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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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9일. 18대 대통령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박 당선인의 승리에는 몇 가지 요인이 꼽힌다. 보수의 결집, 지역 표심 공략, 중도층 확장, 과거사 논란 위기극복 등이다. 승리의 요인을 만들어낸 박 후보 캠프의 주역들을 살펴봤다.

보수결집 끌어낸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이명박! 이명박!”
12월 19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지자,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당사 앞으로 모여들었다. 지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이름을 외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도 외쳤다. 박근혜 당선인이 문재인 후보를 누를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보수의 결집이 꼽힌다. 특히 친이·친박으로 분열된 당을 봉합한 것이 보수가 이탈하지 않고 결집할 수 있었던 요인이 됐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친이·친박 가릴 것 없이 전력질주했다”고 말했다.

12월 19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서울 여의도당사 상황실에 모여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 박민규기자

12월 19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서울 여의도당사 상황실에 모여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 박민규기자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분열된 친이와 친박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이었던 김 본부장은 한때 친이계로 돌아서면서 박 당선인과 멀어졌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낙천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19대 총선 당시 낙천됐던 친이계 인사들의 탈당 움직임도 가속화했다.

김 본부장이 탈당했다면 도미노 탈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친이계의 도미노 탈당을 막았다. 그리고 19대 총선에서는 부산 선대위원장을 맡아 야당의 낙동강 벨트 공세를 막아냈다. 총선 이후에도 미국에서 친이와 친박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김 본부장은 미국에 가서 이명박 대통령, 친이계 계파 의원들과 교감하며 이들과 친박의 갈등관계를 정리하는 역할을 했다”며 “김 본부장은 한국에 올 때까지 이 사람들이 박근혜 후보 쪽으로 오게끔 유도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몽준 전 대표나 이재오 전 장관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데에도 김 본부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중앙선대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친박 독식, 친이 배제 등 여러 말들이 있었다. 선대위가 순항하기 위해서 선장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좌장이 없었다”면서 “김무성이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하면서 친이계의 대거 참여가 이뤄졌다. 이재오 장관의 지지선언 및 조해진 의원, 안형환 대변인 등 친이계가 대선 캠프로 들어오는 데 김 본부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표 훑어낸 황우여 대표
박근혜 당선인은 호남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얻는 데 성공했다. 전북 13.2%, 전남 10.0%, 광주 7.8%로 호남 전체로 치면 10.5%의 득표율을 얻은 것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새누리당 후보가 호남에서 두 자릿수 득표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당내에서는 호남에서 의미 있는 득표수를 얻은 배경으로 황우여 대표를 꼽는다. 황 대표의 지역구는 인천이다. 하지만 선거 기간 중에는 호남에 내려가 있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황우여 대표는 호남에 중앙당을 가져다놓은 것처럼 호남 민심을 얻는 데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호남은 새누리당 취약지역인 만큼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이 없다. 황 대표가 10월 23일 새누리당 광주·전남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을 시작으로 광주시당에 머무르며 직접 선거운동을 지휘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선거기간 동안 호남지역 예산, 지역 인재 양성, 새만금 발전 공약 등을 약속하며 전북·전남·광주 등의 지역을 샅샅이 훑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가 가장 취약한 지역에 내려가 지역 민심을 챙겼다는 것에 대해서 선거운동의 전범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새누리당 전북도당 위원장인 정운천 전 장관도 전북지역을 누비며 전북표를 이끌어낸 숨은 공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승부처라 불린 부산에서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을 40% 이하로 묶어놓을 수 있었던 데는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과 서병수 당무조정본부장의 역할이 컸다. 김 본부장과 서 본부장 모두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서 본부장은 부산 조직을 관리했고, YS계로 분류되는 김 본부장은 ‘우리가 남이가’라는 부산지역 정서를 자극하는 효과를 낳았다는 평이다. 특히 이들이 총괄선대본부장과 당무조정선대본부장으로 선대위를 이끄는 역할을 맡으면서 TK에 비해 소외됐다고 느끼는 PK 민심 이탈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충청 민심도 박근혜 당선인을 승리하게 한 결정적 요인이다. 박근혜 후보는 충남·충북에서 56%의 득표율을 얻어 42∼43%를 얻은 문재인 전 후보를 28만표 차이로 따돌렸다. 충청권의 표심을 끌어오는 데는 외부 영입인사인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와 이인제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상징적 역할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중도층 표심 잡은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
박근혜 당선인이 승리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수도권 표심도 크게 작용했다. 박 당선인은 경기·인천에서 문 전 후보에게 앞섰고, 크게 뒤질 것으로 예상했던 서울에서도 문 후보와의 격차를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4000만 유권자의 절반이 몰린 수도권의 표심이 박 당선인에게 쏠리면서 대선 승리로 연결된 것이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 최경환 의원 · 황우여 대표 ·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왼쪽부터)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 최경환 의원 · 황우여 대표 ·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왼쪽부터)

선거 막판 수도권·중도층 표심을 자극한 데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 당선인이 경쟁 후보들에 비해 경제민주화 이슈를 일찍 선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대선 공약의 상당수도 김종인 위원장의 손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문재인 후보 캠프나 안철수 후보 캠프로 갔으면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이끈 국민행복추진위원회가 내건 중산층 재건 70% 공약 등이 수도권 중도층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는 데 유효했다. 단일화 이후,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도우며 수도권에서 집중유세를 하자 새누리당은 다시 김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수도권에서 안철수 바람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 중도층의 이탈표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 외에도 비중 있는 외부인사의 영입은 새누리당에 개혁적인 이미지를 강화했다. 김종인 위원장,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개혁을 표방하며 중도층의 표심을 잡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 공약 중 핵심인 재벌개혁이 공약에서 빠지면서 박근혜 당선인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끝까지 박 당선인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다.

백의종군으로 위기 넘긴 최경환 의원
박근혜 당선인이 대권의 꿈을 실현하는 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후보로 선출된 이후 벌어진 과거사 논란,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당내 갈등으로 ‘박근혜 대세론’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선을 앞두고 중요한 여론전인 추석 민심마저 악화하자 당에서는 박 당선인 측근의 2선 퇴진 요구가 빗발치며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박 당선인의 한 측근은 “만에 하나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과거사 논란, 경제민주화 갈등이 있는) 지금 이 시기가 가장 아쉽게 느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내홍이 커지자 위기상황에 책임을 지고 박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최경환 의원이 후보 비서실장직에서 사퇴했다.
 
최 의원의 사퇴로 크게 번져가던 당내 분열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갈등국면을 수습하는 데 최 의원의 사퇴가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이다. 최 의원은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난 후, 눈에 띄는 행보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비서실장 사퇴 이후 최 의원을 선대위 건물에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당에서도 최 의원이 비서실장에서 물러나고 난 뒤 행보를 접한 사람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보이지 않게 경북지역에서 열심히 뛰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당선 이후, 최 의원은 박 당선인과의 신뢰관계가 절대적인 만큼 앞으로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될 전망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n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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