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장관ㆍ수석도 힘든 독대ㆍ직보 ‘문고리 인사’들은 수시로 ‘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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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관 3인방’과 정윤회씨와 관련된 소문과 진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문고리 권력인 ‘비서관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을 통해서 국정을 주로 운영해왔기 때문에‘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벌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3인방은 박 대통령이 지난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직후 보좌관으로 채용된 이후 지금까지 박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해 왔다. ‘3인방’은 박 대통령의 표정만 봐도 대통령의 심기를 알 정도라고 한다. 이런 체제가 오랫동안 지속돼 왔기 때문에 박 대통령도 ‘3인방’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인방’과 비선개입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6월 2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6월 2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012년 9월 대선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혁당 사건 유족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왔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인혁당 사건은 지난 1975년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2007년 대법원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법률적으로 재심이 이뤄지면 앞선 판결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 듯한 발언이었다.

인터뷰 직후 박 후보의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빠졌다. 하지만 박근혜 캠프 인사들 중에는 어느 누구도 박 후보에게 이런 답변자료를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캠프에서는 ‘3인방’이 자료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박 후보에게 제공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캠프에 있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당시 정치쇄신특위 위원)는 “캠프에서는 측근 비서진과 그들과 끈끈한 관계에 있는 몇몇 사람들이 답변자료를 만든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었다“며 “그래서 ‘이렇게 하다가는 선거에 실패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몇몇 의원들이 우려를 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표정만 봐도 심기 헤아릴 정도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3인방’은 청와대 요직을 꿰찼다. 역할분담도 이뤄졌다.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살림과 인사, 정호성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일정과 메시지 작성, 안봉근 비서관은 수행과 근접경호를 담당했다.

이때부터 “박근혜로 가는 모든 문은 3인방을 거쳐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한 소문을 종합해보면 이들이 각 부처에서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를 모아서 1차로 검토한 다음 선별적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대통령의 의중과 관계없이 각 부처에 본인들이 관심 있는 내용을 보고하라고 하달한다, 일부 장관들의 행보와 관련해 대통령의 지시라며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했다는 등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직보와 둘러싼 설왕설래도 많다.

‘3인방’이 자유롭게 대통령과 소통하는 것에 비해 그들보다 직급이 높은 수석비서관들은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수석비서관들은 회의 등 공식행사 때 대통령을 보는 것을 제외하고 대통령을 직접 본 사람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각 부처 장관들은 물론 정홍원 총리조차 박 대통령과 독대한 것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 말도 있다.

안봉근 청와대 2부속비서관이 12월 3일 광주 공군 비행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안봉근 청와대 2부속비서관이 12월 3일 광주 공군 비행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에 따라 청와대 실무진 또는 각 부처 인사들은 박 대통령의 의중에 관계없이 ‘3인방’을 핵심 실세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병국 의원은 12월 3일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장관이 정책 결정의 책임자 아닌가. 그럼에도 각 부처 위에 청와대 비서실이 군림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시스템의 문제점”이라며 “대통령이 장관과 직접적으로 그 분야 업무를 논의해야 하는데, 장관이 비서실을 통해 대통령과 접근하는 이 체제가 존속하는 한 비선실세 문제는 누가 대통령을 하든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청와대 측은 강력히 부인했다. 보고서에서 ‘십상시’(十常侍)로 지목받은 한 행정관은 “비서관 3인방과 관련해 나오는 얘기들은 청와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로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며 “3명의 비서관들은 모두 사심 없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박 대통령이 그들을 가까이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윤회씨와 관련한 소문도 내용의 진위와 관계없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박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재임기간 중 정씨를 부를 수밖에 없고, 정씨도 청와대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박 대통령이 임기말로 가면 갈수록 정윤회씨를 찾을 수밖에 없다. 정씨도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청와대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씨는 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함께하기를 원한다.”(여권 관계자의 말)

“정씨 청와대 입성설은 측근들 말일 뿐”
지난 4월 16일 정씨와 만났던 역술인 이세민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정씨와 친분이 두터운 이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씨는 십수 년 동안 박 대통령에 대한 충정이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며 “그를 비선 의혹을 받게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대통령 비서실장을 시키면 지금보다 훨씬 잘할 거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정씨에 대한 신뢰는 지금도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정씨에 대해 “능력 있는 분이기에 나중에 (대통령에) 당선되면 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그림자 권력’으로 살아왔던 정씨가 최근 들어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씨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가 된 2004년부터 공식 직함을 내려놓고 외부에 모습을 일절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8월 박 대통령의 공식 팬클럽인 ‘호박넷’ 회원들과 독도 음악회에 참석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주간경향>은 정윤회씨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만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윤회씨는 항간에 떠도는 것처럼 실세가 아니라 야인에 불과하다”며 “정씨 측근들이 정씨가 청와대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니는 것을 마치 정씨 스스로가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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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