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NGO모니터단, 현장 700여 명 사이버 300여 명 활동

국정감사NGO모니터단 모니터 위원들이 TV를 통해 관련 상임위의 국정감사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석구 기자>
2008년 국정감사 첫날인 10월 6일 오전. 국회 본청 250호에 있는 국정감사NGO모니터단 사무실에서는 모니터 위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사무실 왼편에는 대여섯 개의 부스가 마련되어 있고 국감장에 들어가지 못한 모니터 위원들이 TV 화면을 통해 관련 상임위원회의 국정감사 진행 상황을 열심히 체크했다. 오른편에는 또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관련 기사를 체크하고, 국감장의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한 국감장에도 모니터 위원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체크리스트를 보며 국회의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낱낱이 살폈다.
국감모니터단은 국감현장 모니터단 700여 명, TV·인터넷 동영상 등 사이버 모니터단 300여 명 등 1000여 명이 활약하고 있다. 현장 모니터단은 16개 상임위에 3~5명씩 조를 이루어 들어가 모니터링한다. 특이 이들은 순수 자원봉사자이며 교통비·식비 등 활동 경비를 일체 받지 않는다.
활동 경비 안 받는 순수 자원봉사
국감NGO모니터단은 국회의원들의 ▲출석 여부 ▲질의 태도 ▲이석(자리비운 것) 여부를 자세히 평가하고, 국감질의 자료, 보도자료 및 정책자료집 배포 여부 등을 종합 평가해 국감이 끝나고 상임위별로 국정감사 우수위원을 선정한다. 시민단체들의 연대기구인 국감NGO모니터단은 지난 10년 동안 유일하게 국감을 모니터링하고 국감우수의원을 선정해온 단체다. 국감NGO모니터단은 법률소비자연맹(총재 김대인)의 주관으로 27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주요 참여단체는 법률소비자연맹을 비롯해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한국대학생봉사단 등이다. 특히 국감NGO모니터단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진보단체부터 한국부인회 등 보수단체까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연대기구라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민주당 등 각 당은 국감NGO모니터단의 이념적 편향성을 제기하지 않는다. 국회 사무처는 국감 기간 동안 국감NGO모니터단에 사무실까지 제공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의 국감NGO모니터단의 활약은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많았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긍정적인 면은 첫째, 일괄 질의, 일괄 답변 관행이 없어졌다. 국감 초기에는 모든 상임위에서 위원들이 일괄적으로 질의하고, 피감기관장이 일괄적으로 답변하는 형태를 취했다. 이에 따라 의원들 간의 중복 질의가 많았고 긴장감도 떨어졌으며 무엇보다 의원들이 자기 질문을 하고 국감장을 떠나는 사례가 많이 발생했다. 그러나 국감NGO모니터단이 일문일답을 한 의원에게 가중 점수를 주겠다고 선언하자 국감장에서 일문일답이 정착됐다.
둘째, 국감을 방송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으로 생중계하는 데 기여했다. 17대 국회부터 국회에서 하는 모든 국정감사를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동영상으로 생중계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관심 분야 국감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이 또한 국감NGO모니터단의 요구에 의한 것이다.
셋째, 정책보좌관제도 정착에 기여했다. 국감NGO모니터단의 평가로 인해 각 의원들은 이른바 ‘정책보좌관’을 채용하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의원들의 정책만 담당하는 보좌관들이 의원회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능력 있는 정책보좌관은 모시던 국회의원이 4년 임기 이후 낙선하더라도 다른 의원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마지막으로 국감NGO모니터단의 요청으로 국감기간 중 후원회를 없앤 것도 큰 공적이다.
270여 개 시민·사회단체 참여
하지만 국감NGO모니터단의 의정활동 평가에 대한 부작용도 있다. 우선 논란이 되는 것이 평가의 객관성이다. 평가 기법의 한계로 인해 의원들에 대한 평가는 출석률, 이석시간, 보도자료 배포 횟수 등 정량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치컨설팅 e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의원들의 질의의 질을 따지지 않고 양적인 평가를 척도로 삼다 보니 너무 표피적”이라며 “실제 국감 우수의원 수상자들이 다음 선거에서 낙선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금애 국감NGO모니터단 공동집행위원장은 “국감NGO모니터단이 17대 국회 4년간의 의정활동 기록을 지난 총선 전에 각 당에 전달했다”면서 “양당에서 우수의원 75~85%가 공천받았고 70%가 총선에서 당선했다”고 주장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학생 의정모니터단이 9월 5일 발대식을 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제공>
둘째는 모니터단 위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사실 모니터단은 대학생, 일반 시민, 시민운동 활동가 등으로 구성돼 각 분야의 전문가라고 볼 수는 없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민단체가 모든 분야에서 국감 전체를 평가하면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예를 들어 환경운동연합은 환경 분야, 행정개혁시민연합은 행정 분야 등 전문 분야에서만 해당 국회의원을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셋째, 우수의원 선정으로 인해 국회의원들 간의 지나친 경쟁을 유발시킨다는 지적이다. 국감 기간 동안 국회의원들과 보좌진은 국감NGO모니터단에 온통 신경이 집중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감모니터단에 의해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면 의정활동 보고서 등 각종 홍보 수단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감우수의원 시상식 사진은 4년 임기 내내 의정활동을 잘했다는 척도로 활용되곤 한다. 때문에 국회의원실은 우수의원에 선정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한 의원의 보좌관은 “국감NGO모니터단에 잘 보이기 위해 많은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려놓는다”면서 “이중 국감 때 내놓는 정책자료집 대부분이 피감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짜깁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에 보도하기 위해 선정적 이슈를 보도자료화하는 경쟁도 뜨겁다.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의원이 우수의원에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에 따른 것이다.
국감NGO모니터단 외에도 국감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시민단체는 많다. 진보계열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나 보수계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국감이 끝난 후 우수의원을 선정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진보계열 18개 시민단체는 최근 정치권에 경제정책 실패 책임자 경질, 경찰의 인권 탄압 진상 규명 등 국감 핵심과제를 발표하고, 부문별 모니터링을 통해 국회의원들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의정감시센터 등을 중심으로 몇몇 상임위만 현장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민주언론시민연합은 YTN·KBS 사태 등 관련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반면 보수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대학생의정모니터단이 현장 모니터링과 화상 모니터링을 통해 의원들을 감시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국감이 끝난 후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의 소감을 담은 자료집을 내놓을 예정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민정 정치실장은 “대학생들이 국감을 직접 눈으로 보면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되고, 학생들이 정치권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국감 모니터링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