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위기의 개성공단

9600억원 투자 123개 기업 조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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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평균임금은 134달러

남북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진 개성공단이 착공 이후 10년 만에 폐쇄의 기로에 섰다. 4월 8일 북측이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이들을 모두 철수시킨 이후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측 기업의 조업이 4월 12일 현재 중단된 상황이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 관계자들은 “정치가 경제를 먹었다”면서 격앙되어 있다. 개성공단 10년, 그동안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숫자로 풀어봤다.

123
2013년 2월 현재 개성공단에서 조업 중인 남측 기업은 총 123곳이다. 2005년 통일시계로 잘 알려진 로만손(김기문 대표)을 시작으로 아라모드시계, 신한국정밀, 대풍시계밴드 등 18개 업체가 입주했다. 2006년 12개 업체가 추가로 입주했고, 2007년 35개 업체로 이어졌으며, 2011년 전기조명장치 제조를 하는 디에스이와 봉제의류 공장인 오륜무역이 개성공단에 입주하면서 123개 업체가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다. 통일부가 밝힌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제조분야는 섬유 72곳, 기계금속 23곳, 전기전자 13곳, 화학 9곳, 종이목재 3곳, 식품 2곳, 도자기 1곳이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이틀째인 4월 10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공단 차량이 남쪽으로 귀환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이틀째인 4월 10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공단 차량이 남쪽으로 귀환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4월 8일 북측이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북측 근로자를 전원 철수시키기 이전까지 “그래도 개성공단은 괜찮겠지”라는 전망이 높았지만, 4월 8일 이후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의 공장 가동은 모두 중단된 상황. 개성공단에서 만든 물품을 남측으로 운송하려고 해도 인력과 차량 반입이 금지되면서 기업 관계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됐다.

4월 9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는 140여명의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향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모였다. 기자가 말을 걸어도 “할 말이 없다” “언론이 문제다” 등의 날선 반응을 보이기 일쑤였다. 개성공단이 남북의 정치상황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말 한 마디가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1시간 동안 계속된 회의를 통해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호소문’을 발표했다. 정부를 향해 ‘대화’를 촉구했고, ‘범 중소기업 대표단을 구성해 북측에 가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개성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을 만들고 있는 기업의 모 대표이사는 “개성공단은 남북합의서에 따라 우리가 투자한 것이다. 우리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폐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우리가 개성공단에 들어간 것은 경제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서지만, 평화에 기여한다는 소명도 있다. 지금 물량을 대지 못해 수출이나 대기업 납품에 큰 차질이 생겼다. 중소기업이 문을 닫을 수 있는 상황이다. 개성공단에서 만든 물건이나 금형이라도 가지고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9600억
개성공단에 정부와 기업이 총투자한 금액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기반을 조성하고, 도로와 전기·상하수도 등을 마련하는 데 4000억원을 투자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은 공장을 짓고 설비를 만드는 데 56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의원(무소속)실을 통해 입수한 ‘입주기업별 투자승인액’을 보면 기업별로 많게는 200억원부터 적게는 4000만원까지 개성공단에 투자했다. 개성공단에서 전자기기를 만들고 있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현재 3명의 직원이 개성공단에 남아 있다. 북측 근로자가 모두 철수했고, 기업별로 얼마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남아 있는 직원들은 어떻게든 먹고 지낼 수는 있을 것”이라며 “개성공단 직원과 통화를 해봐도 위험한 분위기가 있지는 않다고 한다. 어떻게든 개성공단에 있는 공장을 지켜야 하니까 남아 있다. 생산설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걱정이 되기는 한다”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은 대표이사가 직접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까지 공장을 지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계약을 맺은 대기업이 발주처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계약을 해지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해외에 수출을 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경우 물건을 보내지 못해 돈을 받지 못했고, 도산 위험에 처해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특집| 위기의 개성공단]9600억원 투자 123개 기업 조업 중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대비해 ‘경협보험’(경제협력사업보험)에 가입했다. 123개 업체 중 96개 업체가 경협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기업별로 받을 수 있는 상한액은 70억원이다.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조업이 중단된 것이기 때문에(불가항력 위험 조항)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험금이 나오는 것도 1개월이 넘어야 하고, 절차도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선제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기획재정담당관실 관계자는 “남북협력기금을 경협보험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일단 가동 중지 1개월이 지나든지 불능이 된다면 보험금을 지급할 예정”이라며 “경협 보험 가입업체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겠지만, 가입하지 않은 업체를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에 대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아직 외부에 발표할 만한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남북협력기금이 35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투자한 금액이 5600억원에 달해 경협보험으로 투자액을 건지지 못하는 기업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34
통일부는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가 받는 월 평균임금이 개인당 134달러라고 밝혔다. 원화로 계산하면 15만1000원 정도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개성공단이 북측의 달러 박스라는 말 좀 제발 하지 말라”고 하소연한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는 “그쪽 근로자가 받는 임금이 140달러 정도다. 4인 가족의 가장이 월급 140달러를 받고 생활하는 것”이라며 “남북 경제가 차이가 있어서 단순비교는 하기 어렵지만, 북측 근로자의 임금이 그렇게 많은 게 아니다. 그런데도 남측에서 계속 ‘개성공단 폐쇄는 북측의 손해’ ‘개성공단은 북측의 달러박스’ 등의 말을 하면서 북측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있다. 남측 기업의 손해는 이것보다 훨씬 심하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이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생산설비 투자금액의 손해가 아니다. 3~4년 동안 기업이 북측 근로자에게 기술을 전수했는데, 그게 물거품이 되는 것이 가장 큰 손해라고 입을 모은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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