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한을 품으면 ‘사이버 복수’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옛애인이 누드사진 올려 경악… 인터넷 사이트 상대 거액 소송 제기

옛애인에 대한 복수도 사이버를 이용하는 시대인가 보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사는 한 여성이 야후를 상대로 무려 30억 원에 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유는 이 웹사이트가 자신의 나체사진을 삭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문제의 발단이 그녀의 옛애인이라는 사실.

[월드리포트]남자가 한을 품으면 ‘사이버 복수’

이 프로필에는 그녀의 이메일 주소, 직장 전화번호까지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전 남자친구는 야후 대화방에서 반스로 가장해 다른 남자들과 온라인 채팅을 하며 그녀의 개인 프로필을 공개했다. 반스는 엉뚱한 남자들이 그녀의 직장으로 연락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 온라인 채팅과 프로필 공개로 인해 모르는 남자들이 성적인 관계를 기대하면서 불쑥 직장에 찾아오기도 했다.

연락처 알려져 남자들 찾아오기도

반스는 지난 1월 야후측에 자신이 프로필을 올리지 않았으니 삭제를 요한다는 서신을 발송했다. 이에 야후측은 응답도 삭제도 하지 않았고, 같은 내용의 요청에 계속 묵묵부답이었다. 그런 와중에 포틀랜드의 한 텔레비전 방송국이 이 얘기를 보도한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야후측은 대변인을 통해 반스에게 문제의 정보를 삭제하겠다고 연락을 취했다.

그렇지만 반스의 누드사진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있다. 이것이 그녀가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제기하게 된 이유다. 하지만 미연방법은 제3자가 인터넷상에 올린 정보에 대해서는 웹사이트 서비스업체들이 고소를 당하지 않게끔 법적으로 보호를 하고 있다. 그녀가 선임한 래스크 변호사는 “야후측은 무단으로 올려진 프로필의 삭제 요청에 대해 알고서도 막지 않은 ‘명백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야후측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반스가 야후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 이긴다면 기뻐서 “야후” 하고 함성을 지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산너머 산인 것 같다. 법원은 최근에도 그녀에게 추근대며 연락을 취하는 한 남성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다음 단계로 이 남자가 웹사이트에 반스의 정보를 올리지 못하게끔 금지명령을 내리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오리건주의 스토킹법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에 대해 반스는 “너무나 절망적”이라며 “지금까지 계속되는 이 모든 일이 너무나 기가 막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유진(오리건)/조민경 통신원 mcg99@hotmail.com>


월드리포트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
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오늘을 생각한다
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