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여성출신 최초 국회 법사위원장 오른 박영선 의원
여성 최초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오른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3선)은 “검찰이 나의 후원금 계좌와 보좌관의 계좌도 수시로 뒤졌다”고 폭로했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저격수로 잘 알려진 박 위원장은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갖고 “내가 국회의원으로서의 생활 자체를 검찰과의 대치국면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누구로부터 단돈 1원도 받을 수 없었다”며 “검찰 덕분에 국회의원에도 당선되고, 법사위원장도 되고, 의정활동도 다른 의원들보다 투명하고 깨끗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정치]“나를 법사위원장으로 만들어준 검찰에 감사”](https://img.khan.co.kr/newsmaker/987/20120801_987_45p_1.jpg)
현재 국회 법사위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와 저축은행 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문제 등 여야간에 양보할 수 없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국회 법사위는 여야 의원들간 기싸움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7월 24일 그가 처음으로 법사위원장으로서 사회봉을 잡은 법사위 전체회의 직후에 이뤄졌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권재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날선 공방을 펼치는 가운데 사회를 봤던 탓인지 회의가 끝났을 때 박 위원장은 무척 지쳐 있었다.
이름 앞에는 ‘저격수’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녔다. 19대 국회에서도 법사위원장 하면서 ‘저격수’ 역할을 계속할 것인가.
“사실 ‘저격수’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한다. ‘저격수’라는 말은 BBK 사건 때문에 붙었다. 지난 2007년 말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당선 가능성과는 별개로 BBK 사건과 관련해서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 법사위원장은 아무래도 중립을 지켜야 하고, 여야간의 이견을 조정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예전과는 역할이 다를 수밖에 없다.”
민주통합당이 최근 검찰개혁 관련 7개 법안을 당론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검찰과 민주당의 길고긴 싸움이 시작된 것인가.
“법사위원장이 되고나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았다. 그 사람들의 요청은 한 가지로 ‘검찰개혁을 해달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달라’였다. 민주당이 검찰과 싸움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미래를 위해 검찰개혁을 해야 하는 것이 19대 국회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많은 정치인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 정치자금 문제 등 여러 면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고 들었다. 검찰은 이런 정치인들에 대한 정보를 항상 수집하고 있다. 박 위원장도 예외가 아닐텐데.
“내가 받은 후원금 중 단돈 1원도 잘못된 돈이 없고, 그렇게 받을 수도 없으니 두려울 것이 없다. 이번에도 법사위원장 못하게 하려고 검찰에서 실질적으로 방해공작을 폈다. 심지어는 나에 대한 소문이 나와 있는 정보지(일명 찌라시)를 근거로 수사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이런 정보지는 검찰이 단속해야 할 대상인데, 자기들이 정보지를 이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언젠가는 고쳐지겠지, 언제까지 저렇게 할지 지켜보고 있다. (검찰이) 스스로 반성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검찰의 사찰을 받거나 수사를 받은 적이 있나.
“검찰이 청목회 사건으로 내 후원계좌를 뒤진 적이 있다. 청목회는 나와 관련이 없는데 당시 최규식 의원이 김현미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고 내 계좌에 100만원을 넣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김현미 의원의 변호사 비용 모금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검찰이 뒤졌다. 그 외에도 계좌를 뒤진 경우는 많았다. 계좌추적 같은 것은 혐의사실이 있을 때만 해야 하는데 이렇게 자기들이 스스로 법을 위반하며 실컷 다 뒤져놓고 나중에 와서 잘못했다고 사과하면 끝인가.”
검찰이 박지원 원내대표를 수사하고 있고, 이석현 의원의 보좌관에 대한 압수수색 등 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강도 높은 수사를 하고 있다.
“민주당에 대한 표적수사로 비판받을 만한 소지가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박지원 원내대표의 경우는 검찰이 감옥에 있는 특정 인물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표적으로 삼아 수사를 한 의혹이 있다. (검찰이) 그렇게 해놓고 특정 언론사에 (기사를 흘리는 등) 계속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의심이 든다. 사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정당한 플레이가 아니다.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 내곡동 사저 문제를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표적수사를 한 것 같다.”
박지원 원내대표 소환과 맞물려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방탄국회라는 비판도 있는데.
“8월 임시국회는 그런 사항과 관련 없이 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2011년도 결산도 하지 않았고,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하기로 했는데 그것도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민주당이 임시국회를 요구하는 것이 박지원 원내대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 것은 여당의 정치공세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에 검찰은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검찰 고위급 인사를 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검찰 인사는 보은인사, TK(대구·경북) 출신 인사들에 대한 특혜인사이자 편향인사다. 검사들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 특히 이 정부에서는 TK와 고대 출신의 검사가 아니면 제대로 보직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보은인사는 BBK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의 승진인사다.”
국민들 사이에는 ‘안철수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이헌재 전 총리 출판기념회 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만났다고 들었는데, 대선후보로서 안철수 원장을 평가한다면.
“한마디로 독특한 사람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대화를 이끌어가는 부분을 보면 보통사람과 다르다. 정치인으로서 갖춰야 하는 스킨십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안철수 원장의 경우 대중과 카메라 앞에 서면 대중과 국민과의 스킨십은 어느 누구보다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 대 일 스킨십은 앞의 스킨십과 다르다. 안 원장의 일 대 일 스킨십은 아직 평가하기에 이른 것 같다”
박 위원장의 에세이집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라>와 관련, 북콘서트를 광주에 이어 서울에서도 개최했다. 대선후보도 아닌데 왜 출판기념회를 전국을 돌며 하나.
“북콘서트를 계속하는 이유는 ‘청춘 멘토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젊은이들로부터 ‘기자가 좋으냐, 국회의원이 좋으냐, 국회의원으로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것이냐’ 등 많은 질문을 받는다. 2030(20대·30대)에게 멘토 역할을 하고 싶다. 앞으로도 북콘서트는 계속할 것이다. 다음 북콘서트는 부산에서 할 예정이다.”
민주통합당 당헌·당규 때문에 이번에 대선에 나오지 못했는데, 아쉽지 않나,
“일부 대선후보들도 내가 출마하지 못한 것에 대해 좀 아쉬워한다. 내가 거기 끼어 있었으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때가 있다. 내 스스로 판단하기에 대선후보로는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출마했으면 흥행에는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것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