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죽어야 교육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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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공립고교 교장의 일침… 출간한 책서 관료들 무능 꼬집어

“교육부에는 존경할 만한 교육 두뇌가 한명도 없다. 내 사무실에서 가장 큰 플라스틱 파일은 교육부에서 보내는 서류로 가득 찬다. 제발 이런 쓰레기로 내 방을 어지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관료 중에서 가장 귀찮은 관료는 교육부 관료다. 교육 문제에 관한 한 모든 사람에게 한 사이즈의 옷을 입힐 수 있다는 신념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들이다. 교육부를 없애고 그들에게 지불하는 돈을 학교에 줘서 우수한 교사를 고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말을 현직 고등학교 교장이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사립학교가 아닌 공립학교 교장이…. 더욱이 가까운 사람만 모인 사석에서 한 게 아니라 글로 써서 책으로 출판한 것이라면?

고개를 갸웃거릴 독자들을 위해 가정법을 좀더 동원해보자. 만약 그가 뉴질랜드에서 제일 큰 공립고등학교의 교장이라면? 그 교장이 중간 정도 되는 학교를 지난 10년 사이에 뉴질랜드에서 제일 큰 학교로 키웠다면? 이제는 그 학교에 들어가려고 부모들이 위장전입을 할 정도가 됐다면? 그리고 그가 이번 가을 총선거에서 당선이 확실한 선거구에 야당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면?

앨런 피치는 10년 전 지방도시에서 오클랜드로 올라왔다. 오클랜드 북부에 있는 랑기토토 칼리지(고등학교)의 교장으로 선발된 것이다. 그가 부임할 당시 랑기토토 칼리지가 있던 노스 쇼어 시티에서는 타카푸나 그래머, 웨스트 레이크 보이스 칼리지 같은 학교가 더 유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랑기토토 칼리지가 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전체에서 제일 큰 공립고등학교가 되었다. 제일 클 뿐 아니라 아주 좋은 학교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렇게 커진 데는 지역의 급격한 인구증가가 한몫했다. 하지만 그의 탁월한 학교경영 능력이 없었다면 과밀 학생으로 쩔쩔매는 문제학교가 될 수도 있었다. 이제 랑기토토 칼리지는 웬만한 사립학교보다 더 좋은 시설과 교사진을 갖춘 학교로 자리잡았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이 학교에 넣기 위해 위장전입을 할 정도가 되었다.

그의 목표는 교육부장관이 되는 것. 지난 10년간 변화하는 뉴질랜드의 교육환경에서 고등학교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난 인재들을 길러내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포부다. 그가 이번 가을의 총선거를 앞두고 국민당의 유력선거구에서 일찌감치 공천을 받은 것도 그런 때문이다.

재임고교 최고의 명문으로 키워

최근 그가 자기의 교육개혁 포부를 펼치려고 쓴 책이 나왔다. 이름하여 ‘우리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앞에 인용한 것은 그가 책에 쓴 이야기다. 그는 교육부 관리들이 자기 책을 읽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서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이런 언급은 이미 교육부 관리들에게 직접 대놓고 말하던 것이기도 하다.

앨런 피치는 교육은 서비스 산업이라고 본다. 신입생이라는 자재를 받아들여 몇년간 교육하여 상급학교에서 공부하거나 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것이 교육이라는 서비스 산업의 본질이다. 그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는 교사이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길은 자질이 좋은 교사를 채용해서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쓸데없는 공문이나 내려보내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학교는 은근히 괴롭힌다고 그는 지적한다. 시·도 교육청도 없고, 교육위원회도 없어서 한국에 비하면 훨씬 교육관련 관료 비율이 낮은데도 그의 비판은 신랄하기만 하다.

[오클랜드/권태욱통신원 twkw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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