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고기 먹니 나도 먹는다 식물성 고기로

전 세계 대체육 시장 급성장…한국 식품업계도 식물성 푸드 개발에 속속 나서

육류 섭취를 줄이기 위해 식물성 푸드 섭취를 지향하는 인구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전 세계 식품업계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는 고기의 맛과 영양은 즐기되, 식물성 재료를 이용한 대체육 시장이다. 물론 식량위기까지 대비하는 대체육의 종류에는 동물 세포를 배양해 생산하는 배양육(인공고기)이나 식용곤충도 있다. 하지만 현재 세계인들이 가장 주목하는 대체육은 비동물성 재료인 콩, 버섯, 해조류 등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모양과 식감을 고기와 유사하게 만든 식재료다.

브이투푸드의 대체육이 들어간 파스타

건강식으로 평가되며 소비자 늘어

흔히 대체육은 동물성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비건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엔 ‘건강식’으로 재평가되면서 대체육을 찾는 일반 소비자도 크게 늘었다. 직장인 김미진씨(39)는 “운동을 싫어하고 육식을 즐기는 남편이 콜레스테롤 수치와 함께 체중도 점점 늘어가 걱정하던 차에 대체육이 고기와 맛은 비슷하지만 콜레스테롤이 거의 없고 양양가는 높다고 해 주말에는 종종 대체육으로 식탁을 차린다”고 말했다. 김씨는 “맛과 식감이 아직은 실제 고기와 똑같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선택폭이 점차 넓어지기도 해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육은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하며 기존 육류 시장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젊은 남녀가 스타벅스의 식물성 기반 푸드 4종을 시식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 시장규모는 2018년 96억2000만달러(약 11조6000억원)였으나 2019년부터 연평균 9.5%씩 성장해 2025년 178억5860만달러(약 2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약 10억달러 규모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는 미국의 대체육 시장을 급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육가공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미국인들이 육류 대신 대체육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뒤를 영국(6억1000만달러), 중국(2억8000만달러), 독일(2억6000만달러), 일본(2억2000만달러)이 따르고 있다. 한국은 2000만달러로 38번째다. 즉 국내 대체육 시장은 2020년 기준 약 220억원 정도 규모로, 글로벌 시장의 0.4%를 점유한다.

대체육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대중화 단계에 이르렀다. 브이투푸드(v2food), 비욘드 미트(Beyond Meat),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 Inc) 등 글로벌 기업이 대체육 상품을 출시하면서 일상적 소비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세계푸드의 베러미트가 출시한 콜드컷(슬라이스 햄)/각사 제공

브이투푸드는 호주의 대표적 대체육 브랜드다. 인공 첨가물 없이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 그리고 고기를 뛰어넘는 영양성분을 구현하고 있다. 대두단백, 정제수, 유채유, 코코넛오일, 메틸셀룰로스, 변성전분, 양파, 파슬리 등 각종 재료의 혼합으로 만들었다. 전 세계 버거킹 체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호주 도미노 피자와 공동으로 신메뉴를 개발 중이다. 비욘드 미트는 맥도날드, 서브웨이 등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선보인 식물성 치킨인 ‘비욘드 치킨 텐더’는 일반 제품보다 포화지방 함량이 약 40% 적으며 1회 제공량당 약 14g 단백질을 제공한다. 아직 한국에선 유통되지 않은 임파서블 푸드는 대두를 주성분으로 하는 패티를 생산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팝 가수 케이트 페리 등이 투자했으며, 우리나라 기업인 미래에셋 자산운용도 1800억원을 투자했다. 닉 헤이즐 브이투푸드 대표이사는 “2050년이면 전 세계 인구는 지금보다 2배 이상의 식품을 필요로 하지만 현재의 방식으로는 그 수요를 해결할 수 없다”며 “대체육은 2.5㎏당 육류보다 20~30배 이상의 탄소를 줄여 환경적으로 중요한 솔루션인 동시에 육류섭취를 포기할 수 없는 인류를 위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에서 대체육 이미 대중화

국내 기업들도 식물성 푸드 또는 대체육 개발에 속속 나서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를 출시했다. 첫 상품은 돼지고기 대체육 햄 ‘콜드컷(Cold cut·슬라이스 햄)이다. 국내 대체육 시장은 소고기 대체육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육류 소비량 중 최다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돼지고기인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해서다. 콩에서 추출한 대두단백과 식물성 유지성분을 이용해 고기의 감칠맛과 풍미를 냈고, 해조류에서 추출한 다당류를 활용해 햄 고유의 탱글탱글한 탄력성과 쫄깃한 식감을 재현했다. 신세계푸드 성정환 신사업전략팀장은 “비건 인구는 우리나라에선 아직 그 숫자가 많지 않기에 베러미트는 평소 고기를 즐기지만 건강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출범했다”고 말했다.

풀무원은 40년간의 두부 제조기술과 콩 단백질 연구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식물성 지향 식품’ 선도 기업을 선언했다. 고단백 결두부로 고기 식감을 구현한 식물성 고기인 ‘두부텐더’를 비롯해 ‘고단백 두부바 플레인’ 등을 선보였다. 농심도 지난 1월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하고 만두 제품을 출시했고, 동원 F&B는 비욘드 미트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고 일찍이 대체육을 판매하고 있다. SK그룹의 투자전문지주사인 SK㈜는 최근 중국 기업과 1000억원 규모의 대체식품 투자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홍정욱씨가 설립한 식물성 혁신푸드 기업 올가니카는 대체육과 비건미트소스로 만든 함박스테이크 메뉴인 ‘플랜트 함박&파스타 밀박스’를 국내 스타벅스 전국 1300여개 매장을 통해 지난달 29일 론칭했다. 스타벅스에서는 이를 포함해 같은날 ‘헤이즐넛 브라우니’ 등 식물성으로만 만든 음식 4종을 선보였다.

<박주연 선임기자 j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