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공룡영화는 이제 어떻게 하죠?” 그림을 본 누리꾼 반응이다. 이런 작명도 눈에 띈다. ‘털’라노사우루스, 티라노‘새’우루스(강조는 인용자). 아닌 게 아니라 새로운 상상도는 <쥬라기공원>이나 <한반도의 공룡, 점박이> 등에서 보던 ‘위용’과는 거리가 멀다. 타조나 ‘닭’스럽다.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그렸다는 공룡 이미지가 인터넷에 퍼진 것은 추석 무렵부터다. 제목은 이렇다. “지금 공룡학계는 대 혼동중.jpg” 근래의 티라노 ‘복원도’는 등에 털이 가득 난 모양이다. 그리고 최근의 복원도는? 아예 온몸에 털이 가득하다. 중간 단계에서 등만 덮여 있던 털은 콧잔등과 배에도 하나 가득. 깃털을 가진 것 중에 가장 큰 공룡이라고 하는 기간토랩터의 상상 복원도는 영락없이 큰 새다.
최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 티라노사우르스 상상도.
설명은 다음과 같다. “최근 공룡은 파충류보다는 조류에 가까운 것으로 판정이 날 듯. 학계가 엄청난 카오스라고 함. 공룡 화석에서는 깃털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최근 깃털 화석이 발견돼 상상도가 변한 것이라고 함. 도마뱀이어서 뒤에 사우르스가 붙은 거라는 데 티라노 사우루스가 아닌 티라노 버드가 되는 건가?”
사실일까. 확인해보니 깃털 달린 공룡이 이슈화된 것은 1998년 중국 랴오닝성에서 나중에 카우딥테릭스(Caudipteryx)라고 명명된 초식공룡의 화석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카우딥테릭스는 작다. 굳이 비유하자면 고양이나 삵 정도?
‘털에 뒤덮인 티라노사우루스’ 설은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마크 노렐 박사가 주창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티라노사우르스가 적어도 생애 중 특정 단계에서는 확실히 깃털을 갖고 있었다는 여러 증거가 있다.” 2004년 네이처지에 발표된 주장이니 비교적 최신 연구 성과다.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것은 많다. 과거에는 티라노사우루스가 파충류와 같은 냉혈동물로 믿었지만, 지금은 온혈동물일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예전에 만들어진 공룡영화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쥬라기 공원>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한반도의 공룡, 점박이>가 만들어진 게 지난해쯤이면, 이 논란이 이미 다 알려진 상태였다. 그런데 왜 영화에는 반영하지 않았을까. 영화에서 점박이의 평생의 원수로 묘사된 ‘애꾸눈’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다. 그런데 그는 털복숭이가 아니라 벌거숭이다.
한국에서 공룡 연구의 최고 권위자는 김항묵 부산대 지질학과 명예교수다. 김 교수에게 물어봤다. “티라노사우루스에 털이 있었는지는…. 몽골에서 육식공룡, 주로 중소형 공룡들에서 털이 많이 발견된 것은 사실입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초식공룡은 털이 없고, 육식공룡에 털이 있다는 설이 힘을 얻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털복숭이 티라노사우루스’는 아직 정설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반면 공룡 조류설은 이제 거의 정설이 됐지요.” 김 교수에 따르면 한반도에서는 공룡 이빨 화석과 발자국이 발견되는데, 주로 초식공룡이 많고 약 10분의 1 정도가 육식공룡의 것이라고 한다. “아직 한국에선 몽골처럼 깃털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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