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사가 싸움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세상이다. 날로 흉폭해지는 학교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호주 정부는 빅토리아주에 있는 4만9000여명의 국립학교 교사와 교직원들이 학생-학부모로부터 구타와 폭언, 심지어 성폭행에 이르기까지 각종 폭력에 시달리자 안전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들에게 호신술을 가르치기로 결정했다.
호주 정부는 최근 급증하는 학교 폭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호주 경찰청이 지난해 발표한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한해 동안 빅토리아주에 있는 학교에서는 173건의 성폭행 사건을 비롯해 242건의 방화 사건, 448건의 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강간 사건도 17건에 이르지만, 신고되지 않은 경우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12월에는 학생들에게 주기적으로 폭언을 듣던 국립 초등학교의 어느 교사가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당한 폭행 사례를 낱낱이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시드니의 학교 홈페이지에서도 '교사들을 살해하겠다'는 협박 메일이 발견되는 등 학교사회에서 발생하는 폭력 수준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린 코스키 교육부 대변인은 "현재 호주 전역에서 발생하는 학교 폭력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지 모르는 학교 폭력에서 교사와 교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호신술 교육 과정을 빅토리아주에서 처음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사 죽이겠다" 협박 메일까지
교사와 학교 관계자들이 호신술을 배우려면 대략 1000만 달러에서 2500만 달러(약 80억원에서 200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호주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교육 내용은 학교 내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몸을 어떻게 보호하고, 현명하게 대응하는지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교사들의 경우 학부모나 학생이 갑자기 폭력을 행사하려 들 때 자신의 몸을 적절히 지키는 방법과 폭력 행사자들과 어떤 방법으로 대화하는지를 중점적으로 교육받게 된다.
이번 호신술 교육을 통해 교사뿐 아니라 교직원들 역시 상당한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학교 내에서 발생한 폭행 중 상당수는 흥분한 학부모나 불법으로 학교 안으로 침입한 사람을 말리려던 교직원에게 가해진 것이었다.
일단 시범적으로 오는 6월에 빅토리아주에서 호신술을 가르칠 예정이며, 결과가 좋으면 호주 전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몇몇 교육 관계자는 호신술 교육에 앞서 학교 폭력의 완전한 근절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당사자들의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호주 학교장협회장인 테리 하워드는 "일차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학부모를 현장에서 학교 관계자가 바로 체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와 난폭한 학생들에게 지금보다 강화된 처벌을 먼저 마련하지 않는 한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호소했다.
시드니|김경옥 통신원 kelsy03122022@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