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후보 연대해도 박근혜 상대 되기는 어려워
4·11 총선 이후 김문수 경기지사 등 새누리당 내 비박(박근혜) 진영 후보들이 잇따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김문수 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이재오 의원도 대선에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최근 비박 진영의 후보연대 제의를 거절한 정운찬 전 총리도 대선 출마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2010년 5월 17일 당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수원 경기도당에서 열린 희망캠프 현장회의에서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 우철훈 기자
김문수·정몽준·이재오 등 새누리당 비박 3인방과 장외의 정운찬 전 총리가 힘을 합치면 박근혜 위원장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앞으로 8월 경선까지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비박 진영 후보들이 연대한다 해도 박 위원장의 상대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이 총선을 기점으로 완벽하게 친박(박근혜)당화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총선 공천과 총선을 계기로 친이(이명박)계가 완전히 몰락하고, 친박계가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앞으로 원내대표와 당대표 선출을 마지막으로 새누리당은 완전히 ‘박근혜 당’이 된다.
원외의 당협위원장도 이미 친박계가 대부분을 장악, 대의원과 당원들도 박 위원장 지지자로 재편됐다. 현행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선후보 선출방식은 대의원 20%, 일반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의 비중으로 돼 있다. 사실상 당협위원장이 대의원과 당원 표를 좌지우지하고 있으므로 대선후보 경선은 박 위원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비박 후보들이 박근혜 위원장을 상대하는 것은 김문수 지사의 말처럼 ‘계란으로 바위 치기’인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박 후보들의 지지층은 거의 소멸됐다. 현재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은 40% 정도다. 당 지지율이 40%라고 할 때 새누리당 지지층의 85%가 박근혜 위원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나머지 새누리당 지지층의 15%만이 비박 후보들을 지지하거나 아직 지지자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4월 셋째주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다자구도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42.1%로 선두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정몽준 전 대표가 1.8%, 김문수 지사가 1.5%, 정운찬 전 총리가 1.2% 순으로 나타났다.
이재오 의원의 경우 여론조사에서 의미 있는 지지율(1% 이상)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조사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다른 대부분의 여론조사기관도 같은 이유로 이 의원을 조사 대상에 올려놓지 않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새누리당 지지자들 중에 비박 진영 후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총선에서 패배한 수도권에서조차도 비박 진영 후보들은 박근혜 위원장에게 한참 뒤처진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4월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위원장은 수도권에서 37.5%의 지지율을 보인 반면, 김문수 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는 4%와 1.2%의 지지율에 그쳤다.
새누리 지지층 중 85%가 박근혜 지지
비박 후보들은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때만 해도 박근혜 위원장과의 지지율 차이가 심하지 않았다. 2010년 지방선거 직후 실시된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 박 위원장은 25.9%로 1위를 차지했으며,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지사가 각각 9.0%, 8.0%를 보였다. 이때만 해도 김문수 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는 수도권과 영남의 새누리당 비박 지지층과 보수층으로부터 일정 정도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박 후보들은 지난해 4·27 재·보궐선거 이후 대선후보 지지율 마지노선인 5%대가 무너졌다. 일반적으로 대선 출마자들은 최소한 5% 이상의 지지층을 확보해야 그것을 기반으로 표의 확장전략을 세울 수 있다. 2011년 4월 28일 조사에서 박근혜 위원장은 28.4%를 기록했으며, 김문수 지사는 4.0%, 정몽준 전 대표는 2.8%의 지지율을 보였다.(리얼미터 조사) 당시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당선돼 대선후보로 국민적 주목을 받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낀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지지층은 비박 후보들에게 나눠주던 표를 박근혜 위원장에게로 몰아주기 시작했다.
비박 진영의 몰락은 지난해 8월 24일 서울에서 실시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10월 26일 실시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고착화됐다. 리얼미터의 2011년 10월 넷째주 조사 결과 김문수 지사는 3.5%, 정몽준 전 대표는 2.2%를 차지했다. 이같이 보수층 유권자들의 박근혜 위원장으로의 쏠림현상은 그가 올해 총선 승리를 이끌어내자 관망하고 있던 친이계 지지층마저도 급속히 박 위원장 지지로 선회한 결과로, 최근에는 비박 진영 후보들의 지지율이 1%대로 떨어졌다.
최근 비박후보 지지율 1%대로 떨어져
객관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비박 후보들은 누가 승리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박 후보들은 현재의 구도를 흔들기 위한 카드로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고 있다. 기존의 대선후보 선출방식을 완전국민경선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완전국민경선제란 경선 참여를 희망하는 국민은 누구나 선거인단에 참여하는 것이다. 완전국민경선을 할 경우 야당 지지자들이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에 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야당 지지층은 야당 대선후보가 상대하기 쉽도록 박근혜 위원장보다는 비박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일부 야당 성향 지지층은 민중당 출신인 김문수 지사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친박계에서는 “선수가 룰을 바꾸자고 한다”며 대선후보 선출방식 변경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현재의 박근혜 위원장 지지율이라면 완전국민경선제를 해도 승리가 확실시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보자는 것이 친박계의 전략이다. 특히 박근혜 위원장 입장에서는 대선후보 선출룰과 관련해 기분 나쁜 추억이 있다. 박 위원장은 현행 ‘2(대의원)·3(일반당원)·3(일반국민)·2(여론조사) 룰’에 따른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근소한 차로 패했다. 박근혜 위원장은 당심에서는 승리했지만 여론조사에서 패했다. 당시 친박계에서는 여론조사를 20% 반영하는 데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박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새누리당 혁신위안을 수용했다.
완전국민경선제를 치른다는 전제하에 일부 전문가들은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이 박근혜 위원장과 비박 단일후보의 양자대결로 갈 경우 현재의 지지율이 좁혀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로 박근혜 위원장 대 김문수 경기지사가 양자대결로 간다면 김문수 지사로서는 한 번 해볼 만하다”며 “특히 박근혜 위원장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야권 지지층이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비박 진영 후보들끼리 연대하더라도 시너지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완전국민경선제를 하더라도 수백만명이 선거인단으로 참여하는 대선 경선에서는 이른바 약체 후보를 선택하는 역투표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비박 후보가 연대하는 것은 경선 승리보다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박근혜 체제’가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에 해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