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법은 불가피하게 패스트트랙으로 진행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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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있다. 각 당 원내대표다. 선거법 개혁 협상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홍영표 원내대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기로 한 날은 지난 3월 12일이었다. 이날 국회 본회의 정당대표 연설에서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라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큰 소란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강력하게 항의하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했다.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며 인터뷰는 하루 연기됐다. 다음날에도 한국당을 제외한 4당의 선거법 협상이 숨가쁘게 돌아갔다. 이런 가운데 국회 본청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인터뷰가 이뤄졌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법은 불가피하게 패스트트랙으로 진행할 것”

홍 원내대표는 인터뷰하는 도중 휴대전화를 보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선거법이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되더라도 여전히 (한국당과) 협상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설이 파장을 일으켰다.

“저는 솔직히 귀를 의심했다. 너무나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여야 간에 당리당략이 있다 하더라도 넘어서는 안 될 금기를 넘어섰다. 현 정국을 잘 말해주는 압축적인 발언이었다. 야당이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당으로서 당연히 얼마든지 받아들여야 한다. 지적도 마찬가지고 대안 제시도 마찬가지다. 남북문제를 보더라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중요한 시기다. 다시 전쟁이냐 평화냐의 갈림길에 섰다. 국민들은 2017년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것인지 우려하고 있다. 돌아간다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모든 지혜와 힘을 모아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 몇십 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성공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보는 게 아니고 (한국당은) 잘 안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잘 되면 내년 총선에 안 좋다는, 정말 속좁은 정치적 계산으로 이 문제를 바라본다. 이런 것은 정치를 떠나서 용납할 수 없다. 나는 일관되게 ‘적어도 외교·안보 문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자’고 호소했다. 남북 간에 교착상태일 때 오히려 국회가 나서서 좀 더 진전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이 국회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소명이라고 본다. 그러기는커녕 어깃장을 놓고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보니까 이런 (수석대변인) 발언이 나온 거다.”

-올해 들어 겨우 3월에야 국회가 열렸다.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다. 통상 1월 국회는 쉬게 돼 있다. 설날이 끝나고 국회를 열어야 하는데 한국당이 여러 가지 조건을 걸었다.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 특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청문회, 환경부 리스트 국정조사, 손혜원 의원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국회를 보이콧했다. 모두 검찰 수사 중이다. 국정조사를 해봤자 말싸움만 하다 끝나는 거다. ‘못받겠다. 검찰 수사가 끝나고 하자’고 하니 국회를 못연 것이다.”

-전에는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협상 대상이었다가 지금은 나경원 원내대표다. 이후 여야 협상이 잘 안 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협상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은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무한책임이다. 제가 부족해서 안 된 거다. (책임에 대해서) 나 원내대표를 특별히 언급하고 싶지 않다. 정치는 각 당의 이해관계와 국민 그리고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다. 항상 여야 간에 쟁점이 있다. 많은 갈등과 대립이 있다. 그러나 그걸 탓할 수는 없다. 국회 고유의 일은 해야 한다. 초등학교 1·2학년의 영어 방과후 교육을 다시 허용하는 법안이 대표적이다. 법사위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신학기가 시작되고 난 뒤에야 통과됐다. 민생이나 국가 미래를 위한 예산입법은 다른 차원에서 여야가 타협해서 조율해야 하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아예 정쟁의 영역에 빠져 ‘이거 안 들어주면 아무 것도 안 하겠다’고 해서 애꿎은 법안이 통과가 안 된 것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일은 해야 한다. 다 내가 부족해서 안 된 거라고 생각한다.”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이 논란이 되고 있다.

“우선 패스트트랙은 갑자기 생긴 법이 아니다. 국회법에 명시돼 있다. 원래 국회는 다수결이 원칙이다. 그런데 단 한 개의 정당, 한 명의 국회의원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식물국회가 된다.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 패스트트랙이다. 그런데 요건이 엄격하다. 상임위에서도 재적의원 5분의 3이 동의해야 할 만큼 지정하기가 어렵다. 지난번에 ‘유치원 3법’을 처리할 때도 그랬지만 오랫동안 여야 간에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두 명이 반대하면 (통과가) 안 됐다. 지금은 불가피하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밖에 없다. 신속처리 법안에 지정되더라도 최장기간 동안 논의도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 다음날이라도 합의되면 처리할 수 있다.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아예 법안심사에 응하지 않고 협상도 안 되는 이런 상대에 대해서 협상을 해보자고 불러내는 의미가 있다.”

-선거제 룰 협상은 지금까지 여야 합의 없이 통과된 적이 없다.

“이례적인 것은 사실이다. 이대로 통과시키겠다는 게 아니다. 협상에 응하지 않으니까, 무슨 방법이 있나. 선거제 개혁을 포기하느냐, 아니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느냐. 우리는 후자를 택한 거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더라도 여야 간 합의 여지는 그대로 있다. 수정안도 만들 수 있다. 얼마든지 한국당이 참여해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런데 비례대표제를 없앤다는 한국당의 안은 말이 안 된다. 지역구 의원 선거를 통해서는 도저히 국회에 올 수 없는 분들이 있다. 청년, 각 분야의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등을 비례대표로 활동하게 하는 제도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법은 불가피하게 패스트트랙으로 진행할 것”

-지역구 의원을 줄이는 민주당 안에 대해서 당 내부에서는 불만이 없나.

“솔직히 말해서 지역구 의원을 줄이면 민주당이 가장 손해를 보고, 한국당도 손해를 본다. 민주당 내에서 우려나 비판이 있다. 야당도 현행 선거제를 어떻게든 바꾸면 민주당이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익을 보는 거 아니다. 내부적으로 합의 도출이 쉽겠느냐. 의총에서 추인된 안이다. 그래서 야당에게 이런 기회를 소탐대실해서 놓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민주당이 이익을 많이 보려고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장관들의 인사청문회가 3월 국회에서 열린다. 어떻게 보나.

“통과가 될 것이라 본다. 이번 인사는 균형 있게 됐고 청문회 대상 인사들이 다 전문가다. 훌륭한 분들이다.”

-재벌 개혁법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있다.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것(재벌 개혁법)은 여전히 중요한 정책 목표다. 여러 가지 경제상황을 고려하면서 가야 한다고 본다.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인데, 예를 들면 감사위원 분리선출이라든지 집중투표제는 여러 전문가의 이견이 있다. 경제계의 우려도 있다. 그런 것은 좀 더 신중하게 의견을 수렴해서 처리해야 한다. 그런(논란이 되는) 것 외에 나머지는 여야가 합의 못할 이유가 없다. 공정거래법이 이번에 패스트트랙에서 빠졌다. 공정거래법은 사정이 있다. 38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개정한다. 국회에 상정도 안 됐고 논의도 안 됐다. 그래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공정거래법도 내용이 방대해서 이거야말로 여야 간에 논의 수준을 맞춰서 할 수밖에 없다.”

-원내대표를 한 지 10개월이 넘었다.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떤 것이 가장 아쉽나.

“개혁입법을 완성하는 성과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국가정보원법이 그렇다. 제일 아쉬운 것은 국정원법이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원이 국내 사찰에 개입했던 조직, 거기에 속해 있던 IO(정보관), 이런 거 없앴다. 그래서 정말 국정원을 개혁했다. 이젠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전문기관으로 거듭났다. 제가 야당 의원에게 이야기하는 게 ‘국정원 개혁한 지 2년이 됐다. 거기에 맞춰 법을 바꿔야 하는데 안 돼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에 대해 내가 ‘다른 법은 모르겠다. 정치사찰·도청 안 하겠다. 과거에 IO가 정보를 수집하고 정치에 개입했다. 이런 것을 안 하겠다는데 (국회가) 안 해주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국정원법이 정작 패스트트랙에서 빠졌다.

“야당에서 반대해서 그런데, 아쉽다.”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면서 원형탈모로 고생했다고 알려졌다.

“작년에 예산안 통과할 때 가장 힘들었다. 예산안이 통과하던 마지막 날 아침 6시에 집에서 나와 다음날 새벽 6시에 집에 들어갔다. 24시간 계속 협상했다. 들어가자마자 쓰러졌다. 그 무렵 힘들었다. 지금 원형탈모는 증상이 좋아져서 머리가 많이 났다.”

-친문 의원으로 손꼽히는데,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면서 당·정·청 관계가 원만했다고 생각하나.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당·정·청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상임위 당·정·청 회의를 열었다. 이전에는 없었다. 이전에는 해당 상임위와 상의 없이 정부가 발표하는 식이었다. 지금은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면 해당 상임위와 논의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많이 개선됐다. 또 하나는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매주 일요일 저녁에 총리·청와대 비서실장, 당대표 등과 회의한다. 내가 원내대표가 되면서 만들었다. 당·정·청이 소통하는 것을 제도화해서 모든 것이 많이 개선됐다. 주요 정책은 어떻게 보면 우리(민주당)가 주도했다. 확대재정은 재작년에 하지 못했지만 내가 강력하게 주장했다. 작년에 10%에 가깝게 늘렸다. 중요한 정책을 하는 데 있어 이전보다 당이 주도하는 일이 많아졌다. 기억나는 것으로는 부동산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당이 주도했다. 부동산 안정에 큰 역할을 했다. 최근에 카풀 택시 관련 사회적 대타협도 마찬가지로 당이 주도했다. 과거에는 주요 정책을 발표할 때 형식적으로 당이 앉아서 사진만 찍었다. 내가 원내대표가 되어 그런 것은 없었다고 자부한다. 당이 청와대나 정부에서 시키는 대로는 안 했다. 구체적 사례가 많다.”

-원내대표를 그만두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원내대표가 힘든 자리다. 특히 여당 원내대표가 힘들다. 뒤에 딸이 그린 그림이 있다. 제목이 여당 원내대표다. 닭을 그렸다. 내가 닭띠다. 닭이 화려하다. 하지만 목이 비틀리고 고생을 한다. 여당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훨씬 많다. ‘을’ 중의 ‘을’이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하루하루 날짜를 세고 있다. 5월 초에 그만둔다. 드디어 두 달 안으로 들어왔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통과가 끝나고 거의 다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 패스트트랙 협상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원내대표 후 행보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글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사진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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