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원내대표 ‘뜨거운 3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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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이인영 의원은 친노·친문의 범주류로, 노웅래 의원은 비문 비주류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017년 5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우원식 전 원내대표에게 석패했다. 승리를 예상했던 홍 원내대표 측은 “홍 의원이 몇 시간 동안 사무실에 혼자 들어가 있다 나오더니 의원 명단을 가져오라고 했다”고 그때 상황을 전했다. 그 명단에는 ‘동그라미’ 표시가 있었다. 동그라미 표시는 분명히 과반이었지만 실제 표는 그렇게 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선거에 다시 출마해 78표를 얻었다. ‘재수(再修)’ 끝에 원내대표가 된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뜨거운 3파전’

홍 원내대표의 임기가 곧 끝나고, 5월 8일에는 새로운 민주당 원내대표를 뽑는 선거가 실시된다. 김태년·노웅래·이인영 의원이 뜨거운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김태년·이인영 의원은 친노·친문의 범주류로, 노웅래 의원은 비문(非文) 비주류로 분류된다. 하지만 범주류 측에서 2명의 후보가 나옴에 따라 친문·비문이라는 계파 분류가 승패를 가를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의원 명단에 그려진 동그라미의 위력

원내대표 선거 투표에는 민주당 현역의원 128명이 참여하게 된다. 후보들은 벌써 몇 번씩이나 의원들을 만나 지지를 부탁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각 후보의 의원 명단에는 동그라미, 세모 등의 표시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의원 측은 “후보들이 계속 의원을 만나려고 의원실에도 오고, 전화도 온다”면서 “의원들도 입장이 난처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의원 측은 “지금쯤 각 캠프에서는 의원 명단에 벌써 동그라미가 3개씩이나 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들이 직접 의원을 만나 지지 의사를 확인한 다음 동그라미로 표시한다면 3개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의원들이 ‘지지 의사는 있는데, 밖으로는 지지하고 있다고는 하지 말라’고 부탁한다”고 전했다. 누구를 찍을 것이라고 하면 나중에 입장이 곤란하기 때문에 속내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는 한 의원 측은 “보통 동그라미 표시를 하면 전체 동그라미 수에서 20개 정도는 허수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결선투표는 2015년과 2016년에 이뤄졌다. 당시에는 후보자들이 난립해 5∼6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재적의원의 과반을 얻지 못해 결선투표까지 간 경우다. 2017·2018년 선거에서는 2명의 후보가 출마해 1차 투표에서 승부가 결정났다. 2017년 선거에서는 우원식 의원이, 2018년 선거에선 홍영표 의원이 과반을 확보해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3명의 후보가 출마해 결선투표가 이뤄질지, 아니면 1차 투표에서 판가름을 지을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당초 원내대표 선거는 친문의 김태년 의원과 비문의 노웅래 의원이 붙을 것으로 예견됐다. 노 의원은 지난해 선거에서 두 번째로 떨어진 후 바로 의원들과 접촉해 삼수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김 의원은 지난 1월 정책위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때는 범친문계를 아우르는 김 의원의 승리가 점쳐졌으나, 이인영 의원이 출마를 표시하면서 선거구도가 요동쳤다. 특히 친문 직계인 ‘부엉이 모임’이 이 의원을 지원하고 나섰다는 이야기가 전해졌고, 급속도로 친문의 분화가 이뤄졌다. 이 의원은 김근태계 모임인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과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더좋은 미래’라는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 맨 먼저 출마선언을 한 뒤 한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이 의원은 선거운동에 대해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년 의원 역시 지난 4월 9일 <주간경향> 인터뷰에서 선거 결과에 대해 낙관적인 예측을 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1차 선거에서 승리하고 싶다”고 표현했다.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위와 정치쇄신특위의 민주당 간사, 그리고 여당 정책위 의장을 거치면서 여러 의원과 만나 같이 일을 해봤기 때문에 의원들이 계파를 떠나 능력을 놓고 투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내에서는 김 의원이 가장 많은 ‘동그라미’ 표시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결선투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김 의원이 유력하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3명의 후보가 출마해 경쟁하기 때문에 1차 투표에서 재적의원의 과반(65표 이상)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예측했다. 한 의원은 “결선투표는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대표 ‘뜨거운 3파전’

결선투표와 역전 이뤄질까

역대 원내대표 선거 결선투표에서는 표수가 팽팽했다. 2015년 선거에서는 비문의 이종걸 의원이 친문의 최재성 의원을 5표(66 대 61) 차이로 겨우 눌렀다. 2016년 선거에서 우상호 의원은 1차 투표에서 4표차(36 대 40)로 우원식 의원에게 뒤졌으나,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 63표를 얻어 56표를 획득한 우원식 의원에게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비문 의원들이 우상호 의원에게 표를 던져 결선에서 역전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결선투표까지 감안해야 하면서 각 후보 측은 복잡한 셈법에 빠졌다. 2016년 선거처럼 지금 다소 열세이더라도 결선투표에서 결과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후보 측 한 의원은 “1차 투표에서 내가 누구에게 던질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다른 두 후보가 각각 1차 때는 아니더라도 결선투표에서는 자신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결선투표까지 생각해 선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김태년 의원이 1차 투표에서 끝내고 싶은 것은 거꾸로 생각해보면 결선투표에서 역전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선투표의 대상자로 ‘김태년-이인영’ ‘김태년-노웅래’ ‘이인영-노웅래’ 등 각각 경우의 수가 등장하고 있다. 각 후보 측에서는 결선투표에 자신이 미는 후보 이름이 반드시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인원이 많은 범주류 측은 ‘김태년-이인영’ 간의 결선투표를 상정하고 있다. 하지만 비문 측의 계산법은 다르다. 노웅래 의원은 “지난해 선거에서 38표를 얻은 만큼 올해에는 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른 한 의원은 ‘숨은 표’를 거론했다. 이 의원은 “의원들의 밑바닥 정서는 다르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원내대표까지 주류가 차지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많다는 것이다. 현역의원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공천이다. 원내대표 선거가 공천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표심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이었다.

‘숨은 표’는 결선투표가 이뤄질 경우에도 큰 위력을 발휘한다. 1차 투표 결과를 확인한 후 의원들이 새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의원들의 속내를 전혀 알 수 없는 이 현상을 ‘이삭 줍기’로 표현했다.

5월 8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동그라미 표’와 ‘숨은 표’가 결국 누구에게로 향할지가 드러나게 된다. 결선투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한 한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를 몇 번 치렀지만 이번만큼은 승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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