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소녀 ‘납치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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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학생 감금범죄 잇달아… 사육하고 성폭행까지

[월드리포트]가출소녀 ‘납치의 추억’

여지껏 감금 사건의 용의자가 사회 부적응자였던 것에 비하면 고바야시는 색다른 캐릭터였고, 수사 과정에 주도면밀함이 드러나 숱한 화제를 뿌렸다. 그는 감금 여성들과 4번의 결혼과 이혼을 되풀이해 범죄 혐의를 벗으려 했다. 과거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이유로 자신은 체포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화제가 되었다.

이 사건 때문에 일본 법무성이 보호관찰제도의 개선을 지시하는 등 여파가 적지 않다. 또한 현행법상으로는 형량이 너무 가벼워 검찰이 PTSD(심적외상후 스트레스)를 증거로 심리적인 상처에 대해서도 입건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후에도 나라, 오사카, 도쿄 등지에서도 감금 사건이 잇따랐다. 2000년 니카타현에서 실종 당시 소학생이던 여학생을 9년 동안 감금한 사건의 악몽이 되살아난 것이다. 이런 사건은 단순한 감금 폭행사건이 아니라 여성을 사육하고 성폭행하는 사건이어서 가뜩이나 미국에 인권감시대상국으로 찍힌 일본 당국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한자녀 가족과 비디오 게임의 증가로 대인 관계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남성이 늘어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소녀들이 쉽게 가출하고, 매춘에 빠져드는 현실도 이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가출한 소녀들은 인터넷 카페를 전전하며 가출 게시판을 만들어 재워줄 사람을 물색한다. 물론 이 과정에 성을 매매한다. 요즘은 “재워주세요”라는 글은 금방 삭제되기는 한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남성을 헌팅하던 과거보다 효과가 좋은지 시부야 등지에서 휴대전화로 데아이(만남)계 사이트에 몰두하는 소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어느 소녀는 인터넷에서 “돈 문제는 속옷을 내다팔아 해결할 수 있지만, 인터넷 카페나 가라오케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데에 지쳤다. 이젠 따뜻한 이불이 필요하다”면서 하룻밤 재워줄 곳을 찾고 있었다. 작년에 ‘가출소녀들의 위험한 육체자본 방랑 라이프’라는 특집에서 이런 현실을 보도한 주간지 ‘SPA!’에 의하면 순수한 마음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의 소녀가 이런 과정에서 폭행은 물론이고 심지어 윤간, 나체사진 촬영 등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미성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도쿄도 청소년건전육성 조례가 개정된 작년 여름 이후 싼 비용으로 지낼 수 있는 가라오케, 인터넷 카페 등의 숙박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

가출한 소녀가 가혹한 현실을 경험하고도 집에 들어가느니 차라리 매춘을 선택한다는 것은 일본 내의 가정 붕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요즘도 ‘가출 소녀의 경험’이라는 어느 픽션 사이트에선 픽션이라기엔 너무나 생생한, 가출 소녀를 성폭행하고 사육하는 글들이 올라와 일본의 오늘을 보여주고 있다.

<도쿄/이수지 통신원 buddy-suj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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