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계 폭력조직 ‘MS-13’ 세력 확산… 국경 넘나들며 잔혹한 범죄
![[월드리포트]미국은 지금 ‘공포의 도가니’](https://images.khan.co.kr/nm/626/e2.jpg)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최근 ‘LA 폭력이 국경을 넘었다’라는 장문의 특집기사를 통해 이들의 실상을 폭로했다. 지난해 12월 온두라스에서는 크리스마스 쇼핑객을 가득 태운 버스가 일단의 무장 괴한들로부터 무차별 총격을 받아 어린이 6명을 포함, 모두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버스 안에는 사형제 입법을 중단하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텍사스주 댈러스의 숲속에서는 21세 남자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사체가 발견됐는데 이미 동물들에 의해 훼손된 상태였다. 버지니아주의 한 강둑에서는 17세 소녀가 가슴과 목을 16차례나 찔린 채 숨졌다. 당시 경찰 정보원이었던 이 소녀는 임신 4개월이었다.
일련의 범행들은 잔혹성에서 뿐만 아니라 범행수법에서 상당한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미 정부 당국자들은 세 사건 모두 MS-13의 소행으로 의심하고 있다.
막강한 MS-13 현재 MS-13의 위세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33개 주,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5개국에 퍼져 있다. 주축은 20년 전 내전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 온 엘살바도르인들이다. 내전을 경험한 탓에 대부분 총기를 다룰 줄 알고 전투경험이 있는 이들은 생계를 위해 세력을 규합했고 유례없는 범죄 조직으로 거듭났다.
LA 서부 맥아더 공원을 근거지로 태동한 MS-13의 조직원 수는 미국인 1만 명을 포함, 무려 3만~5만 명을 헤아린다. 웬만한 나라의 군대에 맞먹는 규모다.
미 경찰은 최근 10여 년간 50만 명에 달하는 엘살바도르 이민자들이 몰리면서 조직이 커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MS-13은 살인, 강도, 마약 밀매와 증인 협박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또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주도면밀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A가 근거지지만 이미 1997년 미대륙을 가로질러 시애틀로 활동 범위를 넓혀 현재 시애틀 마약밀매 시장을 장악했다.
“요즘은 눈만 돌리면 곳곳에서 MS-13에 관한 이야기가 들립니다.”
MS-13 전담반을 지휘하고 있는 FBI 부국장 그리스 스웨커는 보통 길거리 갱단은 조직이 엉성하지만 MS-13은 이미 상당한 조직력과 지휘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회 청문회에서 답변했다.
‘타임스’는 미국과 중남미 4개국 경찰 관계자 인터뷰, 각종 정보 보고서, 조직원 인터뷰, 전화도청, 감시 카메라 등을 검토한 결과 이들이 미국뿐 아니라 국경을 넘어 ‘소통’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두목급은 주로 미국과 엘살바도르에 거주하고 이들이 각종 정보를 취합해 살인·보복 등의 지시를 내린다. 최근 미 동부 몇몇 주(州)의 두목급 MS-13 조직원이 버지니아주의 한 공원에 모여 회의하는 현장이 감시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신문은 LA를 포함, 주요 도시에서 검거된 간부와 조직원들이 본국으로 송환되면서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멕시코 등 중남미 전역으로 세력이 확산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초국가적인 대응 미국과 중남미의 MS-13 조직원들을 연결하는 고리는 멕시코다. MS-13은 이곳에서 이민자들을 갈취하고, 불법이민 사업을 벌이고 있다.
“중남미는 이미 국경 개념이 희미하기 때문에 (한 국가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문제로 다루어야 합니다.”
멕시코 이민국 최고 책임자인 마그달레나 카랄 쿠에바스의 말이다. 멕시코는 최근 남부 치아파스 주를 중심으로 MS-13 소탕작전을 벌여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표적이 된 갱들은 화물열차 등을 이용해 타지역으로 빠져나갔다.
중미지역 국가에서는 정부 관리와 경찰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빈발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결국 빈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5월 17일 멕시코를 방문한 토니 사카 엘살바도르 대통령를 만나 오는 6월말 온두라스에서 MS-13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중미지역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역내 정상회담의 핵심의제로 설정될 만큼 개별 국가로서는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FBI도 MS-13 전담반 구성을 지시했다. 특정 폭력조직 소탕을 위해 전국적 차원의 전담반이 구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연방 법무부와 국토안보부도 ‘MS-13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뿌리 깊은 구조적 원인 마약밀매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고 최근 멕시코 감옥에 수감된 오스카라는 이름의 한 엘살바도르 남자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고향을 떠났다고 말했다. 목과 팔에 온갖 문신을 잔뜩 새긴 오스카는 미국과 중남미 당국은 MS-13을 마치 사탄인 양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이런 주장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MS-13 조직원들은 오랜 내전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고국 엘살바도르를 떠난 사람들이다. 이들은 미국 빈민가에 정착한 뒤에도 멕시코계, 미국계 등 토착 갱단으로부터 온갖 피해를 당했다. 자구책으로 조직을 구성한 뒤 다른 갱단과 생존경쟁을 벌이며 몸집을 키워왔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온두라스 버스 테러사건의 배후자로 지목된 MS-13의 두목급인 리베라 파즈의 고향인 산 페드로 술라는 중남미 전체에서도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남미의 취약한 지역 경제구조, 가정폭력, 가족 해체는 MS-13의 잠재적 조직원을 양산한다. 미국의 인권단체들은 온두라스 정부의 인권탄압과 함께 만연한 부정부패를 성토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요란하게 수사를 벌이고 결국 주모자로 구속시킨 리베라 파즈가 한 달 만에 탈옥한 전례가 이와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타임스’는 대부분 돈을 지녔지만 이를 빼앗겨도 호소할 곳이 없는 불법이민자들이 MS-13의 타깃이 되고 있다며 불법 이민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제부/이상연 기자 lsy7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