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력 갖추고 있어 핵심 상임위·특위 배치… 대변인 맡고 TV토론 출연도
“제가 무섭나요. 내가 싫다면 김태흠 의원도 있고 김진태 의원도 있다. 오늘 민경욱 의원도 옆에 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7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공세를 펼치며 꺼낸 말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장 의원은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을 향해 “(1소위원장 자리를) 양보해서 이분들을 추천할 테니 파출소 피하려다 경찰서를 만나지 말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신을 ‘파출소’에 비유하고, 김태흠·김진태·민경욱 의원을 ‘경찰서’에 비유한 것이다. 장 의원이 이 비유를 꺼낸 것은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기존의 제1소위원장(김종민 민주당 의원) 몫을 제1야당에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민주당과 합의하기도 전에 제1소위원장에 장 의원을 내정했다. 장 의원은 민주당이 자신을 제1소위원장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 강력한 공격수를 보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민주당은 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위(사개특위) 중 하나를 이미 한국당에 양보한 만큼 더 이상의 양보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장제원·김태흠·김진태·민경욱 등
장제원·김태흠·김진태·민경욱 의원은 대표적인 야당 공격수로 손꼽힌다. 공격수들은 주로 국회의 핵심 상임위나 핵심 특위에 배치된다. 대변인 같은 주요 보직도 맡는다. TV토론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기도 한다. 이들 의원은 다른 의원들보다 몇 배의 ‘전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원내 지도부는 중요한 상임위에서 이들을 선호한다.
국회 상임위에서는 법사위가 대표적이다.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들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에 법사위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법사위는 ‘상임위 중의 상임위’로 불린다. 한국당에서는 장제원 의원을 비롯해 이은재·김진태·김도읍·주광덕·정점식 의원이 배치돼 있다. 위원장은 여상규 한국당 의원이 맡고 있다. 7월 16일 법사위에서는 법을 다루는 법사위의 성격답지 않게 김원봉 논란과 북한 목선 귀순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이날 출석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향해 현안질의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김진태 의원은 정 장관에게 “김원봉이 국군의 뿌리냐”고 물었다. 이은재 의원은 목선 귀순 논란에 대해 “당당하게 책임지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며 장관직 사퇴를 은근히 압박했다. 해임을 촉구해온 한국당의 공세가 법사위에서 전방위적으로 펼쳐졌다. 이날 정 장관에게는 여야 의원에게서 한 시간가량 질의가 쏟아졌다. 민주당의 한 의원 측은 “법사위가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의장이 돼버렸다”면서 “야당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왜 이런 분들을 법사위 위원으로 했는지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주민·김종민·표창원·이철희 등
20대 국회 전반기에는 법사위에서 한국당 공격수 의원들이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공격수로 손꼽히는 권성동 의원이 법사위원장이었고, 김진태 의원이 한국당 간사였다. 당시 민주당의 한 의원 측은 “절묘한 조합”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으로서는 법사위에서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했다. 후반기 국회에서 권 의원이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경찰서’를 피하게 됐지만 ‘파출소’ 격인 여상규 의원이 법사위원장이 됐다. 민주당으로서는 한국당에 못지않게 전투력을 갖춘 의원들을 배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박주민·금태섭·김종민·송기헌·백혜련·표창원·이철희·정성호 의원이 있다. 토론에 능하고 법 논리를 충분히 갖춘 쟁쟁한 인물들을 포진시킨 것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에도 쟁쟁한 인물들을 배치해 놓았다. 정개특위에서 활동하는 민주당 위원으로는 김종민·기동민·김상희·이철희·최인호 의원 등이 있다. 한국당에서는 장제원·김태흠·이양수·임이자·정유섭 의원 등을 배치해놓았다. 사개특위에서도 창과 창이 부딪친다. 민주당에서는 백혜련·박범계·박주민·송기헌·이종걸·표창원·이상민 의원 등이 있고, 한국당에서는 이장우·윤상직·김도읍·곽상도 의원 등이 있다.
청와대의 업무보고를 받는 국회 운영위에도 야당은 공격수 배치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이런 핵심 상임위의 경우 전투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될 경우 사·보임으로 하룻동안 공격수를 전격 배치하기도 한다. 이들 공격수 의원은 국회 본회의의 대정부 질의 때에도 호출돼 이낙연 총리와 입심을 겨룬다. 법사위와 핵심 특위 등이 공격수 의원들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지만, 당에서 베푸는 혜택만큼은 톡톡하다. 예결위 배정이 대표적이다. 예결위에서 정부 각 부처를 상대로 공세를 펼치기에도 유리하지만,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는 데 이만큼 좋은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당 대변인도 공격수들이 자주 배치되는 곳이다. 한국당은 지금 민경욱 의원과 전희경 의원이 대변인을 맡고 있다. 두 의원은 한국당의 대표적인 공격수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민 의원은 돌출발언과 행동으로 당 내부에서 비판여론이 많다. 최근 한국이 ‘글로벌 호구’가 됐다는 합성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여당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당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물은 당의 공식적인 직함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한국당 내부에서는 공격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한국당의 한 의원 측은 “한국당의 메시지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공격수에 의해 나오게 되면 당의 신뢰도가 더욱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한 의원 측은 “공격수 의원들의 입에서 나오는 메시지가 중구난방격”이라면서 “지도부가 이를 사전에 교통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의 경우 여당이 되면서 야당 시절에 비해 많이 정비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여당이 되면서 그냥 마구 지르는 공격수보다는 논리력·설득력을 갖춘 공격수 의원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여당이 되면서 정책위나 비공개 당·정·청 협의에서 사전조율을 하고 있다”면서 “의원들이 상임위나 방송토론 전에 미리 당의 입장을 사전 숙지하는 방향으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바뀐 정치문화가 공격수 의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 야당의 공격수들은 ‘권력비리 폭로’라는 한 방을 갖고 있었다”면서 “이제는 그런 폭로거리도 없을뿐더러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국민들을 설득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