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위의 활동이 8월 말로 끝나게 되면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구체적인 대책을 묻고 싶었다. 당초 7월 말로 예정됐던 인터뷰는 이 원내대표가 매년 주최해온 ‘DMZ 통일 걷기’ 행사가 끝난 후에야 잡혔다. 8월 21일 오후 4시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시간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각종 의혹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의원총회가 열렸다. 인터뷰는 의총이 끝난 후에야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겨우 진행됐다. 이 원내대표는 정개특위의 일정에 대해 “한계점에 온 것 같다”며 8월 말까지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예상 답변서가 준비돼 있었지만, 한 번도 들춰보지 않은 채 그는 시종일관 기자를 바라보며 답변했다.
-원내대표가 된 지 100일이 넘었다. 체력을 유지하기 힘들 것 같다.
“(일정이) 보통이 아니다. 힘들다.”
-원내대표 선출 때 머리를 염색하면서 ‘까칠한 정치인’에서 ‘부드러운 정치인’으로 바뀌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까칠해졌다. 전환점이 어디였나.
“협상이 진행되면서 어느 정도 절충점을 찾으면 조건이 달라졌다. 그건 좀 곤란하다. 협치하는 데도 어느 정도 원칙이나 기준이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처음 만들어진 합의안에 사인하고 그럴 때는 나름대로 노력한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당 텃밭 출신 의원들의 경직성을 돌파하지 못한 거다. 개인의 협상 스타일보다도 그런 구조적 문제에 나 원내대표가 갇혔다고 봐야 한다.”
-3선 동안 상임위에서 쟁점 법안을 다루면서 한국당과 논쟁을 벌이지 않았나. 원내대표 때와 다른 점이 있나.
“교육위·행자위·기재위·환노위·외통위에서 쟁점을 놓고 한국당과 논쟁을 벌였다. 원내대표가 되고 나니 아무래도 전체 국면을 책임져야 하니까 좀 다르다. 논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점이다.”
-조국 장관 후보자 문제가 정국의 최대 현안이 돼 버렸다.
“조국 인사의 핵심은 후보자가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이다. 전문성도 있다. 그런 의지나 전문성 부분에 대해서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 뒤에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몇 가지 이슈들이 나온 것이다. 공안몰이는 낡은 거다. 그 다음에 가족 신상털기는 지독한 인권침해다. 딸 문제는 법적 문제는 없지만 국민 정서와는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은 본인도 인정하니까, 때가 되면 진솔한 정서의 고백이 있으면 좋겠다. 법적인 엄격성으로 돌아볼 때는 그것이 결정적인 하자라고는 보기 어렵다.”
-지난 개각 때 홍영표 원내대표 시절 당에서 민심을 전달하면서 2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조국 후보자와 관련해 앞으로 당에서 청와대에 민심을 전달할 계획이 있나.
“이건 아직 인사청문회도 안 했다. 인사청문회를 하고 그 결과를 본 뒤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면 그런 것(민심 전달)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청문회 날짜도 안 잡고 안 하겠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법무부 장관(후보자)에게는 법을 지키라고 하면서 국회 법 절차를 어기고 있다.”
-법적인 시한(8월 29일)까지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하는데, 청문회 일정이 잡히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국회로서는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되는 거다. 국회에서는 법 절차를 지켜야 한다. 다른 장관은 몰라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절차는 확실히 준수해야 한다. 이걸 자꾸 정략적으로 활용해서 정쟁을 반복하는 이런 청문회는 안 된다.”
-조국 후보자도 86세대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이 원내대표 역시 86세대의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이번에 의혹이 불거지면서 86세대 정치인에 대한 비난도 함께 쏟아지는 측면이 있다.
“86세대 중 대다수의 사람은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정치권에 들어온 사람들 말고, 건강하게 사는 대중 86세대가 있다. 그들의 삶이 실제 86세대의 삶이지, 저 같은 정치인의 삶이 어떻게 세대를 대표하겠나. 조국 후보자도 본인이 86세대의 삶을 대표한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을 거다. 이런 것에서마저 오만하다면 우리의 정치생명은 끝이다.”
-정개특위의 활동시한이 8월 말로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
“이 인터뷰가 보도되는 시점에서 상황이 어떻게 종료될지는 모르겠는데, 한계점에 온 것 같다. 한국당이 지난 두 달 사이에 기존의 선거안(비례대표를 없애는 안)에서 입장이 바뀐 것이 없다. 시간만 끌고 있다. 애당초 두 달 활동시한을 연장했던 의미가 없다. 휴전에서 평화협정으로 갈 수 없다면 우리도 나름대로 중대한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
-정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에 지정한 선거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 전망이 불투명하다.
“패스트트랙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마냥 시간을 끌어서 아무것이 안 되는 식물국회를 막자는 취지가 선진화법이다. 시간을 확보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시간을 확보하면 (야당과) 합의안을 만드는 것이 훨씬 강제될 것이다.”
-똑같이 8월 말로 끝나는 사법개혁특위는 어떻게 되나.
“정개특위와는 달리 사개특위는 시간이 그렇게 급하지 않다.”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때 민주당이 과반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안인 연동형 50% 비례대표제에서는 힘들지 않겠는가.
“50%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면 비례 75석 중 절반에서는 민주당이 비례의석을 확보하기 힘들다. 하지만 연동형이 아닌 나머지 50% 권역별 비례대표에서 지금 의석(13석)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과반이 기본적으로 목표이고 실제로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에 이라크 파병을 반대했는데, 이런 민감한 문제에서는 원칙과 현실에 대한 생각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사견이지만, 추가 파병보다는 파병된 부대의 작전반경을 넓히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상선을 지키는 것이다. 국가 간의 전쟁에 특정국가가 개입해 들어간다는 차원보다는 우리 국민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의 문제다. 원내대표로서도 이런 입장을 갖고 있다.”
-운동권 출신으로 3선을 하는 동안 여당 시절이든 야당 시절이든 원칙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내대표가 되면서 원칙과 현실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게 한 문제가 무엇이었나.
“원칙을 흔들 수는 없다. 원칙을 바꾸면 제 정치가 달라진다. 제 원칙은 국민이 가진 원칙이다. 원칙을 버릴 수 없는 것이고, 원칙 속에서 원칙에 가깝게 움직이려고 최대한 대처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대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야겠나. 원래대로라면 한국당에 대해 ‘택도 없는 소리 마라, 네가 사과해야지’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예전 같으면 유감 정도로 절충이 안 됐다. 그런 부분에서 최대한 공존할 여백을 만드는 것이다. 경제실정 청문회도 말이 안 되는 소리였지만 국회의장이 중재하는 원탁회의 정도로 수용하자, 그런 거다. 다른 한편에서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은 (패스트트랙) 고소·고발 문제인데, 이것은 양보할 수 없다.”
<글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사진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