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노르웨이·네덜란드 왕자비 임신소식 세인들 관심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여전히 왕과 왕가(王家)의 일거수일투족이 심심치 않게 세인의 관심을 끈다. 이들은 이미 권력의 핵심에서 벗어나 있지만 도덕적인 권위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아 국민적인 통합에 기여하면서 과거의 명맥을 새롭게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 영국 찰스 황태자의 재혼 소식은 전세계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2005년은 유럽의 몇몇 왕가에 ‘출산의 해’가 될 전망이다. 젊은 왕자비(이들은 통칭 공주라고 불린다)들의 임신 소식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말 덴마크 왕가의 메리 공주가 임신 소식을 발표했다. 그 몇 시간 뒤에는 오슬로의 왕궁이 노르웨이의 메테 마리트 공주가 올해 안에 새 왕손을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의 막시마 공주와 그녀의 남편인 빌렘 알렉산더 왕자가 그들의 16개월 된 첫딸 카타리나 아말리아의 동생을 올 7월에 볼 예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지 오래다.
얼마 전 덴마크 왕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현재 10월로 예정된 메리 공주의 출산을 기쁘게 예고한다”는 깜짝 뉴스가 올라왔다. 올해 33세인 호주 출신 메리 공주는 올봄 남편 프레데릭 왕자와 함께 한 태국과 일본 여행에서 막 돌아온 상태였다. 이번 임신은 아시아의 두 여행국이 메리와 프레데릭에게 준 값진 선물인 셈이다.
작년 5월에 결혼한 두 사람에게 언제 2세가 생길 것인지 학수고대하던 덴마크의 언론은 요즘 연일 왕가의 표정을 세간에 알리느라 바쁘다. 덴마크 왕가의 규율상 메리 공주가 아들을 출산할 경우에는 그가 프레데릭 세자를 이어 왕통을 계승하고, 딸을 출산할 경우에는 이후에 그녀의 남동생이 생기지 않아야만 여왕이 될 수 있다.
노르웨이의 왕자와 그의 부인은 지난해 1월 첫딸 알렉산드라 공주의 출산 신고를 한 바 있다. 31세의 메테 마리트 공주와 남편 하콘 왕자는 2001년 8월에 결혼했다. 현재 두 사람에게는 알렉산드라 공주 외에 메테 마리트 왕자비가 왕가에 들어오기 전에 사귀었던 파트너에게서 얻은 아들 마리우스가 있으며, 12월에 둘 사이의 두 번째 아이가 태어나면 다섯명 으로 늘어난다. 얼마 전 노르웨이 왕궁 대변인은 최근 메테 마리트 공주가 입덧이 심해지고 있으며 벌써부터 각별히 몸조심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왕자비 막시마 공주는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그녀는 임신 사실 외에도 네덜란드 시민권 획득 문제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관료들은 2001년 5월 막시마의 30번째 생일 선물로 네덜란드 시민권을 선사했다. 당시 막시마는 빌렘 알렉산더 왕자와 결혼한 상태도 아니었고 네덜란드 비자를 받아서 체류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시민권이 만들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8일. 초고속으로 행정절차가 진행된 덕분이었다. 막시마의 시어머니인 베아트릭스 여왕이 당시 ‘여왕의 내각’으로 하여금 예비 며느리가 쉽게 귀화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린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법의 대가로 알려진 한 퇴임교수가 “오랫동안 국적 취득을 위해 기다려온 사람들이 막시마 공주의 케이스를 듣는다면 기절초풍할 노릇”이라며 왕가와 정부를 비판하는 등 여론의 눈총을 받은 바 있다.
<쾰른/박명준 통신원 mejupa@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