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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비서실장 이성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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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대권도전 하면 박근혜에 대한 도리 아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돕다가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그것을 망각하고 다른 생각을 한다면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도리가 아니다. 오 시장은 당시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그것을 발판으로 재선에 성공하지 않았나.”

[표지인물]박근혜 전 비서실장 이성헌 의원

한나라당 친박(박근혜)계 이성헌 의원(서울 서대문갑 지역구)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권 도전설에 대해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신촌 유세 때 오세훈 후보를 지원 나왔다가 박 전 대표가 테러당한 사건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그는 그 말로는 불충분하다는 듯 같은 내용의 발언을 이어갔다. “불과 몇개월 전에 서울시장에 출마해 4년 동안 서울시정에 충실하겠다고 한 사람이 갑자기 웬 대권이냐, 말이 안 된다. 상식적으로 봐도 임기 중반에 사표를 내고 대권에 나서면 안 된다. 그럴 계획이 있었으면 아예 처음부터 서울시장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는 “김문수 경기지사도 마찬가지”라며 “수십억원의 국민 세금을 들여서 지방선거를 치렀는데 또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박근혜 대항마 ‘제3의 인물’ 예상
그러면서도 그는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로 최근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 두 사람이 아니라 ‘제3의 인물?이 떠오를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봤다. 그는 “앞으로 새롭게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이 나올 것 같다”며 “시중에 나오는 얘기에 의하면 여권 핵심부에서 ‘제3의 후보?를 내세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와 평소 전화 통화하는 몇 안 되는 친박계 핵심 의원 중 한 사람이다. 박 전 대표와는 지난 2000년 그가 16대 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하면서부터 연을 맺었다. 당시 이 의원은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 모임인 ‘미래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재선인 박근혜 의원을 초대해 당 개혁문제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다. 더욱 가까워진 것은 2004년 17대 총선 무렵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이 되면서부터다. 당시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난파 직전이었다. 서울 서대문갑에서 재선을 위해 힘겹게 뛰고 있던 그에게 박 대표가 전화를 걸어 “비서실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내 지역구가 어려운 상황에서 박 대표를 수행하면 다른 지역을 다녀야 하는데 고민을 많이 했다. 당이 어려운 시기에 나 살자고 거절하면 제대로 된 모습이 아닌 것 같아 내가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비서실장직을 맡기로)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17대 총선에서 라이벌인 열린우리당 우상호 후보에게 패했다. 이 의원의 낙선은 박 전 대표에게 늘 ‘마음의 빚?이 됐다는 게 정설이다.

이 의원의 활약상은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빛났다. ‘박근혜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아 한나라당 전국 대의원을 상대로 한 투표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를 400여표 차로 이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는 일반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2800여표 차로 뒤져, 결국 패하고 말았다. 그가 캠프에서 조직을 담당했던 이유는 한나라당에서 4년여 동안 사무부총장직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사무부총장은 주로 원외 당협위원장 등 당 조직을 관리하는 자리다. 이때 쌓아둔 인맥이 지금도 전국 각지에 퍼져 있다.

“박 전 대표 총선에서 중심역할할 것”
다가오는 대선에서도 그는 ‘박근혜 캠프?에서 조직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당협위원장들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사람이 누구인가를 잘 판단할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7~8월쯤 되면 각 후보들의 캠프가 가동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명박 후보도 서울시장을 그만두고 안국포럼을 곧바로 출범시켰다”며 “당시에 한나라당 경선이 2007년 8월에 실시됐으니까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번에도 경선 1년 전쯤부터 캠프가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서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우상호 전 대변인과 ‘외나무 다리 싸움?을 벌여야 한다. 언론에서는 ‘빅매치?로 표현하고 있지만 네번째 만나는 우상호 전 대변인이 껄끄럽다. 지금까지의 전적은 2승(16·18대) 1패(17대). 그는 “우상호 후보와 충분히 해볼 만하다”며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때 박 전 대표에게 긴급 지원 요청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박 전 대표가 도와주면 고마운 일이지만 전적으로 거기에 의존해서 선거를 치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거 결과는 지역주민의 뜻을 얼마나 읽어서 주민들 가까이 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에서 박 전 대표가 전국을 누비며 가능한 한 많은 후보를 지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의원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12월 대선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총선에서 의석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정권재창출의 가늠자”라며 “대선을 준비하는 박 전 대표로서는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현재 상태로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미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지역 25개 구청장 중 21군데를 민주당이 석권했다. 민심의 소재가 어디에 있나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지방선거 패배 직후에 당도 청와대도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는데 한 달 후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6월 지방선거의 민심이 무시됐다.”

그는 특히 “서울에서의 총선은 개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하더라도 큰 틀에서 여론이 형성되고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만들어지면 누구도 어려움 속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그는 지역 주민들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도 그대로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높은데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그런 답변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특히 인사파동, 연평도 피격 문제 등과 관련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동기 인사파동?과 관련, “최근의 인사를 보면 야당에서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한다”며 “청와대 수석 또는 주변 사람이 내각에 들어오는 것을 볼 때 앞으로는 청와대가 인재풀을 넓게 운영해서 유능한 사람들을 기용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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