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ㆍ문재인ㆍ김무성 최근 여론조사서 1부리그 형성… 안철수ㆍ김문수ㆍ홍준표ㆍ정몽준ㆍ안희정 8~4%대 지지율로 2부 리그서 탐색전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대선주자들이 2015년에는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차인 새해에는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현재 거론되는 주자들 이외에 새로운 인물이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2월 8일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계기로 잠룡들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의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를 보면 야당이 두꺼운 후보층을 바탕으로 앞서가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 이후 거물 정치인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새누리당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는 박원순 서울시장(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새정치연합), 김무성 대표(새누리당)가 다른 후보들보다 앞서가고 있다.
![[표지이야기]서서히 달궈지는 ‘잠룡들의 리그’](https://img.khan.co.kr/newsmaker/1108/20141231_16.jpg)
박-안철수처럼 문-안희정 지지율 연동
박원순 시장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2월 15일부터 19일까지 전국의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17.8%로 1위를 차지했다. 문재인 의원(14.8%)과는 3%포인트 차였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12.0%의 지지를 얻어 ‘빅3’에 합류했다.
박원순·문재인·김무성이 지지율 10%를 넘는 1부리그에 속해 있다면 ‘안철수·김문수·홍준표·정몽준·안희정’은 지지율 5% 전후로 밀집해 있는 2부리그에서 뛰는 형국이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은 8.4%, 김문수 전 경기지사(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는 7.3%, 홍준표 경남지사(새누리당)는 6.3%, 안희정 충남지사(새정치연합)는 4.8%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유·무선 임의걸기(RDD) 방식 및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2.0%포인트다.

박원순 시장 | 김영민 기자
박원순 시장은 지난 10월부터 계속 1위를 달리고 있다. 박 시장의 선두 비결은 중앙정치 무대 밖에 있기 때문에 주요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정치권의 책임론에서 벗어나 있는 데다, 안철수 의원에게 실망한 지지층이 박 시장에게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 시장은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하면서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해 왔다. 반면 안 의원은 지난 3월 민주당과 합당한 이후 잇따른 실책과 7·30 재·보선 참패로 자멸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안철수 의원의 지지층은 지난 대선 때 보여줬듯이 무당파층과 진보적 중도층이었다”며 “하지만 안 대표가 정치권에 들어와서 새정치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안철수 현상’이 사그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의원 | 연합뉴스
최근 당대표 출마를 굳힌 문재인 의원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대선 때 1400여만표를 득표한 문 의원은 여전히 야권 지지층의 뇌리에 박혀 있다. 또한 60%에 달하는 친노(노무현) 성향의 당원들도 우군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 의원이 2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오르면 지지율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당대표는 기회요인보다 위협요인이 더 많다는 점에서 리스크도 여전히 존재한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의원이 대표가 된다면 6개월 안에 탕평인사를 하는 등 ‘친노의 문재인’이 아닌 ‘새정치연합의 문재인’이 돼야 한다”며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당이 분열해 쪼개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것은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이 연동돼 반비례하듯이 친노진영의 문 의원과 안희정 충남지사도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 지사가 차기 대권주자로서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5% 내외의 지지율에 머물러 있는 것은 고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 중 상당수가 안 지사보다는 문 의원에게 더 많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 | 연합뉴스
새누리당에서는 당대표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가 야권 잠룡들을 위협하고 있다. 잠룡이 당대표를 맡고 있으면 지지율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우선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때문에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여기에 당대표는 조직을 장악하고 인사권을 갖고 있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추락하고 있는 최근 상황도 김 대표에게는 나쁘지 않다.
김 대표에게 최대 변수는 새 인물의 부상이다. 김 대표가 야권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원이 많은 여권에서는 얼마든지 새로운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설이 나왔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박원순 보수화에 야당 지지자 등 돌려
정치컨설팅 더플랜의 양대웅 대표는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에서 다른 경쟁자들 없이 너무 빨리 노출됐다는 것이 김 대표에게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다”라며 “김 대표가 부산·경남 이외에서 고르게 지지층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여권을 고민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김문수 혁신위원장과 홍준표 경남지사의 ‘보수 아이콘’ 경쟁도 흥미롭다. 최근 김 위원장이 내놓은 새누리당 혁신안이 의원들의 반대로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김 위원장의 지지율도 정체상태다. 반면 홍 지사는 지방정치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상급식 중단 발언 등 노이즈 마케팅을 펼치면서 보수층을 자극하고 있다.
일반 국민이 아닌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는 또 다르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변함없이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박원순 시장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뷰와 인터넷방송인 팩트TV가 12월 17일 대선 2주년 기념으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새누리당 지지층(367명)에 물어본 결과, 김무성 대표 25.8%, 정몽준 전 대표 14.5%, 김문수 전 경기지사 14.0% 등으로 집계됐다.
새정치연합 지지층(2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47.8%로 박원순 시장(20.8%)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안철수 의원의 지지도는 15%였다. 지난 11월 말 조사와 비교해볼 때 문 의원은 31.5%에서 16.3%포인트 급등한 반면 박원순 시장은 33.0%에서 12.2%포인트 급락했다.
불과 한 달 만에 박 시장에서 문 의원으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난 것은 최근 잇따라 보수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박 시장에 대한 지지층의 거부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박 시장은 최근 서울시민이 만든 인권헌장을 선포하지 않아 진보진영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일반 국민이 아닌 새정치연합 지지층을 대상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일반 여론조사 결과보다 격차가 많았던 것 같다”며 “이번 결과는 지지자들이 보수로 회귀하는 주자들에 대해 강한 견제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