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일본인 아내·어머니 둔‘반쪽 한국인’

신동빈 부회장은 어떤 사람… 롯데 마린스 이승엽 선수 스카우트 앞장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은 반은 일본인, 반은 한국인이다. 아버지는 한국인인 신격호 회장이고, 어머니는 신회장의 두번째 부인인 일본인 다케모리 하쓰코 씨(78·현 시게미쓰 하쓰코)다. 그는 1955년 일본에서 태어나 대부분을 일본에서 자랐다. 대학도 일본에서 나왔다. 일본 이름은 시게미쓰 아키오. 그래서 다른 재벌가 후계자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일본인 부인과 결혼한 신 부회장은 1남2녀를 두었다. 가족들은 모두 일본에서 산다. 일본에 있는 자녀교육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한국으로 이사할 생각이다. 그는 한 달 중 2주일은 한국, 1주일은 일본, 나머지 1주일은 그 밖의 지역에서 지내고 있다.

2주일은 한국, 1주일은 일본 생활

그에 대한 평가에는 항상 “예의바르다”가 따라 붙는다. 롯데그룹에서 공식적으로 내놓은 신 부회장의 신상자료에도 이 부분이 강조돼 있다. 이로 ‘팩트’임을 자신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롯데 관계자는 “신 부회장을 한 번이라도 만나본 사람이라면 그가 매우 예의바른 사람임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상 말쑥하게 차려입은 양복과 흐트러짐이 없는 옷맵시에서 스마트한 인상을 받는다고 한다.

또 웨이터에게 음식을 주문하거나 임원들에게 업무관련 사항을 질문할 때도 꼬박꼬박 경어를 쓴다고 한다. 명함을 내밀 때도 반드시 두 손을 사용한다. 롯데호텔은 신 부회장에게는 안방과도 같은 곳이지만 신 부회장은 사업관련 행사나 세미나에 참석해서도 항상 조심스럽다. 전혀 ‘주인’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다. 일부 재벌 오너일가가 직원들을 ‘머슴’으로 보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하지만 이는 그의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다. 그에게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일본인의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자랐고, 일본인의 피가 반이기에 당연한 일이다.

재벌 후계자지만 그는 근검·절약이 생활화돼 있다. 또 성실과 근면이 몸에 배어 있다. 이는 일본에서 자란 탓도 있지만 아버지인 신격호 회장의 영향도 크다. 빈농의 5남5녀 중 장남이던 신 회장은 19살 때 단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오늘의 롯데를 일궈냈다. 신 회장의 집무실에 걸려 있는 ‘거화취실(去華就實)’은 신 회장 일가의 생활철학을 잘 나타낸다. 이 문구는 겉으로 화려하게 포장하는 것을 멀리하고 실익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기자들 질문에 한마디도 대답 안해

또 신 부회장은 소탈하고, 형식을 싫어한다. 사무실에 출근할 때도 직원들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탄다. 신 부회장 전용 엘리베이터는 없다. 정책본부장을 맡은 뒤로는 한국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 직원들이 출근시 부회장을 만나는 횟수가 많아졌다고 한다. 신 부회장은 한 달에 두세 번 한국과 일본을 오간다. 그때마다 수행인 없이 자신이 직접 가방을 들고 다닌다. 신 회장과 마찬가지로 혼자서 출장에 다니며 사업구상에 몰두하는 편이다. 형식을 싫어하고 실속을 중요시하는 것이 체질이 돼 있다. 이렇게 혼자 다니다보니 재밌는 에피소드도 생긴다. 2001년 ‘유통을 알면 당신도 CEO’(오세조·신동빈 공저) 출간 기념회가 열렸을 때 그 옆 전시장에 세븐일레븐 상품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신 부회장은 자투리시간을 이용해 여느 때처럼 수행 없이 전시회 부스를 보러 들어가려고 했는데, 담당직원이 일반인은 출입이 안 되고 점포 운영자만이 입장 가능하다고 신 부회장을 막아섰다고 한다. 신 부회장은 한번 더 들어가려다 다시 제지당하자 할 수 없이 옆 부스로 발길을 옮겼다. 신 부회장은 끝내 자신이 롯데그룹 부회장임을 밝히지 않았다.

신 부회장은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형인 신동주 일본 롯데 부사장보다는 활달하지만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다. 그래서 인터뷰에 잘 나서지 않는 편이다. 그는 지난 9월 1일 중저가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런칭 기자회견 때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르는데도 단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 이인원 대표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셔서 그렇다”고 대신 설명했다. 이날 건배제의도 끝내 마다해 이 대표가 대신 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찾아온 기자들에게는 어눌하게나마 대답을 잘 했다고 한다. 많은 기자 앞에서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내성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또 세밀한 성격의 소유자다. 이는 사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롯데 관계자는 “작은 일을 소홀히 하다보면 큰 흐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에 관해 구상할 때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시작한다”고 말했다. 세븐 일레븐에서 김밥이 점포당 하루 몇 개 팔리는지를 정확히 체크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못하는 운동없는 만능스포츠맨

신 부회장은 골프, 테니스 등 못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로 만능 스포츠맨이다. 골프와 테니스는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야구 마니아다. 그는 지바 롯데 마린스 구단주 대행이기도 하다. 지난해 1월 일본 롯데 마린스의 가고시마 스프링 캠프지를 방문해 이승엽 선수를 격려하기도 했다. 이승엽 선수를 스카우트한 것도 신 부회장의 적극적인 지시였다는 후문이다. 종종 야구 경기를 보기 위해 홈구장을 찾는다. 와인을 즐기지만 폭탄주는 좋아하지 않는다. 소탈한 성격의 신 부회장은 소주도 잘 마시는 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폭탄주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 롯데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국,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두루 생활해 대부분의 음식을 잘 먹는 편이다. 좋아하는 음식은 파스타.

신 부회장의 소장파 측근은 누구?

정책본부에서 국제실장을 맡고 있는 황각규 상무(51)는 신 부회장의 오른팔로 불린다. 1995년 12월 국제부장으로 그룹 업무를 맡은 그는 2000년 2월 임원에 올랐다. 그룹의 국제부장을 맡고부터 비서실이 없는 롯데에서 스케줄 관리부터 경영 보좌까지 지근거리에서 신 부회장을 모신(?) 최측근이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그는 신 부회장이 총수 자리에 올랐을 때 중용될 것으로 점쳐졌던 인물이다. 외국어에 능통한 황 상무는 서울대 화공과 출신으로 1979년 롯데그룹에 입사, 호남석유화학에서 잔뼈가 굵었다.

정책본부의 핵심인 운영실의 좌장인 좌상봉 전무(52)와 지원실장의 채정병 전무(55)도 신 부회장을 보좌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좌 전무는 그동안 그룹의 M&A(기업인수·합병)에 관여해온 실세. 2002년 5월말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인 TGIF를 501억원에 전격 인수한 것도 좌 전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좌 전무는 원래 ‘삼성맨’이었다. 경남고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좌 전무는 삼성그룹에서 회장 비서실, 종합기획실 등 핵심 부서를 두루 거친 뒤 2000년 7월 롯데그룹에 합류해 성공적으로 ‘롯데맨’으로 변신했다.

서울 경복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채 전무는 (주)호텔롯데 김병일 사장의 뒤를 잇는 롯데그룹의 차기 재무통이다. 삼성그룹을 거쳐 1981년 롯데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채 전무는 주로 재무 분야에서 일했다. TGIF의 운영법인인 푸드스타의 CEO(최고경영자)를 맡아 잠시 외도도 했지만 지난해 5월 경영관리본부(현 정책본부)로 돌아와 다시 재무팀장을 맡아 그룹의 안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언론계에서 영입한 홍보실 장병수 상무(53), 그리고 부속실이 비서실로 확대 개편돼 비서실장을 맡게된 김성희 전무(62)도 측근 참모로 분류된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장 상무는 동아일보 사회부 차장, 심의실 부장대우를 지낸 후 2001년에 롯데품에 안겼다. 비서실에서 잔뼈가 굵은 김 전무는 전임 부속실장을 지내는 등 신 부회장과는 밀접한 관계를 지속해왔다.

비록 정책본부에 있지는 않지만 롯데닷컴의 강현구 상무(45)도 빼놓을 수 없는 측근이다.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강 상무는 대홍기획 인터랙티브팀 팀장, 롯데닷컴 총괄담당 겸 경영전략담당 이사 등을 거쳤다. 롯데닷컴의 전신인 ‘헬로우 서울’이란 인터넷 쇼핑몰 설립에 깊숙이 관여했다. 신 부회장은 1990년 후반 이후 인터넷쇼핑몰, 편의점 사업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면서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이끌던 강 상무가 신 부회장의 총애를 받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상무는 2003년 그룹내 최연소 이사로 발탁됐을 만큼 신 부회장의 신임이 높다. 그는 신 부회장이 대표이사인 롯데닷컴의 살림살이를 맡고 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