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 어머니 불교모임 통해 인연… 장모 박현주씨 최근 대상홀딩스 부회장에
1998년 6월 8일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입구는 하루 종일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현 삼성전자 상무와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 회장의 장녀 세령씨의 결혼식 때문이다.
‘미원-미풍 전쟁’을 벌였던 삼성과 대상이 사돈을 맺었다는 점도 파격적이었지만, 연세대(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세령씨의 빠른 결혼, 영호남 대표기업의 혼사 등으로 결혼식은 큰 화제를 모았다.
강영훈 전 국무총리의 주례로 치른 이날 결혼식에는 삼성·대상그룹의 오너와 가족, 전문경영인을 비롯한 정·재계 인사 등 수백여 명이 참석했다. 물론 국내외 언론사의 뜨거운 취재 열기로 이날 행사는 ‘세기의 결혼식’을 방불케 했다.
중앙일보·보광은 외가 쪽 대표기업
특히 이날 행사에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기일에도 모두 한 자리에 모이지 못했던 신세계·제일제당(현 CJ그룹)·한솔·새한그룹의 오너 대부분과 2~3세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당시 이수성 평화통일자문위원회 수석부의장와 유상부 당시 포철 회장 등 정·재계 실력자들이 대거 하객으로 참석했다. 삼성그룹의 위상을 새삼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는 국내외 언론의 ‘빅뉴스’였다.
삼성그룹의 혼맥과 인맥은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내로라하는 명문가 대부분이 삼성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닿아 있다. 범 삼성가는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 만큼 다양한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 상무의 친가 쪽으로는 이미 널리 알려진 데로 신세계·CJ·한솔·새한그룹 등이 범 삼성가로 한국 경제계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상무의 외가 쪽도 범상치 않은 명문가다. 1958년 법무부 장관을 거쳐 1960년 내무부 장관을 지낸 유민(維民)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이 이 상무의 외할아버지이고 홍석현 전 주미대사와 홍석조 광주고검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외삼촌들이다. 중앙일보와 보광그룹은 이 상무의 외가 쪽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보광그룹은 아직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편의점인 보광훼미리마트와 자판기 유통업체인 휘닉스벤딩서비스, 보광창업투자, 휘빅스커뮤니케이션즈, 문화상품권 발행사인 한국문화진흥, 전자업체인 휘닉스디지털테크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특히 이 상무의 처가인 대상그룹은 대표적인 호남 재벌이다. 대상그룹의 모기업인 (주)대상은 1956년 동아화성공업(주)이 모태이다. 조미료의 대명사인 ‘미원’을 시작으로 주력사업 분야인 종합식품, 발효, 전분당을 비롯해 건강, 건설, 무역사업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특히 대상은 지난 50여 년간 축적한 발효기술을 발판으로 생명공학, 정밀화학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상무와 세령씨의 결혼이 양가 어머니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홍라희 삼성박물관 ‘리움’ 관장과 대상홀딩스 박현주 부회장은 불교도 모임인 ‘불이회’를 통해 친분을 맺고 있었다. 또 세령씨는 이런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홍 관장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홍 관장은 일찌감치 세령씨를 며느릿감으로 점찍어 두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부회장 역시 이 상무를 마음에 두고 있던 터라 두 사람은 마치 의기투합이라도 하듯 사위와 며느리 삼기로 하고 아들딸의 결혼을 주선했다. 이 상무는 1년여간 교제 끝에 1998년 1월 약혼, 그후 5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서현씨 등 동생들의 혼맥도 화려
세령씨는 결혼과 함께 휴학하고 하버드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남편을 따라 유학길에 올랐다. 세령씨는 미국 유학 시절 보스턴 대학에 편입해 미술을 공부했다. 이들 부부는 현재 1남 1녀를 두고 있다.
세령씨는 삼성가 며느리라는 지위 외에도 (주)대상 주식 10.22%를 보유하고 있는 등 만만치 않은 재력을 자랑한다. 세령씨의 서문여고 동창들에 따르면 학창 시절부터 말수 없이 조용한 데다 미모를 갖춰 일찌감치 ‘최고의 신부감’으로 꼽혔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상무의 장모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의 행보다. 박 부회장은 최근 그룹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박 부회장은 200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현재 대상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부회장직도 맡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룹 내 주력사들의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박 부회장은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막내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여동생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장모로 이건희 삼성 회장과 사돈관계다.
1남 3녀 중 장남인 이 상무는 동생들의 혼맥도 화려하다. 삼성그룹의 호텔신라 상무인 부진씨는 연세대 아동학과 출신으로 1999년 삼성 계열사의 평범한 회사원 임우재씨와 결혼했다. 임씨는 현재 미국 유학을 마치고 삼성전기 상무보로 재직 중이다. 평범한 샐러리맨이 국내 최대 재벌의 맏사위가 되었다는 점에서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낳았다.
미국 뉴욕의 패션전문학교 파슨스 출신인 둘째 여동생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는 2000년 동아일보 사주인 김병관 회장의 차남인 재열씨와 결혼했다. 재열씨는 얼마 전 제일모직 상무로 승진했다. 제일모직에서 경영관리실 경영기획담당을 맡고 있는 재열씨는 이 상무와 동갑인 1968년생으로 이 상무와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사이이다.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그룹과 언론재벌인 동아일보가 사돈 사이인 것이다.
아직 미혼인 막내 여동생 윤형씨의 배필이 누가 될지에는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화여대 불문과 98학번인 윤형씨는 지난해 싸이월드에 개설한 미니홈피가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 윤형씨는 재벌가의 딸답지 않는 소탈하고 귀여운 글을 많이 남겨 ‘삼성가’에 대한 세인들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줬다. 지금은 활동이 중단됐지만 한때 ‘다음’의 윤형씨 팬카페(이뿌니 윤형이네) 회원 수가 1만2000여 명이 넘을 정도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오늘을 생각한다]](http://img.khan.co.kr/spko/ranking/weekly/140098/20240417112812_14009801.jpg)
‘만성 숙취’ 해소 될까?
“민심은 옳다…나부터 반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