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소속 강용석 의원 “나의 롤 모델은 김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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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변신 희망

18대 국회의원 중 무소속 강용석 의원만큼 네티즌과 언론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은 의원은 없다. 강 의원이 사석에서 아나운서(직업)에 대해 한 성희롱 발언이 알려지면서 그의 이름은 ‘강희롱’으로 바뀌었고, 개그맨 최효종씨와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고소·고발하면서 ‘강고소’라는 별칭이 추가됐다. 그는 최근에는 기행을 일삼는 사람들이 나오는 케이블채널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 ‘외계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강 의원에게 왜 이 같은 기행과 무리수를 두는지 물어봤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한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강 의원은 “네티즌과 언론의 맹비난을 받아본 사람만이 인생의 참맛을 알 수 있다”며 “나의 롤 모델은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변신한 방송인 김구라씨”라고 밝혔다. 그는 “이상한 행동으로 잘나가는 연예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는 100% 기획사에서 만든 것”이라며 “이제는 정치인들도 옛날 스타일로 하면 진부하다는 소리 듣고, 극작가적인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무소속 강용석 의원 “나의 롤 모델은 김구라”

최근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에 고소·고발 ‘집착남’으로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의 기본 콘셉트가 특정한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예능 프로인데, 이 프로 출연으로 인해 정치인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 아닌가.
“사실 모든 정치인의 희망이 MBC 예능 프로 ‘무릎팍 도사’에 나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프로가 폐지됐다. 비슷한 것으로 SBS ‘힐링 캠프’ 같은 것이 있다. 이미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출연했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출연하기로 예고됐다. 하지만 ‘힐링 캠프’에서 나 같은 정치인을 받아주지 않는다. ‘화성인 바이러스’는 예능 프로이면서 시청률도 어느 정도 받쳐주니까 나가겠다고 먼저 제의했다. ‘화성인 바이러스’에 국회의원이 나간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의원들이 한 번도 안 했던 것을 하고 싶어서 출연하게 됐다.”

대선주자 등 정치인이 ‘힐링 캠프’ ‘주병진 토크 콘서트(MBC)’ 같은 예능 프로에 출연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정치인들한테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이 무조건 좋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에는 좋지 않다. 그 프로가 특정 정치인을 띄워주는 것이 되니까 그렇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방송은 정치인에 대한 출연섭외를 기피한다. 정치인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직업이다. 만약 특정 정치인만 불러다가 프로그램에 내보내면 지지자들한테는 찬사를 받지만 반대자들한테는 거센 항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방송은 여야 정치인을 교대로 출연시켜 형식적인 균형을 맞추려 한다.”

그동안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원장을 공격하다가 최근에는 한나라당 비대위원인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다. 하버드대 후배인 ‘이준석 저격수’로 나선 이유는.
“나의 메인 타깃은 안철수 원장과 박원순 시장이다. 서브 타깃이 이준석 비대위원이다. 안철수 원장과 박원순 시장에 이어 이준석 위원까지 공격하니까 요즘 짭짤하다. 특히 국민들은 같은 하버드대 출신이 서로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재미있어 한다. 이준석 위원에 대한 병역 문제 등 자료를 확보해 뒀다.”

한나라당 비대위원의 면면을 볼 때, 이들을 평가해본다면.
“비대위원 모두 문제가 있다. 한 사람은 여자 문제가 있고, 두 사람은 각각 비리와 이념 문제가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친인척이거나 박정희 정부 당시 핵심에 있었던 사람들과도 연결된다. 특히 이준석 위원은 친박(박근혜)계 유승민 의원의 친구 아들이다. 만약 이들에게 지난 총선에서의 한나라당 공천 잣대를 들이댄다면 공천배제 사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한나라당 비대위의 쇄신작업에 지지를 보내고 있지 않나.
“엄격히 말하면 비대위가 지지를 받는 것이 아니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지지를 받는 것이다. 만약에 지금 비대위 멤버를 다시 짜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비대위 멤버가 화려해서 지지를 받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인터뷰]무소속 강용석 의원 “나의 롤 모델은 김구라”

개그맨 최효종씨와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원장에 대한 고소·고발, 그리고 이준석 비대위원 때리기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아닌가.
“실제로 나와 보좌진이 고소·고발한 것은 5건밖에 안 된다. 보통 선거 때가 되면 그 정도 고소·고발은 한다. 묘하게 내가 고소하는 것만 뉴스에 나니까 많은 것처럼 보였다. 굳이 노이즈 마케팅을 노리고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되면 나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가니까 그런 면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 안철수 원장 등을 캐는 것이 어느덧 나의 트레이트 마크가 돼버렸다. 이제는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다. 팬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그동안 강 의원이 한 고소·고발, 폭로성 기자회견과 보도자료 배포 등이 면책특권 등 국회의원의 특권을 이용한 것 아닌가.
“내가 한 것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과는 무관하다. 면책특권은 의원이 국회에서 발언한 것에 대해 면책받는다. 보도자료 돌리고 기자회견하는 것은 특권을 받을 수 없다. 다만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자료수집에는 일반인보다 훨씬 유리하다. 의원이 자료를 요구하면 정부 기관은 안 줄 수 없다. 제출 자료를 보면 무엇이 문제라는 것이 보인다. 국정감사의 노하우를 살려서 의심이 나는 부분을 줄기차게 파고 있다.”

강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국회 본회의에 올라왔을 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옹호발언을 한 후 제명 반대가 찬성보다 많았다. 김형오 전 의장이 이 같은 발언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나.
“제명안이 올라오기 한참 전에 김형오 전 의장이 농담 삼아서 ‘제명안이 올라간다는 것이 말이 되냐, 올라가지도 않을 것이고 올라간다면 한마디 해야지’ 그랬다. 그래서 당시 감사하다고 했다. 그런데 제명안이 올라오자 진짜로 그런 발언을 했다. 그래서 내가 살아난 것 같다. 그 이후에 김 전 의장을 만나서 감사하다고 했다. 김 의장이 악플이 40여개나 달려서 괴롭다고 했다. 나는 악플이 1만7000여개나 달렸었는데….”

무엇보다 강 의원에 대한 악플과 관련해 가족들이 힘들었을 텐데, 가족들의 반응은.
“가족들도 힘든 시간을 같이 겪다보니까 나처럼 맷집이 생겼다. 중학교와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있는데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은 나의 잘잘못을 떠나 단순하게 유명인으로 받아들인다. 애들은 나를 단지 드라마에서 악역으로 나온 배우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아내도 그 사건에 대해 크게 신경 안 쓴다.”

서울 마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인데, 승산은 있나. ‘성희롱 강용석’ 낙인이 선거에 큰 손해가 될 텐데.
“특정인에 대한 신뢰도와 호감도, 지지도는 인지도가 나오지 않으면 논할 가치가 없다. 지역구를 조사해봤더니 나의 인지도가 90% 이상 나왔고, 민주통합당 정청래 전 의원이 18~20% 나왔다. 나머지 후보들은 5% 미만으로 수치 자체가 의미없다. 또한 (투표에서 나를 찍겠다는) 호감도는 30% 정도 나왔다. 이번 선거의 관건은 야당에서 여러 명이 나와서 다자구도가 펼쳐지느냐 여부다. 만약 야당에서 민주통합당 후보 한 사람만 나온다면 누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도 한나라당 후보가 이길 수 없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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