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진코리아 “로켓엔진 장착한 빈 배”

제3지대 구심점으로 급속 부상… ‘선장’ 태우고 쾌속운항 여부는 미지수

제3지대의 구심점으로 떠오른 ‘전진코리아’가 올 대선 구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들은 노무현 정부를 대한민국 전진과 국민 통합에 실패한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주류를 각각 ‘수구 보수’와 ‘무능한 진보’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이들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선언적인 차원’을 넘어 구체적인 정당 창당의 청사진까지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상적인 구도’로 설정한 ‘대선 프레임’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빅 매치’다. 제3지대의 두 거물을 영입, 신당을 창당한 후 대선에 출마할 후보를 ‘경쟁’을 통해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전진코리아 이왕재 운영위원은 최근 “손 전 지사 외에도 정 전 총장 같은 분이 새 정치 질서 창조에 합류했으면 한다”며 “상반기 중 새로운 정당 창당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위원은 두 달 전까지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을 지내다 전진코리아의 공보담당 운영위원으로 변신해 눈길을 끌고 있는 인사다.

능률적인 신 386 정치세력 표방

이들의 희망사항이 구도대로 관철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손 전 지사는 전진코리아의 존재 가치에 대해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 정치권 내에서는 그래서 “전진코리아가 사실상 손 전지사의 가장 강력한 후원 정치세력으로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한 지난 3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발언을 했다. “전진코리아는 386 중 기존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386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 반성하고 극복을 모색하고 있는 적극적인 사회참여 세력으로 알고 있다. 그런 분들이 앞으로 새로운 정치 세력 형성의 커다란 바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정운찬 전 총장의 반응이다. 전진코리아가 사실상 손 전지사의 배경 조직이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 전 총장과 가장 가까운 정치인으로 그의 ‘복심’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인 민주당 의원은 “전진코리아와 손 전 지사 사이에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진코리아를 매개로 ‘손-정 연대’가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 일단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진코리아는 ‘新 386 세력’을 내세운 신흥 정치조직이다. ‘수구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반대 기치를 내세운 한편 노무현 대통령을 정점으로 포진한 구 386세력에 대해서도 ‘무능한 진보’란 브랜드를 붙이고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능률적인 진보, 생산력 있는 신 386 정치세력’을 표방하고 있는 셈이다. 작년 12월부터 준비모임을 시작한 전진코리아는 대결 정치의 종식과 생활 정치의 복원을 모토로 내걸고 있다.

전진코리아의 멤버들은 주로 40대 인사들이 주류다. 김윤 세계경제화포럼 대표, 최배근 건국대 민족통일연구소장,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 등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변호사·기업인·대학·사회단체 등 각계에서 활동하는 100여 명이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전대협 동우회장 출신의 윤진호 미래재단 이사,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 김진국 선진한국연대 기획위원장 등이 추진위원이다.

3월19일 손 전지사가 한라당을 탈당한 배경에는 전진코리아 측의 집요한 설득이 상당한 작용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CEO로 최근 전진코리아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전진코리아는 로켓엔진을 장착한 텅 빈 배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모임엔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처럼 대권후보를 자임하고 있는 사람들이 없다. 일단 유능한 선장을 태우면 쾌속 운항을 시작할 것이다.”

전진코리아는 외형적으로만 보면 손 전 지사나 정 전 총장 같은 ‘비주류 우량주’엔 기득권 세력이 없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실패한 정권’으로 인식된 범여권의 부채를 이어받지도 않았으며 그들 자신이 ‘수구보수’로 규정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강력한 대항 전선을 구축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손학규 베이스캠프’ 정치권 의혹

그러나 설사 전진코리아가 손 전 지사를 태우고 항해를 시작한다고 해고 올 대선 구도가 그들의 희망대로 움직여줄지에 대해서는 아직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정 전 총장 등 대항마가 승선하지 않고는 배의 추진력이 현격하게 왜소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손 전지사의 ‘지지 정치세력’으로 전락, 손 전지사의 지지율에만 의존하는 일회성 정치 조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의 일부 정치인들은 전진코리아의 존재와 향후 활약상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는 “손 전 지사가 당분간은 전진코리아나 비슷한 세력을 중심으로 공간을 넓혀가는 것은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진코리아의 ‘한시적 효용’에 대해서만큼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신국환 국민중심당 대표는 전진코리아를 포함한 범여권의 새로운 정치세력이 단일한 대오를 형성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 민주당, 전진코리아 등이 참여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4월 초쯤 출현한다”는 것이 그의 예측이다. 통합신당모임 전병헌 의원도 전진코리아와의 연대를 ‘가능한 카드’로 보고 있다. “전진코리아도 동일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 연대와 협의가 가능한 대상”이라는 것이 전 의원의 인식이다

전진코리아가 가장 부담을 느끼고 있는 대목은 자신들이 손 전지사의 베이스캠프가 아니냐는 정치권 내의 의혹이다. 지도부 인사들은 거듭 그런 예단이 성급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에 뜻을 둔 386인사들이 모였지만 정계개편의 축이 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조직이나 자금동원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회원 수가 100여 명에 불과하고, 지역조직 건설이 시작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도 직면하고 있는 한계다.

그러나 반한나라당-비노무현의 제3지대가 아직 무주공산이라는 점에서 전진코리아는 주목의 대상이다. 열린우리당의 전략기획통인 민병두 의원은 “손 전 지사는 결국 제3지대에서 신당을 창당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당 창당의 모태에 전진코리아 같은 신흥 정치세력이 필수적인 것이 아니냐는 진단이다. “따로 따로 가다가 결국 만나게 될 것”이란 게 민병두 의원이 그리는 범여권 통합의 밑그림이다.

한기홍〈객원기자〉 glutton4@naver.com한기홍〈객원기자〉 glutton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