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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통해 시민의 목소리 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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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 내정자, 시장과 ‘절충과 협의’ 강조

서울시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여소야대 상황이 됐다. 민주당이 서울시장은 한나라당에 내줬지만 서울시의회를 ‘접수’했다. 이에 따라 8년 만에 야당 소속의 허광태 시의원이 서울시의장에 추대됐다. 전체 시의원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79명이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허 의원은 7월 13일 열리는 임시회에서 의장에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허 의장 내정자를 만나 8기 서울시의회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들어봤다. 그는 “서울시의회를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서울시의회도 문제가 있는 사업에 대해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비판을 위한 비판만 하지는 않겠다.”

“서울시의회도 문제가 있는 사업에 대해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비판을 위한 비판만 하지는 않겠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래 처음으로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가 여야로 나눠지는 ‘여소야대’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회가 전례 없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신선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의회의 견제 없이) 독단으로 행정을 펼쳤다. 시민들은 이런 상황을 견제하라고 여소야대를 만들어 준 것이다. 시민의 뜻을 담은 행정을 펼치라는 명령으로 느낀다. 

그동안 오 시장이 이명박 정부 및 한나라당과 함께하는 정책 노선을 펼쳤지만 앞으로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행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줘야 한다.”

오 시장이 치적으로 내놓은 사업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도 ‘전시행정’에 대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 시장의 행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오 시장의 개발정책은 한계에 다다랐다. 서울시 행정이 문제 투성이라는 것은 시민들이 모두 알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오 시장이 개발 위주 사업을 계속 밀고 나간다면 문제가 커질 것이다. 서울시의회보다 서울시민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서울시의회가 개회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 서울시의 문제점이 계속 밝혀질 것으로 예상한다.”

어떤 사업을 우선적으로 변화시킬 것인가.
“우선 시청광장은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경인운하 문제, 한강르네상스 등도 철저히 파악해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이런 사업들이 과연 시민의 뜻을 담아 실시한 것인지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사업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정확한 상황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시의회도 문제가 있는 사업에 대해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비판을 위한 비판만 하지 않겠다.”

오 시장이 만나자는 제안을 민주당 서울시의원 총회에서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 면담을 거부한 이유가 있는가.
“오 시장과 지역구 시의원끼리 만나면 지역 현안에 대한 이야기만 할 것이다. 지역 현안 때문에 오 시장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흐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장단과 상임위가 꾸려지면 우리가 오 시장을 초청해서 만날 것이다.”

민주당이 시의회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지만 서울시의회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시의원들이 서울시 행정이 아닌 지역구 현안에만 매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선된 시의원들도 지역에서 한 공약이 있다. 시의원들이 공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지역 현안에만 매몰되지 않게 조절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교육’ ‘환경’ ‘복지’는 시의원들의 공통적인 공약이다. 이런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서울시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

서울시의회는 예산 편성,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서울시장의 행정을 견제할 수 있다. 의회의 견제장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의회의 힘은 막강하지만 무작정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아무런 준비없이 의회가 가지고 있는 견제장치를 사용하면 문제가 생긴다. 우선 시의원들과 함께 서울시 행정에 대해 구체적인 공부를 할 것이다. 시의회도 문제가 있는 정책에 대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여소야대 상황 때문에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 관계가 임기 내내 불편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외부에서 그런 예상을 많이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장도 서울시민을 위해 존재하고, 서울시의회도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가 정책을 놓고 대결할 수도 있다. 그런 때는 시민들을 모아 공청회나 설명회 등을 통해 결정하면 된다. 예전처럼 밀실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정책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시민의 뜻을 받아들여 정책을 결정하면 시장과 의회가 충분히 상생할 수 있다. 시장과 의회는 절충과 협의를 통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허 의장 내정자는 4, 5기 시의원을 지냈다. 그리고 8년 만에 8기 시의원에 당선됐고, 의장으로 내정됐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나.
“6기(2002년), 7기(2006년) 시의원을 뽑는 지자체 선거에서 선거운동이 너무 힘들었다. 이번에도 여론조사는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반응은 (여론조사와) 전혀 달랐다. 젊은이들이 나를 보면 ‘민주당을 찍겠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했다. 투표 나흘 전에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공안정국이 되면서 유권자들이 무서워 야당을 찍는다는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허 의장 내정자는 어떻게 정치에 뛰어들게 됐나.
“1980년대 후반 김홍일, 문희상, 염동연 등과 주축이 돼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1991년 지방선거에 김영배 전 국회의원의 권유로 출마한 것이 계기였다.”

민선 2기(고건 전 서울시장) 이후 8년 만에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장이 나오는 셈이다. 의장 내정자로서 포부가 있다면.
“막상 의장 내정자로 추대되니 어깨가 무겁다. 각 시의원의 열정과 전문성을 안아서 함께 나갈 것이다. 여소야대를 만들어 준 것은 시민의 뜻을 의회에 펼치라는 것이다. 그동안 서울시의회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기관이었다. 이제는 시민을 중심에 놓고 시민의 뜻을 담아 내는 의회로 변할 것이다. 이번에 당선된 시의원들의 능력과 역량은 대단하다. 보좌관 출신, 사회복지사 출신, 구의원 출신 등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서울시의회를 확실하게 변화시킬 것으로 본다.”

▲약력
1955년 생, 제4·5대 서울시의회 의원, 국회 정보통신정책자문위원, 세담정보통신주식회사 회장(현), 민주당 중앙위원(현)

<글·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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