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동작갑·금천·은평갑·강서갑 등 4년 만에 프리미엄 잃어버려
4년 전 2012년 19대 총선에서 당시 야당인 민주통합당에서 투표일을 앞두고 분석한 내부 판세에 따르면 서울에서 ‘확실한 우세’ 지역은 서울 동작갑(전병헌 의원), 구로을(박영선 의원), 도봉갑(인재근 의원), 금천(이목희 의원), 광진을(추미애 의원)이었다. ‘우세’ 지역은 은평갑(이미경 의원), 마포을(정청래 의원), 강서갑(신기남 의원)이었다. 이들 지역의 민주당 후보는 당시 총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호남 출신 유권자와 젊은 층이 많은 지역구인 데다 후보의 지명도까지 더해, 투표일까지 총선기간 내내 여당인 새누리당의 후보를 압도했다.
하지만 4년 뒤 올해 20대 총선에서는 이들 지역구 중 여야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지역구가 많다. 말 그대로 뽕나무 밭이 바다로 변해버린 상전벽해(桑田碧海) 지역구다. 야당의 상전벽해 지역구로는 동작갑·금천·은평갑·강서갑이 눈에 띈다. 현역 의원이 당내 공천이나 당내 후보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현역 프리미엄을 잃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천은 구로갑·을과 함께 대표적인 야당의 텃밭으로 불린다. 이목희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5만4547표를 얻어, 3만7357표를 받은 새누리당 김정훈 후보를 물리쳤다. 무려 1만7000표 차였다. 하지만 더민주의 이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이훈 후보에게 밀렸다. 이 지역은 현역 의원이 없는 무주공산이 됐다. 한인수 새누리당 후보가 이훈 더민주 후보, 정두환 국민의당 후보, 유재운 무소속 후보와 맞서면서 일여다야의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호남의 조직세가 강한 지역구여서 더민주의 텃밭이었던 이 지역구가 이번 총선에서 일여다야라는 선거구도 때문에 세 당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격전지로 변한 것이다. 국민의당 정 후보는 “중앙당에서 이 지역이 박빙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은평갑은 더민주의 이미경 의원이 비례대표 의원직에 이어 17대 총선 때 이 지역구에 와 내리 3선을 한 곳이다. 19대 총선에서는 4만2672표를 얻어 3만6071표를 얻은 새누리당 최홍재 후보를 6000여표 차이로 눌렀다. 이번 총선에서는 민변 전 사무처장인 박주민 후보가 더민주의 공천을 받았으나 총선 신인인 탓에 이 지역구에서 최홍재 후보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대구지역 20대 총선 후보들이 4월 6일 대구 두류공원에서 대시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그동안의 잘못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시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있다. / 연합뉴스
정치신인 공천·일여다야 국면 영향
동작갑은 더민주의 전병헌 의원이 컷오프(공천배제)되면서 여야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새누리당 이상휘 후보와 더민주 김병기 후보, 국민의당 장환진 후보, 녹색당 이유진 후보, 민중연합당 김주식 후보가 맞서면서 일여다야의 구도를 만들었다. 이 지역은 19대 총선에서 더민주 전병헌 후보가 5만6794표를 얻어 새누리당 서장은 후보(4만5422표)를 1만1000여표 차로 이긴 지역구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이상휘 후보와 더민주 김병기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다.
강서갑 역시 더민주에게는 우세 지역(19대 총선)에서 박빙 열세 지역(20대 총선)으로 바뀐 지역구다. 19대 총선에서 신기남 의원이 민주통합당 후보로 6만4187표를 얻어, 5만5982표를 얻은 구상찬 후보를 꺾고 금배지를 달았다. 이 지역구에서는 신 의원이 더민주를 탈당해 무소속 후보로 나섰고, 금태섭 후보가 더민주의 공천을 받아 새누리당 구상찬 후보와 격전을 벌이고 있다.
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더민주의 텃밭이 이번 총선에서 다수 격전지로 바뀌었다. 인천 계양갑에서는 국민의당 신학용 의원(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야당의 텃밭이었다. 하지만 신 의원이 총선에 불출마하면서 일여다야의 국면이 펼쳐지며 격전지가 됐다. 이와 비슷한 지역이 남양주갑 지역구다.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한 더민주 최재성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이 더민주의 공천을 받았지만 일여다야의 국면에서 더민주로서는 승리가 만만치 않은 지역구가 됐다.
이처럼 19대 총선에서 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던 곳이 20대 총선에서 박빙 대결의 격전지로 변한 데에는 정당 지지율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무엇보다 수도권 지역의 정당 지지율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계속 30% 중반 이상을 유지한 반면, 더민주의 정당 지지율은 20%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결국 현역 의원의 프리미엄이 유일하게 여당 후보를 앞설 수 있는 무기인 셈이다. 하지만 정치신인이 공천되고 일여다야의 국면을 맞이하면서 총선 내내 힘겨운 승부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더민주에 상전벽해 지역구는 텃밭이었던 호남이라고 할 수 있다. 19대 총선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나 다름 없었던 호남지역 전체가 국민의당과 반분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국민의당 후보에게 대부분 밀리는 상황을 맞이했다. 더민주의 문전옥답을 놓고 국민의당과 일전을 겨루면서 상전벽해가 따로 없는 형국이 된 것이다.

새누리당도 대구서 악전고투
새누리당 역시 영남에서 텃밭이 바다로 변해버린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대구가 대표적이다. 수성갑은 서울의 종로처럼 대구의 정치1번지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지난 19대 총선때 야당의 김부겸 후보는 악전고투했다. 3선에 도전하는 이한구 의원과 맞섰으나 새누리당 일변도인 지역 민심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그 양상이 다르다. 김부겸 후보가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를 줄곧 앞서나가고 있다.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와 김문수 후보는 ‘매일 아침 100배 석고대죄’라는 초강경수까지 동원했다. 이제 수성갑은 새누리당의 텃밭이라는 명칭을 붙이기조차 힘들게 됐다.
대구 북을에도 생각지 못한 변화가 일고 있다. 홍의락 후보가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양명모 후보를 계속 이기고 있기 때문이다. 홍 후보는 19대 국회에서 더민주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이었다. 새누리당 양 후보는 삭발까지 강행하면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19대 총선 때 이 지역구에서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6만6595표로, 2만7476표를 얻은 통합진보당의 조명래 후보를 압도적인 차로 이겼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대구지역에서 선거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 인사는 “박근혜 정부가 잘못한 것인지, 정부의 경제정책이 잘못됐다고 보는 것인지, 아니면 진박 낙하산 후보 공천의 오만에 대한 반발인지는 모르겠지만 밑바닥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는 비록 여당 성향 무소속 후보이기는 하지만 대구 동갑의 유성걸 의원과 대구 수성을의 주호영 의원, 대구 달성의 구성재 후보 등이 선전하고 있어 새누리당의 본거지라는 면모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곳에서 무소속 바람이 만만하지 않자, 새누리당 공천 후보들은 4월 6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큰절 읍소로 대구 유권자들의 분노를 달래려고 시도했다. 무소속 바람은 부산·경남·울산·경북 일부 지역구에도 불어 새누리당의 텃밭을 흔들고 있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강남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강남을 지역구에서 더민주 전현희 후보가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와 접전을 펼치고 있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당의 자체 조사 결과로는 전 후보가 선전하고 있어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