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를 가다, 풍부한 천연자원 적극 개발
![[월드리포트]실크로드 ‘화려한 부활’ 꿈꾼다](https://images.khan.co.kr/nm/624/e2-1.jpg)
최근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의 수도인 우루무치를 방문하는 길에 톈산(天山)의 천지와 화염산, 투루판 등 고대 실크로드 유적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신장의 대표적인 자연 경관으로 꼽히는 곳들이다. 현장에서 본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석유와 천연가스, 전력 등 에너지가 풍부한 천연자원의 강세를 되살리면서 과거 찬란했던 실크로드(비단길) 문화의 재연을 꿈꾸고 있었다.
우루무치는 인구 200만명인 중간 규모의 대도시다. 신장 전체 인구의 47%에 이른다는 위구르족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족 위주의 도시임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조선족이 과반수를 넘지 못하는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의 실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우루무치는 초대형 빌딩숲 등 중국의 다른 대도시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가게나 건물에 한자와 함께 써 있는 위구르 언어가 이곳이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4시간이나 떨어진 변경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시간은 베이징과 같은 시간대를 적용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2시간 이상 늦었다. 베이징으로 돌아올 때 오후 8시20분 비행기 출발 시간에 맞춰 우루무치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7시50분. 해가 중천에 떠 있어 새삼 신기했다.
소금호수 활용 한국기업 진출
과거 실크로드의 유적지이면서 포도 산지로 유명한 투루판은 우루무치에서도 180㎞ 떨어져 있다. 우루무치와 연결된 고속도로는 시속 80㎞로 제한돼 있어 자동차로 3시간 거리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우루무치에서 80㎞ 정도 떨어진 곳에 가면 소금호수가 있다. 면적 17㎢인 이 호수 밑바닥에는 1억t 이상의 세제 원료가 매장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주)한화가 세운 한화염호화공(주)는 이 호수 옆에 공장을 세워 연간 10만t의 세제 원료를 생산해 5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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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4차선인 고속도로는 얼핏 보기에는 황량하지만 신장의 화려한 미래를 예고하는 듯했다. 고속도로 옆에는 광통신 케이블이 3~4m 간격으로 묻혀 있었다. 앞으로 10년 동안의 통신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 위구르 자치구 정보화사업단 관계자의 장담이다. 이와 함께 끝도 없이 이어지는 석유 시추기는 이곳이 중국 최대의 석유 및 천연가스 매장 지대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소금호수에서 조금 더 가면 다반청의 아시아 최대 풍력발전소가 나타난다. 거센 바람을 이용하는 1000여대의 대형 풍차가 60만㎾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투루판으로 가기 전에 고대 유적지로 알려진 가오창(高昌) 고성에 들렀다. 투루판과는 45㎞ 떨어진 곳으로 화염산 남쪽 기슭에 있다. 가오창은 서기 499년 위구르족의 조상인 회흘족이 세운 왕국이다. 한나라와 당나라 당시 고대 실크로드를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요충지로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잇는 다리 구실을 했다. 무역활동이 활발했음은 물론 세계 각국의 종교는 모두 이곳을 거쳐 중국으로 전해졌다. 전성기에는 인구 3만명에 불교 승려만 3000명이 살던 곳인데 외교의 실패로 나라가 망하면서 폐허로 변했다. 가오창 왕국의 국문태(麴文泰)왕이 흉노와 손을 잡자 당 태종이 군대를 파견해 초토화시켜 버린 것이다. 불교 경전을 구하려고 인도에 가는 길에 이곳에 들렀다가 국문태 왕의 간청으로 1개월 동안 불법을 설파했던 삼장법사가 귀국길에 다시 들렀을 때는 이미 흔적조차 사라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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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하는 기념품 파는 어린이들
가오창 고성 입구에 도착하자 위구르족 어린이들이 달려나와 간단한 기념품을 흔들어댔다. 어느새 우리말은 배웠는지 “10원”이라고 외쳤다. 조그만 쪽문을 넘어가자 노새가 끄는 마차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차를 타고 10분 정도 달려 고성의 현장에 도착했다. 신발에 먼지가 자욱할 정도로 황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외부에 공개된 곳은 왕궁의 일부라고 하지만 흙더미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고성 뒤편에 있는 산이 바로 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화염산. 산 자체가 붉은 모래 암석인 홍사암이 햇볕을 받으면 마치 불타는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단순한 산 봉우리 하나가 아니라 100㎞에 걸쳐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화염산을 찾았을 때는 섭씨 38도였지만 본격적인 여름철은 아니어서 그다지 실감은 나지 않았다. 한여름철 섭씨 49도 이상이 되면 온 산이 불타는 듯 보인다고 한다.
화염산 끝머리쪽 오아시스에 자리잡은 바이쯔커리커 천불동은 문명 파괴의 또다른 현장이다. 중국 국영 CCTV 서유기 촬영 세트에서 자동차로 2~3분 거리에 있는 천불동은 작은 시내가 흘러 푸른 숲을 이루면서 사막속의 별천지를 이뤘던 곳인데 80여개 동굴에 있는 벽화는 제대로 남아 있지 않다. 14세기 이슬람 교도들이 파괴했거나 1920년대 이곳을 찾은 독일 탐험대가 뜯어가버린 탓이다.
투루판에 서역 문명의 일부분이나마 보존되어 있는 것은 다행이었다. 해발 5000m가 넘는 톈산 정상의 만년설이 녹은 물을 지하수로를 이용해 투루판까지 보내던 지하수로인 카레스가 있었다. 톈산에서부터 곳곳에 우물을 파고 우물과 우물을 지하로 연결해 지선을 합쳐 1200여개의 우물(현재는 850여개 사용중)과 총 5000㎞에 이르는 지하수로를 투루판까지 건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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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스, 중국 고대 3대 토목공사
투루판 시내에 있는 카레스 박물관을 찾았을 때는 박물관 옆에서 카레스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 손을 수로에 넣어보니 톈산의 눈 녹은 물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듯 여름의 무더위를 식힐 정도로 차가웠다. 끊임없이 외침을 겪는 가운데서도 카레스는 만리장성과 베이징~항주 대운하에 이어 중국 고대 3대 토목공사로 꼽힐 만큼 찬란했던 서역 문명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톈산의 천지에 들렀다. 톈산은 우루무치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 톈산은 백두산과 마찬가지로 천지가 유명하지만 백두산 천지보다는 규모가 작고 수심도 얕다. 천지의 호수면은 해발 1928m. 평균 수심은 60m이며 가장 깊은 곳은 108m다. 호수에서 동남쪽으로 보면 텐산에서 가장 높은 해발 5445m의 보거다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다. 20위안(약 2400원)을 내고 유람선을 타고 30분 정도 호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동부 지방의 바다까지 3500㎞나 떨어져 있어 지구상에서 가장 멀리 바다와 떨어져 있는 곳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1000달러 정도로 중국 전체 평균소득보다 낮다.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정부의 서부대개발 정책에 힘입어 과거 실크로드의 찬란한 문화를 재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풍부한 천연자원과 함께 빼어난 자연환경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외국자본의 유치와 함께 인력개발 등 소프트웨어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더욱 많은 힘을 쏟아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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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무치·투루판(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홍인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