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3주년 맞은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 “녹색당은 당명 절대로 안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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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은 다른 정당들과는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가 다르다. 정당은 자기 정체성으로 활동하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녹색당 중 이름을 가장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정당은 어디일까.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도, 원내정당인 정의당도 아닌 바로 녹색당이다. 녹색당은 앞으로도 이름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 당원들의 확고한 신념이다. 그리고 녹색당의 가치와 정책을 꾸준히 실천하면서 녹색당만의 길을 걸을 예정이다.

서울 녹색당 사무실에서 만난 한 녹색당원은 “우리는 처음부터 단기간에 정치적 성과나 정치상황에 휘둘리지 말고 우리의 길을 가자고 맹세했다”며 “당원들 모두 원내정당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녹색당의 기반을 확실히 만들었다는 자긍심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4주년인 3월 11일 창당 3주년을 맞은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만나서 롱런(?) 비결을 들어봤다.

창당 3주년 맞은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 “녹색당은 당명 절대로 안 바꿉니다”

당 운영과 관련해 소수당으로서 그동안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우리는 순수하게 당원들의 당비로만 운영한다. 그래서 형편이 어렵다. 평상시는 그래도 괜찮은데 선거 때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특히 우리 같은 원외정당은 선관위로부터 국고보조금을 한푼도 받지 못한다. 국회의원에 출마할 경우 기탁금을 지역·비례대표에 관계없이 1500만원을 내야 한다. 그리고 득표율이 15% 이상 나오지 않을 경우 돌려받을 수도 없다. 당원들의 특별당비를 모아 후보자를 출마시키는 우리당으로서는 선거 때가 가장 힘들었다.”

당원들의 당비로만 운영이 가능한가.
“당비를 정기적으로 내는 진성당원이 6400명이다. 진성당원은 매달 3000원 이상을 내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 1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매달 들어오는 당비는 4200여만원 정도다. 당비 중 40%는 서울에서 사용하고, 60%는 지방조직으로 내려보낸다. 녹색당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 14개 광역시에 사무실과 조직이 있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특별당비 2억3000만원을 모아서 치렀다. 하지만 전국선거를 치르려면 진성당원이 1만명 이상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원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녹색당을 창당한 동기는 무엇인가.
“지난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창당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일본과 이웃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21개의 원전이 있기 때문에 녹색당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유럽에서 녹색당이 원전을 멈추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발기인 200명으로 2011년 8월부터 창당준비를 했다. 그리고 2012년 3월 4일 창당할 때는 당원들이 4000여명이었다. 지금은 진성당원만 6400여명이다.”

녹색당이 한때 간판을 내릴 뻔한 위기도 있지 않았나.
“녹색당은 창당 이후 바로 2012년 4월 11일 총선에 참여했다. 당시에 녹색당은 총선 준비도 부족했고 인지도도 낮아서 전국 득표율이 2%에 미달했다. 그래서 정당법에 따라 바로 다음날 등록이 취소되고 4년간 당명도 쓰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받았다. 이에 대해 녹색당은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청구했다. 그리고 선관위에는 ‘녹색당 더하기’라는 새로운 당명을 등록하고, 계속 정당활동을 했다. 지난해 1월 헌재가 현행 정당법이 위헌이라고 결정을 내림에 따라 다시 녹색당이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녹색당의 이념과 노선은 무엇인가.
“녹색당은 환경문제만을 다루는 정당이 아니라 ‘녹색정치’를 한다고 보면 된다. 녹색당은 우리가 살면서 부딪히는 온갖 사회적 불평등과 생태적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공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하려면 단순히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교육·복지·조세정책 등 우리 사회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녹색당은 바로 이런 일에 앞장서고 있다.”

녹색당의 활동 중 다른 정당들과 비교할 때 차별화된 것들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탈핵기본법을 제시했다. 이번에 월성1호기 수명 연장과 관련해 당원들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매주 항의집회를 하고 있다. 다른 당에서 관심이 없는 동물복지법도 법안 형태로 제안했다. 그리고 3월 29일 개최되는 대의원대회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당론으로 결정하게 된다. 기본소득은 노동을 하든 말든, 재산이 있든 없든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소득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개인당 30만∼40만원 정도는 지급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개인과 기업이 버는 돈은 토지 등 공유재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이익을 환수해서 모든 국민에게 고루 나눠주자는 것이다. 미국 알래스카주에서는 기본소득 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스위스에서도 이 정책이 국민발의 형태로 의회에 제출된 상태다. 전혀 비현실적인 얘기는 아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4월 29일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선이다. 녹색당은 이번에 후보자를 출마시키나.
“4월 재·보선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고 다른 정당 후보를 지지하지도 않을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강제해산으로 치러지는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우리는 올 상반기에 경북 영덕 신규원전 건설 반대 등 중요한 사업이 많아서 당력을 그쪽으로 집중하기로 했다.”

현재 진보진영의 정의당, 노동당, ‘국민모임’에서는 제3신당을 추진하고 있다. 녹색당이 신당 창당을 논의하는 원탁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이유는.
“우선 녹색당은 다른 정당들과는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가 다르다. 정당은 자기 정체성으로 활동하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사람들이 하면서 정당의 이름을 계속 바꾸고 있고, 각 정당들 간의 이합집산도 심하다. 서로 차이가 있는데 무조건 합치라고 하면 안 된다. 다만 녹색당은 다른 진보정당들과 연대와 협력은 항상 할 수 있다.”

내년 총선에서 녹색당의 오랜 꿈인 원내의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나.
“우리 당은 내년에 꼭 원내에 진입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 원내에 진입해야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정치적 시민권을 얻어야 녹색당이 지향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는 서울 등 전국적으로 상징성이 있는 곳에 후보자를 출마시킬 예정이다. 나도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지역구에 출마할 예정이다. 우리는 비례대표에서 의석을 획득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정당득표율 3% 이상을 얻으면 당선자를 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녹색당은 인지도와 국민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다.”

하 위원장께서 귀촌해 농촌에 살고 있다고 들었다.
“충남 홍성에서 귀촌을 하려고 한다. 나의 정치적 신념과 일상생활을 일치시키기 위해 귀촌을 결심했다. 홍성에 녹색당원들도 많고 친환경농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곳을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지는 않다. 녹색당 당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서울 등 전국을 왔다갔다 하느라 시간이 안 된다. 지금은 왔다갔다 한다. 하지만 앞으로 농촌에 반드시 정착할 것이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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