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리 손가락 파문’은 자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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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에도 단서 못 찾아… 신고자 소송전력 때문에 의혹

[월드리포트]‘칠리 손가락 파문’은 자작극?

이상은 한달 동안이나 미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지금까지 온갖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웬디스 칠리 손가락 사태’의 발단이다. 당사자는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아나 아얄라(39). 그녀의 이야기는 많은 동정을 불러일으켰으며, 즉시 웬디스와 경찰은 조사에 착수했다. 의료 수사팀은 그 이물질이 사람 손가락임을 확인했다. 의료 관계자는 매니큐어를 바른 긴 손톱으로 보아 여성의 것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샌호세 경사 닉 무요는 “작업 중에 일어난 사건인지, 신고되지 않은 살인사건인지, 그렇다면 나머지 시체는 어디에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웬디스와 관련된 재료 납품업체 종사자 중 손가락을 잃었다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되자 피해 신고자에게로 의혹이 쏠렸다. 조사 중 아얄라는 과거 소송 경력이 많은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1998년 보스를 상대로 성희롱 혐의 소송을 걸었다가 중재로 해결. 2000년 자동차 판매업소를 상대로 타이어가 떨어져 나갔다며 소송했다가 기각. 작년 그녀의 딸이 라스베이거스의 한 체인식당에서 음식을 먹다가 식중독에 걸렸다고 시비를 걸어 3만달러를 지급받음.

샌호세 경찰은 라스베이거스 경찰의 사기반과 합동수사로 어떻게 해서 약 3.5㎝나 되는 손가락이 칠리에 들어갔는지 파악하기 위해 아얄라의 집을 압수 수색했다. 이와 관련, 아얄라는 “내가 거짓말 한다는 소리만 듣고 있다”며 “웬디스가 뭘 숨기는지 수사할 것이지 왜 우리 같은 시민만 계속 피해를 봐야 하나”라고 경찰의 행동을 비난했다.

제보자 상금 10만달러 내걸어

처음엔 동정을 샀지만, 소송사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짐에 따라 아얄라의 얘기는 심야 토크쇼의 우스갯거리가 되고 있다. 데이빗 레터맨은 “그녀가 오늘 점심으로 웬디스에 다시 간 이유는…, 나머지 손가락을 수집하려고”라고 짓궂게 말했을 정도다. 제이 레노도 “웬디스에 가면 숫가락 대신에 손톱깎이가 나온다”고 농담했다.
웬디스 본사가 있는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중역들에게는 이 사태가 전혀 우습지 않다. 회사 관계자는 “북가주 일대 가맹점들의 판매가 떨어져 종업원을 일시 해고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며 문제의 손가락 주인을 찾는 제보에 대한 현상금을 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높이는 등 사태 수습에 적극적이다.
손가락 관련 제보는 전국에서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중 최신 정보는 지난 2월 라스베이거스 근교에 사는 샌디 올맨(59)이라는 여성이 집에서 기르던 표범이 덤벼들어 손가락을 분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 이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의 가택수사 직후 아얄라는 이 사건 소송을 취하했다. 경찰과 기자들이 속속들이 따지는 조사에 심적으로 괴로움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일 아얄라가 고의로 손가락을 넣었다는 단서가 발견되면 사기, 갈취행위, 허위진술죄 등이 적용될 것이라고 경찰 관계자들은 말한다.
수사의 진전이 없어 속만 끓이는 가운데 손가락에 대한 DNA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실종·범죄자 등의 데이터베이스로 지문검사에 의한 손가락 주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고 산타 클라라 카운티 검시부는 말했다.

<유진(미국 오리건주)/조민경통신원 mcg9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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