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민권자 잘못된 절차로 수용… 10개월간 가족과 생이별
![[월드리포트]불법체류 누명 ‘난민촌 살이’](https://images.khan.co.kr/nm/614/e3_1.jpg)
문제는 그녀가 지난해 3월 정신병원을 탈출하면서 벌어졌다. 호주 내 여러 도시를 방황하던 그녀를 때마침 애보리진(호주 원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맡겼고, 경찰은 그녀가 독일어를 사용하고 사용기간이 지난 독일 여권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불법체류자로 간주해 이민성으로 인계했다. 이민성 관리도 그녀의 신원과 정신상태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박스터 난민촌으로 보내고 말았다. 이때부터 그녀의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가족들은 그녀가 행방불명되자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경찰과 이민성 사이에 아무런 연락도 이뤄지지 않아 가족이 그녀를 찾기까지 무려 10개월간이나 그녀는 억울하게 난민촌에 수용돼 있어야 했다.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이민성의 난민 관리실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난민 전문 변호사인 버나르데트 와우초페는 “그녀는 카메라가 24시간 감시하는 독방에서 하루 18시간을 정신치료 없이 6개월 동안 혼자 지냈다”며 “그동안 난민촌 수용자들은 밤마다 그녀의 비명을 들었다”고 당국의 조치를 비난했다. 정신과 전문의사의 난민촌 정기 방문 때 감독관들이 그녀를 의사에게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감독관들은 호주-뉴질랜드정신의학회의 루이스 뉴만 회장이 그녀를 만나려 해도 번번이 면담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여학생도 관리 실수로 곤욕
이처럼 난민촌 감독관들의 태도가 문제가 되자 아만다 바스토 이민성 장관은 그녀의 가족에게 정식으로 사과했다.
바스토 장관은 그러나 “호주 시민권자들이 간혹 잘못된 절차로 난민촌에 수용되곤 하지만 대부분 빨리 파악돼 집으로 돌려 보내진다”며 큰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뉴사우스웨일즈(NSW)주 밥 카르 지사는 “NSW주에 살고 있는 호주 시민권자가 난민촌에 10개월간 수감되었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가 그녀와 가족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마이크 란 지사 역시 이번 사건을 빗대 “호주에서 다른 나라말을 하는 사람은 모두 불법 체류자로 간주되어야만 하느냐”며 이번 사건의 철저한 조사를 호주 정부에 당부했다.
현재 박스터 난민촌에는 상당수의 한국인 불법 체류자도 수용되어 있다. 지난 2월 16일에는 빅토리아 과일 농장에서 일하는 남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관광비자로 입국한 한국인 여학생이 이민성 관리의 실수로 1주일간 박스터 난민촌에 수용되었다 풀려난 사실이 이곳 ABC 라디오를 통해 알려져, 이민성의 불법 체류자 색출 방식에 큰 구멍이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드니/김경옥 통신원 kelsy03122022@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