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 다양한 무인항공기 ‘저비용 고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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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는 최근에 수행된 대부분의 전쟁에서 정찰·감시, 정보수집, 국지공격 등 다양한 임무분야에 사용되었다.

지난 한 주는 북한이 내려보냈다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항공기(UAV)로 시끄러웠다. 이처럼 북한이 지난달 24일과 31일 일주일 간격으로 무인항공기를 침투시킨 것으로 드러나면서 북한이 노리는 목적과 무인기의 전략적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사실들을 정리해 보면 추락한 북한 무인기의 수준은 좌표를 입력하면 자동 비행하는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북한이 띄운 무인기가 우리 돈으로 1000만원도 들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인기에 장착한 ‘니콘 D-800’이나 ‘캐논 550D’ 카메라가 찍은 사진의 해상도는 구글 어스 수준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무인기 비행체 자체도 일부에서는 장난감이나 모형기 수준으로 폄하했다. 그런 만큼 이런 정도의 무인기로는 저급한 수준의 정찰비행은 가능하겠지만 유의미한 군사적 타격수단이 되기는 힘들다.

저고도 탐지레이더 도입 실효 논란
그러나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인터넷판은 북한 무인기가 장난감 수준이라고 해서 북한 군사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북한군은 무인공격기의 경우에는 그 수준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령 미국의 MQM-107 스트리커 고속 표적기를 밀수해 개량한 기종 같은 경우 상당히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3월 24일 파주에 추락한 북한제 추정 무인항공기. /연합뉴스

지난 3월 24일 파주에 추락한 북한제 추정 무인항공기. /연합뉴스

무인기가 300m 이상 상공으로 올라가면 소리도 안 들리고 육안으로 관측하기도 어렵다. 군당국은 낮은 고도로 나는 비행체를 포착하기 위한 저고도 탐지레이더를 국외에서 긴급히 도입하는 방안 검토에 나섰지만 실익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한 예비역 공군 장성은 신형 저고도 레이더 도입에 대해서 “금속 소재가 아닌 소형 무인기는 저고도 레이더로도 잡기 어렵고 탐지 범위가 작아 현실성이 없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크기가 7.2㎝에 불과한 초소형 정찰 무인항공기도 실용화 단계에 있어 사실상 포착이 불가능할 정도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매우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비대칭 전략의 한 부분으로 무인항공기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인항공기는 정찰위성이나 유인정찰기에 비해 획득비와 운영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이 없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무인기를 공격정찰용으로 꾸준히 개발해 왔다. 북한은 장사정포의 공산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 수시로 무인기를 띄워 남측 표적에 대한 좌표 확인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기는 최근에 수행된 대부분의 전쟁에서 정찰·감시, 정보수집, 국지공격 등 다양한 임무분야에 사용되었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장래에 공중 요격 및 폭격을 포함, 현재 유인기가 수행하는 대부분의 역할을 대신하는 핵심 무기체계로 무인기가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인항공기는 사용 목적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각종 무기의 시험 및 운용을 위한 시험표적용(Target Drone), 정찰용(Surveillance), 공격용 및 기만용(Attack Decoy) 등이 그것이다.

미군 무인항공기‘프레데터’. /경향신문 자료

미군 무인항공기‘프레데터’. /경향신문 자료

시험표적용은 대공포 및 지대공 유도탄의 시험평가에서 표적으로 사용되는 무인항공기다. 정찰용은 육상·해상·공중에서 적의 상황을 감시하거나 정찰을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정보수집용 무인항공기를 말한다. 이번에 발견된 북한 무인기도 여기에 해당된다. 공격용 및 기만용 무인항공기는 적 방공망체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개발됐다.

한국군 무인기 상당수는 이스라엘제
세 가지 분류 외에도 무인기의 활용도는 높다. 월남전 당시 미군은 ‘BUFFALO HUNTER’라는 암호명으로 무인기를 운용했는데, 10% 이하의 기체 손실률로 3000회 이상 적진 상공을 비행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무인기는 전자전 정보 수집은 물론 심리전용 광고전단(삐라)을 살포하는 임무도 수행했다. 미군은 지금도 120여종 1만1000여기의 무인항공기(UAV)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종류는 물론 수량에서도 1위다. 미군의 대표적인 무인기인 프레데터가 헬파이어 미사일로 테러집단의 지도자를 제거했다는 뉴스는 요새도 심심치 않게 외신을 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무인항공기를 가장 잘 활용한 군대로는 이스라엘 방위군이 꼽힌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1973년 욤 키푸르 전쟁 당시 처음으로 전장에 무인항공기를 투입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전쟁이 발발하자 먼저 기만용 무인항공기를 적진에 투입해 지대공유도탄과 대공포들의 공격을 유도했다. 그런 후 2차 공격에서는 적의 지대공 유도탄과 대공포들이 재장전되고 있는 틈을 타 유인항공기가 방공망을 침투해 성공을 거뒀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1982년 시리아와 다툰 레바논 분쟁에서도 무인기를 이용한 4단계 공격을 펼치며 무인항공기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이처럼 이스라엘제 무인항공기는 실전 경험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실용성과 경제성을 입증받았다. 스카우트(Scout), 파이어니어(Pioneer), 헌터(Hunter), 서처(Searcher), 헤론(Heron), 하피(Harpy), 헤르메스(Hermes), 스카이락(Skylark), 스카이라이트(Skylite) 등이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무인기들이다.

기만용 무인항공기는 일종의 순항유도탄 형태로서 기체에 탑재된 유인전투기와 유사한 허상이 탐지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적의 방공망을 교란시키는 임무를 수행한다. 대표적인 기만용 무인항공기로는 이스라엘제 TALD(Tactical-Launched Decoy)와 미국의 MALD(Minature Air-Launched Decoy) 등이 있다.

기만용 무인항공기는 증폭장치를 통해 적 레이더 상에 전투기로 허위 인식된다. 그러면서 적 방공망의 대공무기 소진과 위치 노출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중국은 미 항모전단의 방공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해 90대 이상의 저가 무인기를 한꺼번에 띄우는 방식으로 이지스 전투체계의 방공능력을 초과시키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모를 호위하는 이지스함의 전투체계는 동시에 1000여개의 표적 탐지·추적이 가능하고 그 중 20개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무인기가 한꺼번에 몰려들게 되면 호위 함정들의 대항력이 떨어지면서 항모의 대공능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외에도 중국판 프레데터로 알려진 일룽(翼龍)을 2013년 파리 에어쇼에서 과시했고, 중국판 글로벌호크인 시아룽(翔龍) 등을 통해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령 괌까지 정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군의 경우에도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재는 물론 통일 이후에도 주변 강대국들을 잠재 적국으로 삼아야 하는 만큼 비용 대 효과를 고려해 무인항공기의 활용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성진 경향신문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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