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민주통합당 ‘뜨거운 감자’ 김진표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총선 불출마 논란, 한명숙 대표 ‘고도의 정치적 해결책’ 고심

지난 2월 20일 경향신문을 통해 일부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이 김진표 원내대표의 총선 불출마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민주통합당 내에서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한명숙 대표 측 관계자들은 “당내 30~40명 정도의 중도파를 상징하는 김 원내대표를 쳐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 대표가 민주통합당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호남 물갈이와 함께 김 원내대표를 어떻게든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번 공천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의 쇄신을 보여줘야만 하는 한명숙 대표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받고 있다.

2월 24일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월 24일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 불출마 기사가 나온 후 민주통합당은 부산했다.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 공심위 간사인 백원우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런 일은) 공심위가 결정하면 되지, 지도부에 요청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도 김 원내대표를 보호했다. 한 대표 측도 기자에게 “공심위원 일부의 사견이었고, (이런 목소리가) 한 대표에게 전달되지도 않았다. 한 대표가 모든 것을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과거 제왕적 총재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진보시민단체서 공천 탈락 요구
하지만 공천심사위원회에서는 김 원내대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다. 2월 23일 한번 연기됐던 김 원내대표 공천 심사 면접이 이뤄졌다. 여느 예비후보 면접은 5분 내외에 끝났지만, 이날 면접은 20분이나 계속됐다. 면접이 끝난 후 공심위원 사이에 김 원내대표 공천 문제를 두고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의 한 공심위원은 기자가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김 원내대표 기사가 나간 후 수백 통의 전화를 받았다. 미안하지만 공심위 내부에서 김 원내대표에 대한 논란이 있는지 없는지 밝힐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민주통합당 2인자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오래 전부터 계속됐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나,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부결 과정에서 보여준 전략 부재 등이 겹쳐 무능력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당에서 보수적인 행보를 보여줬던 점들도 비판의 원인이 되고 있다.

1월 14일 민주통합당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가 꾸려진 직후부터 김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새롭게 지도부에 합류한 모 최고위원은 기자에게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은 알고 있지만, 의원총회에서 선출되고 임기가 있는 원내대표를 쉽게 교체할 수 없다. ‘고도의 정치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한 대표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내대표 교체는 한명숙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트위터 여론을 중요시한다. 보좌진이 “트위터 좀 그만 봐라”고 조언할 정도로, 트위터를 여론의 중요한 창구로 여기고 있다. 트위터 여론과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김 원내대표의 퇴진과 공천 탈락을 요구하고 있다. 2월 20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지사,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혁신과통합 상임대표단도 공천심사에서 도덕성과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김진표 원내대표와 민주통합당 내 중도파를 겨냥한 것이다. 한 대표도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논란과 여론을 알고 있다.

중도파 의원들 반발 무시 못해

관료 출신 호남 중진인 강봉균(왼쪽)·최인기(오른쪽)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불출마 압박을 받고 있다.

관료 출신 호남 중진인 강봉균(왼쪽)·최인기(오른쪽)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불출마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 대표가 처한 당내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다. 김 원내대표로 대표되는 30~40명의 중도파 의원들 세력이 만만치 않다. 김 원내대표 불출마 논란이 불거졌을 때 민주통합당 내 중도파 의원들은 “그럼 나도 불출마해야 하는 거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김 원내대표에게 공천을 주지 않으면 중도파 의원들이 들고 일어날 수 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한 대표는 김 원내대표로 인해 당이 시끄러워질 것을 염려할 것”이라며 “당내에서는 김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많지만, 한 대표는 김 원내대표를 끌고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미 FTA 정국도 변수다. 2월 21일 오후 8시 외교통상부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3월 15일부터 한·미 FTA가 발효된다고 발표했다. 4·11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갑자기 FTA를 들고 나온 것은 이번 총선을 FTA 정국으로 만들 의도다. 한·미 FTA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추진됐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을 한·미 FTA 정국으로 끌어오려고 한다. 새누리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한명숙 대표는 한·미 FTA의 잉태와 출산을 총지휘한 행동대장”이라고 말한 이유다. 이번 총선을 이명박 심판론이 아닌 보수와 진보 프레임으로 전환시키려는 것이다.

이 파편은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에도 튀었다. 민주통합당 공천심사 점수 중 정체성 점수가 지난 총선 때는 100점 만점 중 10점이었지만, 이번에는 20점으로 늘어났다. 공천을 받느냐 마느냐에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한·미 FTA가 정체성 평가의 중심이 되면 김 원내대표는 공천을 받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내부의 중도파 의원들이 반발하게 된다.

민주통합당 총선기획단 관계자는 “우리가 한나라당의 프레임에 끌려가면 안 된다. FTA 정국이 되면 이명박 정권 심판론 등 모든 이슈가 사라진다”면서 “한 대표도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다. 한 대표가 중도파 세력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점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에 대한 논란은 관료 출신 의원들로 확산됐다. 전북 군산의 강봉균 의원(재정경제부 장관 역임·3선),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재선의 최인기 의원 등도 공천배제론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명숙 대표와 강철규 공심위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주목받고 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