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 ‘추미애 국감’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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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부터 3주간 실시… 법사위, 최대 격전지될 듯

“‘추미애 국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 정치권에서 올해 국감을 앞두고 나오는 말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현안 질의 문제로 여야가 이미 일전을 벌였다. 추 장관 아들의 특혜성 휴가 연장 의혹 때문이다. 이와 관련 특혜 의혹이 매일같이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다. 국감에서는 법사위뿐만 아니라 국방위, 문화체육위, 외교통일위까지 ‘추미애 국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방위는 군 장성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이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문체위에서는 추 장관 아들의 프로축구팀 인턴 취업이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외통위에서는 추 장관 딸에 대한 프랑스 비자 청탁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월 25일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연합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월 25일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연합

상임위장 없는 야당, 힘겨운 국감

국감은 10월 7일부터 26일까지 3주간 실시될 예정이다. 국감을 앞두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이슈가 연일 터지고 있는 것은 올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국감 이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특혜 의혹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다. 조 전 장관은 국감이 시작되기 직전 사퇴했다. 국민의힘의 원내 관계자 A씨는 “지금 상황대로라면 추 장관이 조국 전 장관처럼 법무부 국감 전에 사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으로서는 지난해처럼 국감에서 갑자기 힘이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추 장관의 국감 전 사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법사위의 한 여당 의원 측 B씨는 “지금 제기되는 문제는 의혹 수준이기 때문에 결국 법사위가 국감의 전쟁터가 될 것 같다”면서 “추 장관과 관련해 법무부와 검찰, 군사법원까지 국감을 받아야 하니까, 첩첩산중”이라고 말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아직 국감까지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으나 추 장관의 사퇴 여부가 올해 국감의 성격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사위는 올해 국감의 최대 격전지가 됐다. 추 장관의 아들 특혜 의혹뿐만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여당 견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논란 등으로 여야가 격돌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21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지난 7월 법사위에 김도읍·장제원·윤한홍·조수진·전주혜 의원 등 공격수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추 장관 아들 의혹에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여권의 공세까지 더해지면 법사위 국감이 다른 이슈를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성철 소장은 “추 장관이 국감 때까지 장관직을 수행한다면 결국 법사위 국감에서는 추 장관 대(對) 윤 총장, 검찰개혁 대 검찰장악이라는 여야 논쟁의 구도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감의 여야 격전지는 법사위뿐만 아니라 국방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무위, 국토교통위, 환경노동위 등으로 예상된다. 국방위는 추 장관의 아들 특혜 의혹, 과방위는 윤영찬 민주당 의원의 카카오 논란 문자와 종합편성채널의 재승인 문제, 정무위는 옵티머스·라임 등 각종 사모펀드 연루 의혹, 국토위는 부동산값 폭등, 환노위는 이스타 항공 문제가 있다. 야당으로서는 권력형 비리와 정책 미비를 철저히 따지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관계자인 A씨는 “국감이 원래 야당의 장이고 야당이 주인공”이라면서 “하지만 상임위원장이 모두 여당 소속이어서 야당으로서는 힘겨운 국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국감은 21대 국회의 첫 국감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확보해 지금은 모두 176석이다. 과반을 훨씬 넘는 의석에다 상임위 위원장이 모두 여당 소속이다. 하지만 여당으로서는 초선 의원들이 많아 첫 국감을 어떻게 치를지 지켜봐야 한다. 민주당은 176명의 의원 중 절반에 가까운 82명의 의원이 초선이다.

국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생기자,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국회 정무위 회의실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

국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생기자,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국회 정무위 회의실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

야당도 여당처럼 사실상 ‘초선들의 국감’이 될 전망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전체 의원 103명 중 58명이 초선이다. 초선 의원이 절반을 넘는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공격수 의원들을 주로 법사위와 운영위에 배치함에 따라 일반 상임위의 경우 ‘예전 국회와 달리 전투력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 C의원은 “상임위에서 야당의 정책 검증 능력이 예전 국회와 비교할 때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성철 소장은 “국민의힘에서는 이전 국감에서 활약한 보좌진들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결국 국감장에서 이를 소화해야 하는 것은 초선 의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제2야당인 정의당 역시 심상정 의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다섯 명의 의원이 초선이다. 열린민주당은 세 명 모두 초선 의원이다.

야당으로서는 국감 자료 확보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성철 소장은 “사모펀드 관련 권력형 비리의 경우 관련 기관에서 공식적인 자료를 주지 않으면 의혹 제기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관련 기관에서 거대 여당이라는 상황 때문에 자료를 순순히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관계자인 A씨 역시 “야당에서 국감 자료를 요구하면 관련 기관에서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면서 제대로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질병관리청 제외’ 주장도

올해 국감의 최대 복병은 코로나19 사태다. 이미 국회에서는 국회 출입기자와 국민의힘 당직자가 확진자로 판정받아 여러 차례 국회 활동이 제한됐다. 국감 일정을 바꿀 수 있는 돌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때문에 국감이 축소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 부처나 핵심 기관 이외의 공공 기관 국감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대폭 줄어들 수도 있다. 국감장에 출석하는 기관 측 관계자들도 인원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의원측 보좌진인 D씨는 “이번에 상임위의 결산 심사에서도 정부 부처에서 오는 인원이 대폭 줄어들었다”면서 “국감에서도 최소 인원으로 국감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철 소장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국감을 실시하게 되지만, 완전 비대면 국감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국감을 앞둔 9월 국회 의원회관이 늘 북적거렸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의원회관은 한산하다. 의원회관은 9월 둘째 주 현재,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됐다. 국민의힘 측 D씨는 “예년 같으면 국감을 앞두고 관련자들을 불러 자세한 내용을 파악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사전 준비도 힘든 상황”이라면서 “각 의원의 방에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상임위에서 국민의힘 차원에서 아직 국감 전략을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D씨는 “국감의 세부 일정이 확정되는 9월 중순이 돼야 상임위별로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측 보좌진 E씨는 “민주당 역시 상임위별로 아직 구체적인 회의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국감 일정 축소될 수도

일부에서는 비상 상황인 만큼 코로나19 방역의 최일선에 있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국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9월 9일 페이스북에 “지금은 국정감사보다 국가위기 극복이 먼저”라면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지난해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현장에서 실시하는 현장 국감 역시 많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국감 때마다 최대 이슈로 부각됐던 국감 증인·참고인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감을 앞두고 여야는 국감 증인 출석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에 나섰다. 특히 대기업에서는 국감 증인 출석에 기업의 오너가 출석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때문에 국회에 대규모 로비를 하곤 했다. 정무위의 여당 관계자 F씨는 “재벌개혁 이슈를 놓고 재벌의 임원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으로 보이고,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 쪽 관계자들도 증인으로 출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국감 때문에 증인 선정을 놓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측 D씨는 “어쩌면 국감의 증인·참고인 심문이 화상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감의 위축은 야당에는 불리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원내관계자 A씨는 “국감 축소는 야당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야당으로서는 현장에서 직접 의혹을 밝혀야 하고, 대면 질문을 던져야 하는데, 10월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엄경영 소장은 “올해 국감이 끝나면 바로 여야는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국면으로 들어가게 된다”면서 “때문에 야당으로서는 국감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총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공세의 첫 목표는 추 장관이 되고 있다. 민주당 B의원은 “국감이 추 장관 관련 의혹으로 정쟁의 장이 돼 버리면 또다시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정쟁 국감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을 검증하는 정책 국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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