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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새로 무엇을 담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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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의 연속성 확보’ 뒷받침 필요… 전문과 기본권 관련 여러 변화 전망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연일 개헌에 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2016년 12월 국회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를 구성해 23차에 걸쳐 구체적인 개헌 내용에 대해 토론했다. 2017년 2월, 5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개헌특위 자문위는 이미 분야별로 헌법 개정안 초안의 밑바탕이 될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개헌특위는 2018년 2월까지 개헌 초안을 마련하고, 3월에 개헌안을 정식 발의할 예정이다.

2017년 11월 22일 국회 개헌특위 여야 의원들이 서로 인사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2017년 11월 22일 국회 개헌특위 여야 의원들이 서로 인사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개헌특위 자문위는 기본권, 경제재정, 지방분권, 정부형태, 정당선거, 사법부 6개 분과로 나뉘어 구체적인 조문을 어떻게 바꿀지 논의해 왔다. 이미 2017년 10월에 자문위의 각 분과별 보고서가 완성되기 시작했다. 2017년 11월 22일부터 12월 6일까지 계속된 개헌특위의 집중토론은 자문위의 분과별 보고서를 토대로 진행됐다.

개헌특위 내에서 가장 논쟁이 치열했던 부분은 정부 형태와 관련한 내용이다. 개헌특위 자문위 내에서는 크게 혼합정부제와 대통령 4년 중임제로의 개헌으로 입장이 정리됐다. 11명으로 구성된 자문위 정부형태분과 위원 중 다수는 혼합정부제(분권형 정부제)를 주장하고 있고, 소수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주장하고 있다.

국회의 총리 선출이냐 대통령 중임제냐
혼합정부제를 지지하는 측의 안대로 헌법이 개정될 경우, 행정부의 수반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가 선출하는 총리가 된다. 대통령은 기존의 국가원수 지위를 유지하지만 외교·통일·안보나 그 외 국민통합과 관련한 사항을 관장하는 직책이 되며, 임기는 5년 단임제에서 6년 단임제로 변경된다. 또한 행정부 수반인 총리가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4년 중임제 개헌안에서도 여러 방식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는 장치가 있다. 4년 중임제 개헌안에 따르더라도, 의회의 행정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률안 제출권이 폐지된다. 또한 ‘제왕적 대통령’의 정치·문화적 근거가 된 국가원수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반면, 여당 측 개헌특위 위원들은 4년 중임제에 대한 선호가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2월 6일 23차 개헌특위에서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여러 언론사의 대국민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국민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한 선호가 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최인호 의원도 “3분의 2의 국민들이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다”며 “제가 느끼는 국민 여론의 전체적인 정부 형태의 선호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에 기초해야만 개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개헌특위 자문위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누가 권력을 가질 것인가’보다 ‘국정의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문위 정부형태분과 위원인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2017년 12월 6일 23차 개헌특위 회의에서 5년마다 국정의 단절이 이뤄져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민주공화국의 출발 원리는 국정의 연속성 확보”라며 “지금은 5년에 한 번씩 진영 의제, 정당 의제가 국가 의제가 되어버림으로써 역설적으로 저출산·고령화 등의 국가 의제가 정체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 외에 권력구조와 관련한 개헌의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국회에 대해서는 지역 대표성을 갖는 상원을 신설하는 개정안이 자문위에서 논의됐다. 국정감사는 폐지하는 대신 국정조사의 요건을 완화시키고, 권한을 강화하는 등 국정조사 자체가 활성화돼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됐다. 대통령 결선투표제에 대해서도 헌법에 명문화하는 내용이 자문위에서 논의됐다.

헌법 전문과 기본권에 관해서도 여러 가지 변화가 예상된다. 개헌특위 자문위 기본권분과는 헌법 전문(前文), 총강 및 기본권과 관련한 항목에 대한 개정안을 제출했다.

자문위 개정안은 헌법 전문에서 ‘4·19 민주이념’을 ‘4·19혁명’으로 고쳤다. 또한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 부마항쟁, 촛불시민혁명 등도 포함시키자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개정안은 ‘동포애’, ‘민족의 단결’ 등 민족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표현을 삭제했으며, 현행 ‘사회적 폐습과 불의 타파’라는 추상적인 표현 대신 인류애, 생명존중, 환경보호 등의 구체적인 표현을 추가했다. 민중가요의 가사로 널리 알려진 현행 헌법 1조 2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뒤에 ‘국민을 위하여 행사된다’가 추가될 전망이며, 지방분권을 강조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분권형 국가를 지향한다’는 표현도 헌법에 추가된다.

기본권의 주체에 관한 헌법 10조에서 ‘국민’을 ‘사람’으로 고친 것도 주목된다. 국적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자문위의 헌법 개정안에서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은 헌법 11조에 생명권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이미 1996년 헌법재판소는 생명에 대한 권리를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자문위 개정안은 11조 1항에 생명권을 명시하고 2항에서 ‘사형은 금지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나 추미애 민주당 대표 등도 사형제 폐지가 헌법에 담겨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방정부도 법률 제정할 수 있어
지방분권 확대는 개헌 논의과정에서 개헌특위 위원, 자문위원 사이에 큰 이견이 없이 진행됐다. 현행 헌법은 단 2개 조항으로 지방자치를 다루고 있는 반면, 개헌특위 자문위의 개정안은 여러 헌법 조항을 신설해 지방자치를 확대할 방침이다.

우선 개정안은 지방자치를 다루는 헌법 117조의 ‘지방자치단체’라는 표현을 ‘지방정부’로 바꿨다. 또한 현행 헌법은 지자체를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기관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개정안의 지방정부는 주민이 자치권을 행사하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한다. 또한 현행 헌법은 법률에 따라 지자체의 종류를 정할 수 있는 반면, 개정안은 지방정부의 종류를 변경할 때 ‘주민투표를 거쳐 법률로 정한다’고 표현했다. 두 조항 모두 주민의 적극적인 역할을 헌법에 담은 것이다.

여러 지방자치와 관련한 개헌안 중 눈에 띄는 것은 자치입법권이다. 자문위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정부(지자체)가 관할구역 내에 효력을 가지는 법률을 자체적으로 제정할 수 있다. 물론 개정안도 외교·국방·치안 등 국가의 존립과 관련한 부분이나 조세처럼 전국적 통일성이 필요한 부분은 중앙정부의 입법사안이며, 중앙정부의 법률이 지방정부의 법률에 우선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기존 지자체의 조례가 법률의 범위 내에서 제정될 수밖에 없었던 반면, 자문위 개정안대로 헌법이 바뀐다면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법률과 상충되지만 않으면 독자적으로 법률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자문위 개정안은 지방정부가 법률을 통해 자체적으로 과세를 할 수 있게 했다. 자문위는 지방정부의 자체적인 과세를 통해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지방정책의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지방정부의 입법권이 개정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개헌넷 정책자문단장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앙정부 법률이 지방정부 법률을 뒤엎을 수 있는 지금의 개정안은 중앙정부에 지나치게 간섭권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중앙정부 법률과 지방정부 법률이 충돌하지 않도록 각자 배타적인 입법 영역이 있는 한에서 양쪽에 동등한 권한을 주는 것이 지방자치 확대의 취지에 더욱 어울린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자치 확대 주장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2017년 11월 28일 20차 개헌특위 회의에서 “지방분권이 이론적으로는 설득력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지자체에) 보건·환경 권한이 다 위임되어 있지만 절대 단속을 안한다. 헌법에 지방분권을 반영할 경우엔 이런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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