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로 발사, 사이버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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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터넷 헌팅’ 사이트 논란, 모니터 보며 원격조정

[월드리포트]마우스로 발사, 사이버 사냥

샌 안토니오에 있는 자동차 차체 공장의 견적 담당인 존 록우드(40)는 신체장애인들의 오락 스포츠라는 명목으로 문제의 인터넷 헌팅 사이트(live-shot.com)를 개발했다. 그는 샌 안토니오에서 북서쪽으로 30마일 떨어진 곳에 친구가 갖고 있는 300에이커(약 36만7200평) 규모의 목장에 총, 비디오 카메라, 컴퓨터를 야생동물들이 자주 보이는 곳에 설치했다.

사냥감으로는 인디아산 블랙벅 영양, 유럽산 담갈색 사슴, 아프리카산 바르바리양과 야생 수퇘지, 텍사스산 하얀꼬리 사슴 등을 제공한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컴퓨터 모니터에서 이 동물들을 찾아 마우스를 누르면 실제로 사격이 이루어진다. 아직까지 이 방목장 주변에 줄을 서는 손님은 없지만, 원격조종으로 동물을 사살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동물애호가, 수렵가, 총기 소지 지지자의 혐오감과 반발을 유발했다. 심지어 록우드의 투기적 사업은 임팔라나 윌드비스트(아프리카산 영양) 같은 이국적인 사냥감으로 고객서비스하는 민간 수렵장이 많은 텍사스에서조차 원성을 샀다. 텍사스야생동물협의회의 부회장인 커비 브라운은 “이건 사냥이 아니다”라며 “도덕이 바닥에 떨어졌다”고 비난했다.

뉴욕대의 환경철학과 교수인 데일 재머슨은 ‘그랜드 테프트 오토(Grand Theft Auto)’와 같은 인기 비디오 게임에서 사람들이 경찰관 죽이기 놀이를 하는 게 예사인 점을 볼 때 컴퓨터 사회의 부산물로, 이해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별 것 아닌 것이 끝내 파멸을 초래하는 맥락(a slippery slope)으로 이 사업을 보면, 비디오 게임에서 파괴와 죽이기를 즐기는 사람이 인터넷으로 진짜 동물을 죽이기를 즐기는 현상이 생길 것이고, 끝내는 “인터넷으로 살인하는 사람까지 나올 것”이라고 염려했다.

비도덕성 제기 일부 주에서 금지

버지니아주는 인터넷 헌팅을 금하는 최초의 주가 됐다. 주 하원의원 토마스 데이비스(공화당)는 인터넷 헌팅시 5년 징역의 의안을 제출했다. 오리건주도 환경토지상원위원회를 통해 인터넷을 통한 원격조종으로 동물을 죽이지 못하게 하는 의안을 제출했으며 텍사스·메인주도 유사한 법안을 마련했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인 데브라 보웬(민주당)은 캘리포니아인들이 록우드의 웹사이트를 사용하거나 유사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금하는 SB1028안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록우드는 입법자들을 이해하지만, 자신의 웹사이트는 유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초보사냥꾼이나 신체장애인에게 말이다. 지금까지 록우드의 사이트를 이용한 고객은 2명이다. 지난 1월 독일방송팀이 녹화한 사상 최초 인터넷 사냥에서, 록우드의 친구가 목장에서 45마일 떨어진 곳에서 마우스로 야생 수퇘지를 쐈고 당시 현장에 있던 록우드가 2방 더 쏴서 그 수퇘지를 잡았다고 했다.

또 한 사람은 인디애나주에 사는 데일 해그버그(38)다. 그는 17년 전 다이빙사고로 목 아래가 마비되기 전까지 열렬한 사냥꾼이었다. 그는 입으로 마우스를 사용해 사슴을 잡을 뻔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아주 빠른 컴퓨터를 사서 다시 시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유진(미국 오리건주)/조민경통신원 mcg9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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