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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통합 당시 우려 현실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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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3년 만에 눈덩이 빚… “공기업 선진화 모델 자랑하더니”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의 대표적인 성과라고 홍보했던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부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공기업인 LH공사가 과도한 부채로 인해 부실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H공사 본사 사옥 전경 | 경향신문 자료

LH공사 본사 사옥 전경 | 경향신문 자료

LH공사는 지난 2009년 10월 주택공사(주공)와 토지공사(토공)가 통합돼 출범했다. 주공은 공공 임대주택 건설 등 주택건설을 주로 담당했고, 토공은 신도시 건설, 산업단지 및 택지조성 등 국토개발 관련 업무를 주로 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공기업 선진화 계획’을 추진, 우선 주공과 토공의 통합을 밀어붙였다. 당시 정부는 양 공사가 통합하면 조직이 슬림화하고 경영효율화를 도모하는 등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통합 이후에도 이명박 정부는 LH공사가 공기업 선진화의 본보기라고 자랑했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공공기관 선진화 백서(2008∼2010)>에 따르면 ‘공공기관 통·폐합은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의 가장 대표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주공과 토공의 통합은 현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를 통해 통합에 성공함으로써 L H공사가 출범하는 결실을 맺게 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출범 당시 부채 108조에서 139조로 증가
하지만 통합 당시에 민주당 등 야당과 일부 전문가들은 토공과 주공의 통합은 오히려 부실을 키울 뿐 통합의 시너지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국회 국토해양위 위원이었던 김진애 전 의원 등은 건설·부동산시장의 장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건설·부동산 공기업 통합이 실패했을 경우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당시에 토공과 주공의 한 해 사업 투자규모는 각각 20조원 정도로 국내 건설 규모 1·2위를 차지했다. 또한 2008∼2009년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기로 돌입한 때였다. 임대주택 건설 부채(15조원) 등 과다한 빚을 안고 있었던 주공과 상대적으로 건실한 평가를 받았던 토공의 통합은 동반부실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2009년 4월 김형오 국회의장은 주공과 토공의 통합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주공과 토공의 통합과 관련한 많은 우려와 사전에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민주당 등 야당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강행처리했다.

주공과 토공이 통합해 LH공사로 출범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성적표는 어떨까. 통합 당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LH공사는 천문학적인 빚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H공사는 출범 당시 총부채가 108조원이었다. 통합 이후 부채는 계속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LH공사의 자산은 169조4000억원이며, 총부채는 139조4000억원에 이르렀다. 이 중 금융부채가 무려 104조1000억원이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1조2000억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장기화하고 있는 부동산 경기침체도 LH공사의 부채 증가에 한몫 했다. 2011년 기준으로 볼 때 LH공사의 부채(130조6000억원)는 국가 부채(434조원)의 32% 규모이며, 지방자치단체 전체 부채(28조원)의 498%에 달한다. 하루 이자만도 120억원에 달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문제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여기에 LH공사가 진행하는 사업 특성상 투자비를 조기에 회수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도시개발정비사업의 경우 토지 매각을 통해 투자금 회수 기간이 상당히 길고, 임대주택 사업의 경우 임대보증금 이외에는 투자금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박수현 의원(민주당)은 “LH공사는 통합 이후 부채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2016년에는 167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LH공사는 이러한 부채의 증가로 차입경영을 계속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공사 측은 사업조정 등 자구노력으로 부채 증가 속도가 감소하는 등 재무가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LH공사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2009년 말을 기점으로 매년 낮아지고 안정화 추세로 들어가고 있다”며 “지난해의 경우 당기순이익도 전년도의 8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LH “당기순이익 늘어 재무 개선되고 있어”
LH공사 부채의 핵심은 임대주택사업 부문이다. 임대주택의 재원은 국민주택기금에서의 차입 등으로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등 임대주택 건설로 2009년 41조원, 2010년 55조3000억원, 2011년 59조1000억원을 들였다. 임대주택의 부채(2011년 말 기준)는 46조9000억원이며, 이 중 이자부담을 해야 하는 금융부채는 34조5000억원이다.(국민주택기금 28조6000억원, 채권 5조9000억원) 하지만 현재와 같이 LH공사가 과도한 금융부채를 안고 있고, 임대주택 1호를 건설하는 데 약 1억여원의 부채가 누적됨에 따라 토지와 주택 매각 수익으로 임대주택의 적자를 보전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담당부처인 국토해양부 등 정부도 임대주택의 재원 마련과 관련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09년 4월 1일 국회 국토해양위 회의에서 이병석 위원장이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을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통과시키고 있다. | 우철훈 기자

지난 2009년 4월 1일 국회 국토해양위 회의에서 이병석 위원장이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을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통과시키고 있다. | 우철훈 기자

특히 박근혜 정부는 임대주택 건설을 신주거복지정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임대주택 건설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 일각에서는 임대주택을 전문으로 전담하는 주거복지전담기구를 설치·운영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즉 정부가 직접 공공 임대주택의 수요를 측정하고, 정부 재원으로 공공 임대주택 건설을 지원·관리해야 한다는 안이다.

정부는 통합 당시 양 공사가 통합을 하면 임대주택 재원 수단을 마련할 수 있고, 분양가와 임대료 인하를 할 수 있다는 논거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 같은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LH공사가 출범하면 토공이 수행했던 토지개발이익으로 주공이 수행하고 있는 임대주택 건설재원으로 활용하고, 택지개발(토공)과 주택건설(주공)을 일괄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주택건설 원가를 인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주택 분양가격 인하효과는 없으며, 임대주택 건설원가도 상승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대주택의 경우 통합 전 토지조성 원가의 60∼70%에서 공급받아 건설되던 임대주택이 현재는 건설 원가가 오히려 올랐다는 것이다. 김용구 미래경영개발연구원장은 “당시 정부가 토지개발이익으로 임대주택 재원을 마련한다는 굉장히 무책임한 발상을 했다”며 “토지개발이익은 국토의 균형발전에 사용하고, 임대주택 재원은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것을 무조건 합쳐서 문제를 키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공사 측은 분양가와 임대료 부문에서도 통합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LH공사 관계자는 “임대주택의 경우 토지조성 원가가 규모(평형)에 따라 각각 다르게 책정되고 있다”며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2000억원 발생했다는 것은 토지부문 이익으로 임대주택 부문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았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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