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완성! 지방분권 실현!’ 세종시 주요 도로마다 나부끼는 플래카드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이춘희 세종시장의 가슴에도 같은 글귀가 적힌 배지가 달려 있었다. 기자가 관심을 보이니 선뜻 가슴에 찬 배지를 떼서 건네준다. 절박하다. 지방분권 관련 토론회나 세미나가 열리는 자리이면 토론자나 내빈자 중에 이 시장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6·13 지방선거 동시개헌은 절호의 기회다.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어정쩡한 이름을 가진 절반의 행정수도를 개헌 명문화를 통해 완성할 수 있는 기회로 보는 것이다. 당위성 주장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이 시장을 만나 그 논리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월 30일, 세종시 시장실에서 진행했다.

-오다가 플래카드 걸려 있는 것을 봤습니다. ‘행정수도 완성, 개헌으로 완성된다’ 6·13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국정과제이죠. 국회에서 안을 만들지 못한다면 청와대가 독자적인 안을 낸다고 했습니다. 국회 안이든 청와대 안이든 개헌안에 세종시 행정수도가 명문화될 것으로 봅니까.
“저는 되리라고 봅니다. 우선은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사안입니다. 제가 겪은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을 쉽게 하지도 않지만, 약속을 잘 지키는 분입니다. 작년 대선 때 각 당 후보들이 다들 공약으로 이 문제를 내놓았는데, 그 중 문 대통령은 제일 조심스럽게 공약을 냈습니다. 문 대통령은 현 상태에서는 위헌결정(2004년)이 존재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바로 행정수도로 만들겠다는 약속은 못하겠다. 그렇다며 두 가지 일을 하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첫째는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실제 이미 상당 부분 실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약속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 있는데, 단계별 부처 이전 계획에 따라 내려오게 돼 있는 부처 중 아직 안 내려온 곳들이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인데요, 그 부처들을 옮기겠다고 하셨죠.”
“수도 서울이 관습헌법으로 발목 잡아”
-올해 안에 하는 것으로 이미 결정 난 것이 아니었나요.
“이전할 건물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우선 작년도에 법이 통과되었고요, 행안부 이전은 법률이 통과됐습니다. 약속을 이행하기 시작한 것이고, 완결될 때까지 실질적 실행시간은 걸릴 겁니다. 두 번째는 2012년 선거 때부터 한 말씀인데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입니다. 그 예산도 2억원이 반영되었죠.”
-정부 부처 취재를 하다보면 비효율성 같은 것이 없지 않습니다. 국·과장 같은 분들은 매번 서울 출장 중입니다. 국회에 보고하러 가셔서 오늘은 통화가 어렵다는 식이고. 국회 분원이 만들어지면 이런 문제는 해결되는 겁니까.
“그렇죠. 지금은 행정은 세종이고 정치는 여의도로 분리돼 있다 보니, 여러 가지 비효율 문제가 심각합니다. 길국장, 길과장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장·차관, 간부 공무원들이 서울로 왔다갔다 하다보니 출장비도 많이들고…. 출장비는 오히려 큰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정책 결정은 장·차관, 실무자가 머리를 맞대고 토론도 하고 꼼꼼히 챙겨보고, 실무자는 이런 저런 부작용이나 문제점도 말씀드릴 수 있어야 정책 실패가 안 생기는데 정책 품질이라는 측면에서는 지금 불안한 구석이 있어요. 적어도 국회는 당장이라도 서둘러서 이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개헌을 하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말씀이네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실질적인 행정수도 건설은 건설대로 추진하되, 행정수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 명문규정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로, 2004년 10월 21일 헌재 위헌결정은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것이 관습헌법이라는 거예요. 관습적으로 국민들이 다들 인식하고 있는 헌법적 지위를 가진 법규범이라는 것인데, 이게 불문헌법이지만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니 행정수도를 옮기려면 헌법을 개정해서 옮겨라, 하는 것이겠죠. 그래서 이번에 개헌하니 개헌안에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문화하자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2012년 세종시장 출마 기자회견할 때 그 주장을 처음 했었는데, 당시는 반응이 썰렁했어요. 그때까지 세종시 건설 백지화니 이명박 정부 때 세종시 수정안이니 온통 시끄러워서 다들 지친 거예요. 제가 불은 지폈지만 공감대가 많지 않았습니다. 저는 말이 씨가 된다고 봅니다. 계속 설득하고 말을 하고 저 혼자만 한 것이 아니라, 세종시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하신 이해찬 의원도 같은 공약을 했고, 2012년 당시 문재인 후보도 같은 공약을 했어요. 헌법을 고쳐서 하자는 이야기도 과거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지만 이제는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한 홍준표 후보도 ‘내가 대통령이 되면 헌법을 고쳐서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겠다’고 했고, 안철수 후보도 똑같은 발언을 했으며, 유승민 후보는 조금 발언 내용이 다르기는 한데, 국회 이전은 해야 한다고 했고…, 심상정 후보도 표현은 다르지만 행정수도 세종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지금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하는데 지방분권은 이 사람 저 사람 모두 이야기하고 있지만, 행정수도 개헌은 쟁점화가 안 되고 있어요.”
-왜라고 생각하십니까.
“쟁점화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에요. 일단 충청권 의원들은 행정수도 세종으로 개헌하자고 주장하는데, 다른 의원들이 반대해야 쟁점이 되는데 반대 목소리가 정치권에서는 안 나와요. 다만 헌법학자들이나 법률가들 사이에서는 그렇다면 개헌안의 어떤 문구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은 경제수도, 세종은 정치행정수도”
-논의의 구도는 어떻게 됩니까.
“일단 수도는 뭐고 행정수도는 뭐냐, 개념규정이 필요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서울은 경제수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수도로 두고 행정 기능을 뽑아내 정치행정수도로 만들자는 말씀인데요, 수도 기능엔 한 나라를 상징하는 기능, 경제중심·문화중심·정치행정중심 기능이 있습니다. 행정수도 세종을 명문화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고, 그러면 서울은 뭐냐, 서울은 대한민국의 상징 수도로서의 역할을 하고 행정수도만 세종시로 하자는 것이 있고, 또 다른 분들은 행정수도를 헌법으로 정할 것은 아니고 국회 차원에서 법률로 정하고 예산을 세워서 수도 이전만 하면 된다고 봅니다. 이런 경우에는 헌법으로부터 위임 받아 법률사안이라고 정해주면 됩니다. 수도나 국어, 국화, 국가, 국기 같은 ‘국가 상징’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따로 정하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이번에 개헌이 이뤄지면 30년 만의 개헌입니다. 행정수도 명기나 지방분권 문제도 중요한데, 선거구제와 같은 다른 중요 이슈에 묻혀서 실제적으로 논의에서 빠져버리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개헌이라고 하면 늘상 권력구조 개정만을 염두에 두는데, 부담스럽게 생각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헌법 규정을 고치면 큰일이 나는 줄 아는데 실제 미국과 같은 다른 나라들을 보면 자주 바꿉니다. 헌법 조항을 시대상황을 반영해서 계속해서 손질했어야죠. 헌법을 바이블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행정수도 명문화가 논의에서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각 당에서 다 약속된 사항인데, 이견이 있을 리가 없어요. 누가 이거를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어느 당에서 반대한다고 나서면 모르겠는데 그런 사람이 있나요. 혹시 그런 사람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제가 찾아가서 설득할테니까.”(웃음)
<글·사진 정용인 기자·우철훈 선임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