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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업무나 할 수 있는 곳’ 갈등 진원지 제2부속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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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 수행 담당하던 곳 폐지 않고 최측근 앉혀… 업무도 예산도 베일 속, 견제받지 않는 권력 ‘무임소 장관’으로 불려

무임소 장관이라는 직책이 있다. 1981년까지 유지됐다. 이후 정무장관으로 개편됐다가 1998년 사라졌다.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으로 그 기능이 잠깐 부활하기도 했다. 무임소 장관은 정부의 특정한 행정업무를 담당하지 않는다. 행정안전부, 국방부 등과 같이 소속된 정부 부처가 없다. 때에 따라서 전정부적인 입장에서 사안을 다루는 장관이라고 보면 된다.

사라졌던 무임소 장관이 현 정권에서 부활했다는 말들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청와대 제2부속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제2부속실은 영부인 수행업무를 관장하는 곳이다. 배우자가 없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제2부속실은 본래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제 2부속실은 폐지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많았다. 제2부속실은 없어지거나 제1부속실과 합쳐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여권에서는 제2부속실이 폐지될 것으로 보고 4급 이재만 전 보좌관과 5급 정호성 전 비서관, 5급 안봉근 전 비서관이 비서실에 어떻게 배치될 것이냐는 게 화제였다. 그러나 제2부속실은 없어지지도, 제1부속실과 합쳐지지도 않았다. 2부속실은 그대로 살아남았고, 안 비서관이 그 자리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인수위 당시 제2부속실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소외된 계층을 살피는 민원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지금 제2부속실을 소외계층을 위한 민원 창구로 보는 이는 없다. 여권 관계자들에게 청와대 제2부속실에서 지금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알 수 없다”고 답한다. 지난 국정감사 때 논란이 됐던 윤전추 행정관의 소속 또한 제2부속실이다. 윤 행정관은 유명 연예인들의 트레이너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제2부속실이 민원업무와는 거리가 먼 곳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제2부속실을 “한마디로 무임소 기관이며, 제2부속실을 관할하는 안봉근 비서관은 무임소 장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확한 업무가 정해지지 않은 채, 청와대의 여러 가지 일들에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비서관에게 장관이라고 붙인 것은 그만큼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비유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제2부속실은 모든 업무를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자리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 참석한 안봉근 제2부속 비서(왼쪽 두 번째). | 연합뉴스

지난 1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 참석한 안봉근 제2부속 비서(왼쪽 두 번째). | 연합뉴스

무슨 일 하는지 여권인사들도 몰라
비선 논란과 관련해 ‘제2부속실’은 갈등의 진원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제2부속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2부속실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베일에 싸인 곳이다. 원래 영부인을 수행하다 보니 대통령과의 접촉면은 넓지만 이슈에 따라 움직이는 곳이 아니니까 언론에 노출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견제받지 않은 권력이 숨어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곳이다.”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봉근 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제2부속실의 역할을 학교 교감에 빗댔다. “제2부속실의 안봉근 비서관 역할은 한마디로 학교 교감선생님 같은 거다. 특정하게 맡은 역할 없이 이 일 저 일 관여를 한다는 건데, 일부에서는 공조직을 넘은 월권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민정수석실 경찰 인사를 제2부속실에서 전횡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제2부속실과 청와대 내 다른 조직의 마찰이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다.

갈등의 뿌리에는 불분명한 권력과 불투명한 예산 흐름이 있다. 정확한 업무와 역할 범위가 주어지지 않은 자리에 대통령의 최측근이 자리하고 있고 돈의 쓰임 또한 공개되지 않으니 권력갈등과 의혹이 생겨나기 쉬울 수밖에 없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제2부속실의 권한이 불분명하고 박근혜 대통령과의 거리가 가깝다보니 만약 제2부속실장이 누구를 어디에 넣어주라고 하면 이게 부속실장 생각인지 대통령 생각인지 알 수가 없고 물어볼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문고리 권력의 힘이 반복되다 보면 권력간 마찰이 일 수밖에 없다. 돈의 흐름 또한 불투명해 의혹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 이후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정보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 후 녹색당은 청와대 예산집행 실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업무추진비라고 할 수 있는 특수활동비의 규모는 커지는데 여기에 대한 지출 관련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위원장은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의무공개사항인데 청와대는 공개를 안 한다. 항목에 관계없이 다 비공개다. 박근혜 정부가 정부 3.0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청와대 아래에 있는 부처들에게 정보공개를 잘하라고 이야기하는데, 지금 의무적으로 해야 할 정보공개를 청와대만 안 하고 있다. 전형적으로 밀실과 불통이 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특히 특수활동비는 영수증을 안 붙일 수 있는 예산인데 노무현 정권에 비해 31.4% 늘었다. 늘었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 부속실에서도 특수활동비를 많이 쓸 것 같은데 공개를 안 하니까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최민희 의원은 국감 당시 윤전추 트레이너의 3급 행정관 채용을 문제 삼으며 제2부속실이 고가의 헬스기구를 구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실에서는 제2부속실의 물품구입 내역은 대통령의 안위와 직결된 것이라며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비서관일 뿐” 철저히 감싸
비선개입 논란이 일어난 배경 중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불투명한 국정운영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제2부속실이 있다. 비선 논란이 제기된 직후 정치권에서는 제2부속실의 비서관이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문고리 3인방 중 한 사람은 사퇴해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가장 논란을 빚고 있는 제2부속실의 안봉근 비서관이 그 대상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권의 한 관계자는 부속실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통령 집무실과 한 몸으로 붙어 있는 곳에서 대통령이 3인방 외에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월 7일 ‘문고리 권력 3인방’ 논란에 대해 “일개 비서관일뿐, 이들이 무슨 권력자냐”며 논란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한마디로 3인방을 재신임한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이들 3인방이 아니면 정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더군다나 늘 붙어 있어야 하는 부속실의 경우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르는 갈등의 씨앗이지만 그대로 가지고 간다는 것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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