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에 복귀한 심상정 대표, 총선 때 개방형 경선 도입 방침 밝혀 주목
“태극기부대에 대선후보가 있나. 내년 총선국면에서 자유한국당 주변에서 이합집산은 있을지 몰라도 주도는 쉽지 않다. 오히려 한국 정치지형이 건강한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로 재정립될 수도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7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총선에서 ‘제3지대’를 누가 차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의 입에서는 “정의당의 가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진보섹터에 견인되어 있지만 민주당은 엄연한 기득권 정당이다. 우리도 선진국이 경유했던 ‘정체성 민주주의’를 거쳐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을 대변할 정당을 찾는 건강한 민주주의 모델과 공동체의 경로로 갈 수 있다.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던 ‘나라다운 나라’의 진짜 내용 아니냐.” 다만 그는 ‘정의당이 지금과는 다른 정체성 정립에 성공하는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2012년 10월 창당한 정의당은 그동안 두 번의 대선과 지방선거, 한 번의 총선을 치렀다. 전신은 통합진보당이다. 소위 ‘참여계’로 지칭되는 국민참여당도 상당한 지분이 있지만 본류는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이다. 민주노동당 때 만들어진 전통에 따라 진성당원제 정당이다. 장단점이 있다. 선거 때 경선몰이용 ‘반짝 당원’이 없는 반면, 당 안팎 경계의 벽이 높다.
6명 의원 중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사람은
다시 사령탑으로 복귀한 심상정 대표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심 대표는 지난 7월 30일 <주간경향>을 만난 자리에서 “내년 총선을 군소정당 시대를 마감하고 유력정당으로 발돋움하는 도약의 총선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 방법은? 개방형 경선제의 전면 도입이다. 비례뿐 아니라 지역구까지 다 열어 지지층 30만명 정도가 참여하는 ‘오픈 프라이머리형’ 경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출마자는 종전처럼 당원만 가능하지만 공직후보자 선출은 지지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개방형 경선제 도입을 두고 한참 설왕설래 중이다. 한 당직자는 “결국 당 밖에서 인지도 있는 젊은 사람 2~3명을 후보군으로 영입하겠다는 이야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과거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총선 때 비례로 당선된 김종대 의원은 평화군축 시민운동 출신 전문가로 영입된 케이스다.
정의당이 유력 정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선 의원을 탄생시켜야 한다. 현 6석 중 4석이 비례다. 당헌·당규에 따라 비례로 당선된 의원은 차기엔 지역구에 도전해야 한다. 앞서 심상정 대표와 고 노회찬 의원을 제외하고는 성공사례가 없다. 이정미 의원은 인천 연수을에서, 윤소하 의원은 전남 목포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각각 민경욱 자유한국당,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현역 지역구 의원이다. 추혜선 의원은 경기 안양 동안을에서 나올 예정이다. 5선의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버티고 있는 격전지다. 김종대 의원은 충북 청주 상당에 출마한다. 현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 지역구다. 이밖에도 19대 의원을 지낸 박원석 정책위 의장이 경기 고양을에 나가 정재호 민주당 의원에 맞설 예정이다.
이들 중 내년 총선에서 살아 돌아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앞의 당직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결국 누가 자유한국당을 이길 만한 사람인가의 문제인데, 전반적으로 각이 잘 살아 있다. 특히 이정미 의원은 ‘카운트파트너(민경욱 의원) 복이 있다’는 말을 당 안팎에서 듣고 있다.” 전남 목포에서 출마할 윤소하 의원도 박지원 의원에 맞선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꽤 ‘의미 있는 수치’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실한 것은 내년 총선에서 더 이상 연합공천은 없다는 것이다. 심상정 대표는 “선거전략으로서 단일화 프레임은 이미 그 시효를 마감했다. 과거와 같은 ‘당대 당 단일화’는 없다”고 단언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도 현재까지 선거연합 계획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 거슬러 올라가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 연합공천은 없었다는 것이다.” 당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신장식 변호사의 말이다. 2000년이나 2004년엔 연합공천이 없었고, 야권연대 형식의 연합공천이 나타난 것은 통합진보당 시절이었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이 정의당에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는 까닭은 예상되는 선거제도의 변화 때문이다. 신 변호사는 “자유한국당 퇴출을 목표로 하는 유권자라면 정당투표에서도 정의당을 찍는 것이 가성비가 높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제도가 얼핏 듣기에는 복잡한 제도처럼 보이지만 이슈가 되면 줄기세포나 광우병 쟁점도 스스로 찾아 학습하는 국민들 아닌가.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SNS)에 포진한 정치 고관여층 유권자 중심으로 최선의 전략을 찾아내고 공유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보다 정의당 투표가 가성비 높다”
정당의 성격이나 지지층은 항상 변한다. 정의당의 현 당원은 5만여명이다. 그 중 1만여명은 노회찬 전 대표 사후 입당한 사람들이다. 정의당의 자체조사에 따르면 그 중 60%는 정의당이 자신의 생애에서 당원으로 가입한 첫 정당이다. 신 변호사는 “결국 정의당의 가치와 역할에 동의한 사람들이다. 제3정당으로서 역할을 넘어 제1야당을 바꿔야 한다는 가치다”라고 덧붙였다. 당원을 다시 세대별 비율로 보면 40~50대의 비율이 높다. 어떻게 보면 민주노동당 이후 수십 년간 줄곧 지지해온 사람들이다. 심 대표는 여기에 당 밖의 충성지지층을 합쳐 약 330만~340만명을 충성지지층으로 보고 있다.
심 대표는 이렇게 덧붙였다. “진보정당이 그동안 자기 역량보다 저평가된 것은 유권자의 사표심리 때문이었다. 우리 당이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면 시민들의 사표심리를 넘어서는 결과물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결정적인 것은 촛불이다. 촛불 이후 민심이 바뀌었다. 소수정당으로 소금 역할을 하는 정당에서 국민대중정당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의당에 대한 인식을 바꿔내는 것이 내년 총선까지 당대표로서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물론 당내에도 다른 목소리가 있다. 장석준 동작을 당원(<신자유주의의 탄생> 저자)은 “정세에 따라 개방형 경선제가 필요하면 할 수도 있지만 대선이나 단체장 선거 후보가 아닌 국회의원 선거에 도입하면 기존의 당 정체성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주목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집권당인 민주당이 적폐청산을 의제로 내세우면서 소홀히 되었던 사회개혁 과제들, 부동산이나 민생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제기가 정의당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국제정치 전문가인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심 대표가 언급한 개방형 경선제는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라기보다 1유로만 내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올랑드 시절 프랑스 사회당이 채택한 전략과 유사해 보인다”며 “기존 정의당 주류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 시도가 못마땅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방형 지지자 정당으로의 전환 역시 강력한 진보 브랜드를 구축할 하나의 방법”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심 대표가 지금 추진하는 당의 변화 시도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