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성 자신도 모르는 마리화나가 여행가방서 나와 감옥행
슈펠 코비. 지난 8개월 동안 호주 언론에 가장 많이 거론된 이름이다. 호주 골드코스트 미용학교에 재학중인 27세의 평범한 이 여성이 연일 매스컴을 달구며 전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도무지 깨어날 줄 모르는 그녀의 악몽, ‘발리에서 생긴 일’ 때문이다.
![[월드리포트]발리에서 생긴 ‘마약 봉변’](https://images.khan.co.kr/nm/630/e4.jpg)
마약 등 약물 밀반입자에 대해서는 대부분 총살형에 처하거나 종신형을 선고하는 인도네시아 사법부의 관행에 따라 슈펠 또한 중형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긴박감이 확산되면서 호주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촉발되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유를 찾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재력가가 나서는가 하면, 무죄 석방을 호소하는 구명운동단체까지 결성됐다. 여기에 인터넷 사이트가 개설된 것은 물론 ‘슈펠 티셔츠’가 제작되는 등 ‘슈펠 살리기’에 호주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 출국객들 “닫힌 가방도 다시 보자”
한 텔레비전은 특별 프로그램을 제작, 마약 밀매업자들이 타지역으로 약물을 운반할 때 여객기 화물취급 직원을 매수한다는 사실을 전하며 슈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뒷받침했다. 방송에 따르면 여객기 수하물 취급자들이 ‘검은 손’으로부터 마약을 건네받아 무고한 승객의 가방에 집어넣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7년 멜버른에 사는 한 부부가 발리여행에서 겪었던 비슷한 사례도 보도됐다. 이들 부부는 호텔에서 짐을 풀다 자신들의 가방에 마리화나가 들어 있는 걸 알고는 즉각 호주 영사관에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재판부는 호주의 여론에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5월 27일 슈펠의 유죄를 최종 선고하고 20년 형을 내린 것이다. 선고가 내려지자 무죄 판결을 기대했던 슈펠의 가족과 후원자들 뿐 아니라 호주 국민 모두는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슈펠에게 종신형을 구형했던 검찰측이 재판부의 20년 형 선고는 납득할 수 없는 가벼운 형량이라며 항소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다.
슈펠 코비의 경우는 그녀만의 악몽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어느 누구라도 생명을 담보로 하는 억울함에 처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으로 나가는 호주인들은 자칫 목숨을 저당잡힌 채 타국의 감옥에 갇힐지 모르는 ‘공포의 여행’을 피하려는 자구책으로 가방에 몇 겹의 압착비닐을 덧씌우는 등 기이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타운스빌/신아연 통신원 ayounsh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