구조다. 이 가운데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대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바이든 정부를 견인해갈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와 달리 바이든 정부에서는 북한인권이 북핵 못지않게 중요한 이슈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2004년 민주당 상원의원일 때 북한인권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고, 2019년 5월 필라델피아 유세에서는 김정은을 독재자라 부르며 트럼프가 대북인권특사 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있음을 비판했다. 국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토니 블링컨 역시 김정은을 ‘최악의 폭군’으로, 북한을 ‘세계 최악의 수용소 국가’로 규정하는 등 북한에 대해 다소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바이든 정부에서 북한인권문제가 중대 이슈로 다뤄지게 된다면,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어쩌면 타국의 인권문제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트럼프 정부가 예외적이었던 것일 수도 있다. 트럼프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에 대해 극적 타결을 이루고 북·미 간 평화협정을 체결해 북한에 체제보장을 약속했다고 해도, 미국 의회와 시민사회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면 결국엔 좌절되고 말았을 것이다. 의회를 통과했더라도 바이든 정부 들어 파기되었을 수도 있다. 2015년 박근혜 정부에 의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문재인 정부 들어 파기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외교정책을 다룰 때 상대국 정부와의 관계만이 아닌 그 나라 의회와 시민사회를 함께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고차방정식에는 다차원적인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던 대미 외교를 서둘러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그간 미진했던 의원 외교, 정당 외교를 지금부터라도 시작해 바이든 정부뿐 아니라 트럼프의 외교정책에 불신을 가졌던 미국 의회와 미국 시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바이든 정부가 북한 정부에 대해선 강경한 태도를 가졌을지 몰라도 대북정책에 대해선 외교적 해법을 선호할 수도 있다. 바이든이 상원 외교위원장 당시, 북한인권법 연장안을 통과시키면서 북한의 특수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한 예다. 북한과 마주 앉아 협상을 진척시켜야 하는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전자보다 후자의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 또한 다소 강경한 대북관과 달리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외교적 방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2018년 6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북핵문제 해결 방안으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꼽은 바 있다.

민주당 진보적 의원 모임 주목해야

따라서 바이든 정부가 북한인권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북 압박정책을 펼칠지, 협상과 타협을 통한 대북 유화정책을 펼칠지는 북·미 간의 관계를 조절해낼 한국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의원 외교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여기에 히든카드가 있다. ‘한국전쟁의 공식 종결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미국 연방하원 결의안’에 서명한 52명의 미국 의원들과 이것을 가능케 한 위민크로스DMZ, 코리아 피스 나우 그래스루트 네트워크(KPNGN) 등 미국 내 시민운동 그룹이 그것이다. 미 대선 직전인 지난 10월 29일에는 공화당 의원 중에는 최초로 앤디 빅스 하원의원이 결의안에 사인함으로써 미 의회 내 초당적인 지지를 확보해가는 시작점을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종전 결의안 작성을 주도한 그룹이 미국 민주당 내 진보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진보코커스’라는 점이다.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버니 샌더스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던 민주당 로 칸나 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이 대표적인 멤버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내 진보코커스 그룹의 바이든 지지 선언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이를 통해 바이든 정부에 정치적 지분을 많이 확보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에 있어 이들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 계속 지켜보며 이들과 좋은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 의회 시스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의원 외교가 이루어져야 한다.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 스캔들로 인해 미국 정치권이 외국 정부의 개입에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라 특히 더 그렇다. 그렇다면 미국 의회를 대상으로 한 의원 외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의회는 어떤 작동 방식에 의해서 움직이고, 이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 2편에서 좀 더 상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김경미는 평화네트워크, 정치발전소, 서울시, 청와대 등을 두루 거쳤다. 우리 사회 정치 리더들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로시님과 함께 정치 플랫폼인 섀도우캐비닛을 창업해 꾸려가고 있다.

<김경미 섀도우캐비닛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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