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세훈씨 감옥행 각오한 범행동기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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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위원 사퇴한 진선미 의원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7월 24일 법무부 기관 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특위 위원 배제 논란 등으로 기싸움을 벌이다 전체 국정조사 기간 45일 가운데 23일째에야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3월 17일 여야가 국정조사에 합의한 후부터 7월 말까지 민주당 의원인 ‘진선미’라는 이름은 자의든 타의든 국정조사에서 논란의 중심이 됐다. 3월 18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원장님 말씀’ 문건을 폭로한 진 의원은 새누리당의 사퇴공세에 시달리다 결국 제헌절인 7월 17일 특위위원을 스스로 사퇴했다. 23일 만난 진 의원은 “지금까지 밝힌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실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면서 “감옥에 가면서까지 왜 범죄행위를 했느냐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그러나 “대선문제라서 양당 모두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정조사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인터뷰]“원세훈씨 감옥행 각오한 범행동기 궁금”

진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유독 많은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빙산일각-망연자실-발본색원-첩첩산중. 하나 하나가 그의 현재 심정을 말해주는 듯했다.

‘원장님 말씀’ 등 드러난 사실 빙산일각

특위 위원직을 사퇴한 후 좀 쉬었나.
“지금도 한가하진 않다. (새누리당의 특위위원 제척 요구는) 제 생각엔 너무 부당한 요구였다. (새누리당에서) 두 명을 빼라고 했지만 저희는 두 명이 더해진 것으로 본다. ‘선수에서 감독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특위 지원단장을 맡았다. 김현 의원은 특위 대변인을 맡았다. 둘이 뒤에 앉아 있으니까 ‘10명이 있는 듯하다’고 말한다.”

민주당에서 처음 특위 위원을 임명할 때 자원한 것인가.
“누구나 다 내가 빠지는 국정원 국정조사는 상상을 안 했을 것이다. 많은 부분들에 제가 관련돼 있기 때문에 나 자신이나 당이나 모두 (특위 위원에서) 빠지는 것은 상상도 안 했다.”

새누리당에서 진 의원을 특위에서 배제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가 밉지 않겠나.”

3월 18일 소위 ‘원장님 말씀’ 내용을 폭로했다. 최근 중앙지법 심리에서 원 전 원장측 변호인이 ‘원장님 말씀’을 인정했다.
“3월 18일 이전과 이후는 너무 다르다. 새누리당은 정부조직법이라는 꼭 필요한 것을 얻어내기 위해 국정조사에 어쩔 수 없이 합의했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을 소환하지 않고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는 미적지근한 상황이라 국정조사를 해도 아무런 부담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18일 내가 ‘원장님 말씀’ 내용을 발표하고 나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3월 17일 국정조사가 합의된 이후 ‘원장님 말씀’ 내용의 발표 시점을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그렇게 발표 시점을 정할 정도로 정치적 판단을 할 연배가 아니다. 국정원 관련 내용은 모두 비밀이다. 사실을 확인하는 게 힘들었다. 마침 남재준 원장의 국회 청문회가 있던 시점이라 몇 가지 중요한 자료를 확보하고 확신을 얻었다.”

변호사 출신이어서 사실을 확인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변호사로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고 여러 굵직굵직한 사건에 선배와 함께 관여한 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스토리로 따지면 엄청난 것을 꺼낸 것 같지만 합법적인 경로로 한 것이다.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언론 쪽에서 발굴한 내용을 면밀히 보고 재가공한 것들이 많다. 전체적으로 연결해보면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된다. 변호사로서 사건을 다루면서 느낀 점은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밝힐 수 있게 된 것도 디테일 덕분이다. 누군가는 거짓말에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걸 파보면 큰 구멍과 동굴이 나오는 것이다.”

진 의원이 파헤친 사실이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빙산의 일각이다. 처음부터 이 사건을 지켜보고 조합했다. 제일 힘들었던 때가 김용판 전 서울청장의 공소장을 본 순간이다. 의혹을 제기했던 것보다 상상을 넘어섰다. 사이버팀에서 만들어낸 분석 결과 보고서까지 없앴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국회 상임위가 안전행정위이기 때문에 경찰청에서 대면보고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 사실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국정원도 댓글사건이 터지고 난 후 ‘국정원 직원이 아니다’, ‘댓글을 달지 않았다’고 계속 부인했다. 사실과 다르게 거짓말을 계속한 것이다. 여론조작 댓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자 일제히 동작을 멈췄고 수개월 동안 다 지웠다. 명백한 국정조사 방해행위, 범죄행위다. 아직도 지우고 있다. 이런 엄청난 정치개입이 있었는데 유일한 기소 대상자가 원 전 원장, 한 사람밖에 없다. 지시말씀은 서버에 남아 있어 부인하지 못했다. 전 부서장 회의에서 공공연하게 얘기했고 내부 게시판에 올려 매번 보면서 실행하라고 모든 사람들에게 지시한 것이다. 온라인에서만 했겠나. 오프라인에서도 했을 것이다. 다만 비밀업무란 이유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여당 대선불복론, 입막기용 선제공세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많이 불만스럽다. 강제 수사력을 가지고 있었으면 나는 그렇게 안 했을 것이다. 국정원 시스템 안에 대부분 자료로 남아 있을 것이다.”

국정조사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대선문제라서 양당 모두 이해관계가 있다.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증인문제도 그렇다.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 여부는 당연한 것 아닌가. 국가 안보에 문제가 되면 선별해서 비공개로 할 수 있겠지만 이 사안에서 범죄행위가 어떻게 비밀 대상이 되는가.”

국정조사에서 이 한 건만은 꼭 밝혔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더도 말고 ‘왜 그랬느냐’ 하는 것이다. 모든 범죄행위는 동기가 있을 것이다. 동기가 빠져 있다. 왜 이 사람들이 이런 것을 했겠는가. 원 원장과 김 청장이 자기 지위를 위협받으면서 감옥에 갈 수 있는 일을 왜 했는가. 여당 후보의 팬이라…. 팬이라면 공무원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캠프에 들어갔어야 한다. 그리고 12월 14일부터 16일까지의 몇 가지 일들이 여당과 무슨 연관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

일부에서 선거 불복 문제까지 제기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너무 조심스럽다. 두 가지 관점인데, 일반 사람들이 문제는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당장 대선 불복에 동조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나 새누리당에서 ‘대선 불복’을 말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과거를 돌려주고 싶다. 10년 전 당선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나는 (여당 대선 불복 언급이) 협박으로 들린다. 논리의 비약으로 입을 막아버리려는 것이다. 숨어 있는 의도가 나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것이 현 정권의 문제가 돼가고 있다. 남재준 원장과 이성한 경찰청장은 현 정부가 임명한 사람들이다. 자신들이 차단할 수 있었는데 사건이 더 확대되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 의심스럽다. 확대되는 것을 감수할 만한 무언가가 있지 않는가 의혹이 생긴다. 대선 불복은 야당에 물을 것이 아니라 정부·여당이 스스로 자문했으면 좋겠다.”

<글·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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