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신원 조사 후 범법자는 금지키로... 한국인 무허가 시설 비상
호주에서 초등학교 유학생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현지 홈스테이 부모와 가디언(아이들이 현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도움을 주는 현지인)이 4월부터 경찰의 신원조사를 받을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호주 경찰은 지난해 현직 국립학교 교사 약 3만5700명에 대해 신원조사를 실시했다. 이 제도를 홈스테이 제공자와 가디언에게까지 확대해 먼저 남호주에서부터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홈스테이 제공자와 가디언에 대한 경찰 신원조사는 해당 초등학교 교장의 선택사항으로, 의무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올들어 지난 2월말까지 수많은 외국 초등학교 학생이 방학 동안 어학연수차 호주에 왔거나 장기 유학을 위해 계속 호주로 들어오고 있다.
특히 호주 초등학교 학생들이 참가하는 대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종합 스포츠 행사가 오는 4월에 남호주에서 벌어질 예정이다. 그래서 이들을 수용할 홈스테이 제공자의 자질 평가가 시급한 실정이었다.
경찰 신원조사가 전개되면 아이를 학대한 전과가 있거나 마약이나 범죄 경험이 있는 홈스테이 제공자나 가디언은 현직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된다. 제인 로막스 스미스 교육청 장관은 “매년 수많은 외국 어린이가 호주로 들어오는데 이들을 관리하는 현지인에 대한 조사가 미흡했다“며 신원조사 실시 배경을 설명했다.
가격경쟁으로 숙소-음식 형편없어
주목되는 것은 한국인 홈스테이 부모와 가디언에 대한 조사다. 최근 몇년 사이에 한국의 조기유학 열풍으로 호주 유학 아동이 크게 늘어나자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일부 한국인 홈스테이 업자가 적절한 음식과 숙소를 제공하지 않아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일부 호주인 홈스테이 제공자도 불법으로 집을 고쳐 비좁은 집에 여러 명의 학생을 함께 숙박시키는 등 비위생적인 시설로 상당한 이익을 챙기기도 했다.
심지어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이 버젓이 아이들을 받는 곳도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시드니에서는 성추행 전과를 감춘 채 홈스테이를 해온 한 호주 남자가 홈스테이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10여년간 홈스테이를 해온 한 한국인 홈스테이 제공자는 “최근 홈스테이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며 “그러다 보니 아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형편없는 음식과 숙소를 제공하는 사례가 많다“고 씁쓸해 했다.
이렇게 된 데는 한국인 부모의 책임도 있다는 게 홈스테이 제공자들의 주장이다. 값싼 홈스테이만 찾는 일부 유학생 부모들 때문에 홈스테이 제공자들이 일방적으로 싼 가격을 책정해 아이들을 받아 놓고 형편없는 음식과 숙박시설을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자녀를 유학보낼 때 부모가 꼼꼼히 홈스테이 제공자의 신분을 파악하고 그들의 가정환경 또한 철저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시드니/김경옥 통신원 kelsy03122022@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