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대비 인지도·만족도 낮아… 비용절감 통합 논의 ‘거북이 걸음’
정부의 대표적인 민원안내 콜센터인 ‘110콜센터’의 사업 성과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110콜센터의 최근 예산 증가 추세와 이에 따른 대(對)국민 인지도,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이 사업의 성과가 저조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110콜센터 사업은 ‘부패 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제12조 16호)’에 따라 정부와 관련한 모든 민원을 상담할 수 있도록 구축됐다. 담당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이 사업을 지난 2007년 5월부터 시작했다. 현재 110콜센터는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사업은 권익위의 여러 사업들 중 가장 큰 규모다. 권익위는 매년 각종 사업비로 300여억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중 110콜센터 사업에 53억원 이상의 예산이 집행된다. 지난해 이 사업에 55억1000만원의 예산집행이 이뤄졌으며, 올해도 53억9000만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권익위가 기획재정부에 신청한 내년 예산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110콜센터사업의 예산은 2007년 24억원, 2008년 29억원, 2009년 44억원 등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0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 자료에서 110콜센터의 예산이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국민들은 이 콜센터를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의 경우 110콜센터의 인지도는 30.9%로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120다산콜센터(82.5%)보다 2배 이상 낮았다. 110콜센터가 정부에서 운영하는 가장 큰 콜센터라고 볼 때 개설된 지 3년이 지나도록 인지도가 30.9%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산콜센터는 서비스 제공 및 홍보활동의 범위가 서울시로 한정된 반면, 110콜센터는 홍보 대상 범위가 전국이므로 절대평가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지도 차이가 50%포인트 이상 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인지도, 다산 콜센터 절반
권익위 측에서는 110콜센터가 개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다산콜센터는 110콜센터보다 오히려 몇 개월 늦게 개설됐다. 110콜센터는 2007년 5월, 다산콜센터는 2007년 9월에 서비스가 시작됐다.
그러면 홍보비가 부족해서일까. 최근 3년 동안(2008~2010년) 홍보비 내역을 보면 110콜센터는 14억1000만원을 사용했고, 다산콜센터는 15억2000만원을 썼다. 비슷한 규모를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인지도 상승률은 110콜센터는 3년 전보다 20.7% 올라간 데 비해, 다산콜센터는 무려 48.9%가 상승했다. 홍보비 투입에 비해 인지도 상승도가 낮은 것은 홍보비 사용의 효과가 미흡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110콜센터는 홍보비로 2008년 4억2000만원, 2009년 4억7000만원, 2010년 5억1000만원을 사용했다. 이와 관련, 권익위 측은 “콜센터를 많이 이용하는 서민을 대상으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TV·라디오 등 공중파를 통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현재 110콜센터에 대한 대국민 홍보는 오프라인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적은 예산으로 홍보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포털사이트 등 온라인 광고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콜센터의 응대율과 만족도에서도 110콜센터는 다산콜센터에 뒤진다. 권익위와 서울시의 자료에 따르면 110콜센터의 응대율은 2008년 87.0%, 2009년 87.0%, 2010년 81.1%였다. 반면 다산콜센터의 응대율은 89.8%(2008년), 98.6%(2009년), 99.3%(2010년)로 더 높았다. 응대율은 고객(국민)이 상담사 연결 신청을 한 콜(전화) 중 상담사와 연결이 이뤄진 콜의 비율을 말한다. 특히 110콜센터의 응대율은 지식경제부(우체국 콜센터: 95.8%), 외교통상부(영사콜센터: 98.7%)에서 운영하는 콜센터의 응대율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 만족도에서도 110콜센터는 다산콜센터에 비해 낮다. 110콜센터와 다산콜센터의 만족도를 보면 2008년 85.5점 대 90.1점, 2009년 82.1점 대 90.5점, 2010년 85.2점 대 89.3점으로, 다산콜센터가 모두 앞섰다.
110콜센터와 함께 각 부처에서 운영되고 있는 32개의 콜센터가 통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각 부처에 있는 콜센터를 통합하면 홍보비, 시스템 유지보수 비용, 시스템 관리 인력에 대한 인건비 등 예산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콜센터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 등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국회에서 통합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콜센터 통합작업은 굼뜨기만 하다.
정부는 2007년 110콜센터를 출범시키면서 정부의 대표 콜센터로 운영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110콜센터가 개설된 이후에도 환경부 고객지원센터 등 9개의 콜센터가 추가로 신설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특별히 전문성과 긴급성이 요구되는 상담을 제외하고는 콜센터를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110콜센터는 2009년 1월에 경찰청의 생계침해형 부조리사범 신고센터를, 2010년 7월에는 국가보훈처 및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전화민원 전문상담서비스를 통합,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각 부처의 콜센터 통합은 더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권익위를 중심으로 콜센터 통합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추동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정부 부처의 독자적인 콜센터 운영으로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지난해 정부 콜센터 통합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한 바 있다”며 “이를 근거로 각 부처와 통합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처 이기주의로 통합 추진 어려워
권익위는 각 부처에 산재해 있는 콜센터 인원과 시스템을 통합하는 안, 시스템은 통합운영하고 인원은 각 부처에서 운영하는 안, 시스템과 인원을 각 기관이 운영하는 안 등 세 가지 안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부 관계자들이 표면적으로는 콜센터 통합을 논의하고 있지만 각 부처 이기주의로 인해 통합이 실제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부처로서는 제 밥그릇(콜센터)을 남에게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힘이 없는 부처인 권익위가 통합작업을 주도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권익위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유원일 의원(창조한국당)은 “정부기관 콜센터 통합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처 이기주의로, 부처들이 개별 부처 중심의 경직된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으면 콜센터 통합은 어렵다고 본다”며 “하지만 정부는 국민의 입장에서 콜센터를 통합해 민원상담의 접근성을 높이고 운영과 관련한 부대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