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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 횟집 연 이강철 특보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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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면서 운영하고 있어요”… “남편에게 6월까지는 얼씬 말라고 했다”

이강철 청와대 정무특보가 개업한 ‘섬 횟집’. 이 횟집에 가면 여느 음식점과 다른 풍경이 벌어진다. 주인이나 종업원보다 손님이 ‘주인’(이 특보의 부인 황일순씨·50)을 먼저 반기는 일을 종종 볼 수 있다.

“제가 강철 형님의 고등학교 후배입니다.”
“사모님, 오랜만입니다. OOO입니다.”

위_횟집 ‘섬’ 의 내부전경.<br>아래_이강철 청와대 정무특보가 지난해 1월 시민사회 수석비서관 임명장을 받은 뒤 노무현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위_횟집 ‘섬’ 의 내부전경.
아래_이강철 청와대 정무특보가 지난해 1월 시민사회 수석비서관 임명장을 받은 뒤 노무현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물론 주인은 그저 손님으로 대한다. “아, 예~. 저쪽 자리로 들어가시죠”라며 친절하지만 다소 사무적으로 손님을 맞는다.
이런 ‘진풍경’은 예상이 됐던 일이다. 개업 무렵에는 논란도 만만치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이 특보가 청와대 코앞(서울 통인동)에 음식점을 냈으니 이곳이 ‘권력의 사랑방’이 될 것이라는 게 논란의 중심이었다. 한마디로 청와대 직원과 권력 주변의 인사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걱정’인 셈이다.

‘권력의 사랑방’ 될까 우려감 표시

이를 의식해서인지 이 특보는 이 횟집에 한 번도 걸음한 일이 없단다. 부인인 황일순씨는 “생계를 위해 차린 것”이라며 “이 특보에게 6월까지는 얼씬도 말라고 했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실제로 이 특보는 절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삼계탕집 ‘토속촌’에는 가도 횡단보도 건너 ‘섬’엔 발걸음을 않는다고 한다. 이 특보는 현재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원들의 격려를 위해 지방에 머무는 일이 많다고 한다.

한 종업원은 “가끔씩 (이 특보를) 아는 척하면서 명함을 두고 가거나 이 특보에게 안부를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도 “(사장님은) 그래도 이 특보에게 손님의 안부인사조차 전해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을 손님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청와대 인근에 ‘정권 실세’의 부인이 운영하는 횟집에 대해 곱지 않은 눈길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황일순씨는 “왜 의식이 안 되겠냐”면서도 “그래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이 특보는 정치적으로 실세일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서민”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크고 작은 이 특보와 인연을 가진 고객들은 그의 방문을 알리는 듯했다. 물론 의도한 때문만은 아니다. 지배인 역할을 하는 노기남씨를 알아보는 고객은 대부분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노씨는 대구에서 이 특보의 정치활동을 오랫동안 도왔던 막역한 사이. 노씨는 “장사 경험은 없지만 이 특보를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야 한다는 심정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 조금 적응이 되는 것같다”고 말했다.

기자가 두 차례 ‘섬 횟집’을 방문했던 때 정계인사로는 이 특보와 가까운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 그리고 한때 동교동계의 핵심이던 김상현 전 의원이 회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한 외국대사관 공보관실에서 일하고 있는 한 인사도 언론인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들 이외에는 대부분은 가족외식이거나 친지모임 같았다.

그러나 4월 11일 개업일에 흔한 화환 하나 보이지 않고 대체로 한산했다는 보도와는 조금 달랐다. 4월 18일 기자가 방문했던 시각은 채 저녁 6시가 되지 않았다. 한 종업원은 “남은 자리가 딱 하나뿐”이라면 주방쪽 통로의 한 테이블로 기자일행을 안내했다. 이미 예약이 다 되어 있다는 얘기다. 개업 무렵, “지금은 손님이 밀리고 눈치도 보이니 (조금) 있다가 한번 들러보자”고 말했던 정가 주변 사람들이나 서울에서 만난 대구·경북 출향인사들은 찾아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장사가 잘 되는 것 같다”는 기자의 얘기에 대해 노기남씨는 “자연산 회를 쓰기 때문에 기본적인 마진이 크지 않고 더구나 회전율이 높지 않아 수익은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IT업체를 운영하는 김운정씨(49)는 “신문을 보고 회사 식구들과 찾아왔다”면서 “생선이 신선하고 특히 경상도식으로 묶은 흰김치에 싸먹는 회맛은 독특했다”고 말했다.

이 특보 친구와 부인이 공동경영

‘섬 횟집’은 황일순씨가 대구에서 7년간 횟집을 운영할 때 쓴 상호다. 현재 대구의 원조 섬 횟집은 이 특보의 동생 강열씨가 운영하고 있다. ‘효자동 섬 횟집’은 중저가 정책을 쓰고 있다. 광어, 도다리 등 자연산 회 한 접시에 8만~10만 원선. 회 한 접시면 3~4명이 먹을 수 있는 ‘서민횟집’이란 게 종업원들의 설명이다. 횟집의 규모는 70여 평이며, 방은 8개, 홀에는 4개의 테이블이 있다.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손님은 100명 정도. 종업원은 요리사를 포함해서 모두 10명이다.

이 횟집은 이 특보의 친구로 삼계탕집인 ‘토속촌’ 주인 정명호씨와 황일순씨가 공동경영한다. 섬 횟집 터 역시 정명호씨가 운영하던 고기구이집 ‘토속촌’이었다. 공동대표가 하던 집이라 임대료 부담이 없고, 횟감은 시동생 강열씨가 공급한다. 황일순씨 임무는 순수한 영업. 수익금은 정명호씨와 황일순씨가 6대 4로 배분하기로 했다고 한다. 원래 3월 초 개업할 예정이었으나 내부 공사가 늦어지는 바람에 4월 11일 문을 열었다.

이 특보가 청와대 근처에 개업한 데 대해 국가청렴위는 “대통령 특보는 대통령 비서실 직제 6조에 근거한 공적 신분이기는 하지만 국가공무원법상의 공무원 신분이 아니다”면서 “이 때문에 제재 대상이 아니다”고 결론을 내렸다. 청와대 특보는 무보수 명예직이다. 청와대도 “청와대 특보는 공무원 행동강령 적용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부산시장에 출마하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은 “좋은 식당을 만들어 많은 분이 수산물을 먹게 만든다면 국민건강에 좋고 수산업과 어업인 생계에 보탬이 되기 때문에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논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국가청렴위의 판정에 대해 “유구무언(有口無言)이 아니라 ‘어구무언(魚口無言)’”이라고 비난했다. 개업 자체에 대해서도 “도다리가 웃을 일”(정인봉 당 인권위원장)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일반인들의 평가도 양분되고 있다. 효자동 주민으로 가족과 함께 찾은 홍석진씨는 “값싸고 맛있는 회를 서비스한다면 누가 운영하든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말했다. 반대입장에 있는 다른 한 시민은 “횟집을 차리는 거야 자유지만 청와대 코앞에 차린 것은 너무 속보이는 짓”이라며 “이유와 사정이야 있겠지만 권력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일반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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