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0일 마카오에서 열린 주권회복 5주년(마카오 중국반환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이 지역 행정 최고 책임자인 에드먼드 호 행정장관을 이례적으로 칭찬했다. 그는 이날 "호 장관은 마카오의 정치안정과 경제발전을 성공시킨 주인공"이라며 "중앙정부는 호 장관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한다"고 치켜세웠다.
포르투갈 식민지였다가 1999년 12월 중국에 반환된 마카오가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로 떠오르고 있다.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도박수입이 급증하고 관광객이 몰리면서 마카오 경제는 올 상반기 47.5%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 부동산 가격은 올 한해 100%나 폭등, 거의 홍콩 수준에 육박했다.
![[월드리포트]마카오 '게 섰거라, 라스베이거스!'](https://img.khan.co.kr/nm/ContentsObject/8/8944_1_e4_1.jpg)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 47.5% 기록
홍콩 문회보는 12월 16일 중국 내 주요 도시민의 마카오 개인방문이 허용되면서 마카오가 도박으로 떼돈을 벌고 있다고 보도했다. 10년 전만 해도 마카오는 '홍콩 갱영화'의 단골 소재인 트리아드(삼합회) 소속 조직폭력배들이 날뛰는 무법천지였다. 하지만 지금 그런 광경은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마카오 특별행정구가 손잡고 마약-폭력사범들을 중국 본토로 끌고가 단기간에 공개 총살하는 등 '충격요법'을 지속한 결과다.
마카오가 활기찬 관광도시로 변모한 직접적이고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중국 경제의 호황이다. 소득이 늘어난 중국인들이 관광과 도박을 즐기기 위해 마카오로 밀려들고 이들이 떨구고 간 돈이 지역경제를 먹여 살리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도박산업이 허용된 '특구'인 마카오발 비행기가 도착할 수 있는 내륙 도시를 19%, 항공편은 82% 늘리는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펴고 있다.
중국 경제 호황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원인 중 하나는 카지노 재벌 스탠리 호(83)의 독점시대 마감을 들 수 있다.
스탠리 호는 마카오의 식민시절 포르투갈로부터 카지노 독점권을 따낸 뒤 해마다 이를 갱신해 엄청난 부와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이다. 젊은 시절 그의 일화가 배우 류더화(劉德華) 주연 영화 소재가 되기도 한 스탠리 호는 마카오와 홍콩에 수십 개의 대형 카지노, 호텔, 휴양시설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근무하는 마카오인은 1만6000명에 달한다. 카지노와 관련된 관광업체, 여행사까지 포함시키면 마카오인 중 절반이 스탠리 호 덕분에 생계를 유지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마카오 정부가 그동안 스탠리 호 소유 카지노에서 나온 세수입으로 재정의 3분의 2를 충당했다는 것도 그의 위상을 상징하는 좋은 사례다.
스탠리 호 독점시대는 마카오의 중국반환과 함께 전기를 맞았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시절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스탠리 호는 대규모 다리를 건설하고 338m의 관광명소 마카오타워를 세우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2001년 42년 동안 쥐고 있던 독점권을 끝내 빼앗겼기 때문이다.
카지노 재벌 스탠리 호 독점 마감
이때부터 마카오에는 호주, 미국 등으로부터 투자가 급증, 지금까지 미화 32억달러가 투자됐고 도박 테이블 수는 1000개나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본부를 둔 샌즈카지노가 마카오에 '입성'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약 2만8000평 부지에 지상 7층 건물을 짓고 도박 테이블 319개, 슬롯머신 600여개를 갖춘 샌즈카지노가 개장하매 마카오 카지노업계는 토착자본과 라스베이거스 자본이 경쟁하는 양강(兩强)체제로 돌입한 것이다. 이에 맞서 스탠리 호는 지난해 11월 호주 카지노 거물 케리 패커로부터 1억6300만달러를 투자받기로 약속하는 등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마카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아틀랜틱 시티에 뒤진 세계 3위의 도박도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라스베이거스에 이은 2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현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에는 라스베이거스마저 추월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마카오 도박매출이 지난해 38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내년쯤 지난해 48억달러 매출을 올린 라스베이거스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지노 윈리조트 그랜트 보위 사장 같은 이는 "라스베이거스를 개발하는 데는 25년의 세월이 걸렸지만 마카오를 발전시키는 데는 5~6년이면 충분하다"고 장담하고 있다.
올 한해 무려 135억달러의 재산을 불려 '포춘'지 선정, 미국 내 재산증가 1위를 차지한 샌즈그룹 셸던 아델슨 회장은 "앞으로 마카오에 크고 작은 카지노를 20개 더 세울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상연[국제부 기자] lsy77@kyunghyang.com
중국 특별행정구 마카오 이야기
중국 남동부 주장(珠江) 하구의 서쪽 연안에 있는 중국 특별행정구 마카오의 중국명은 아오먼(澳門)이다. 홍콩에서 서쪽으로 64㎞ 떨어진 마카오는 광둥(廣東)성과 이어지는 좁고 긴 마카오반도와 남쪽 해상에 있는 타이파-콜로안 등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카오란 명칭은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마카오묘라는 사원을 식민통치국이었던 포르투갈인들이 '마카오'라고 부른 데서 유래한다. 반도는 약간 높은 구릉과 구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지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쪽은 광둥만을 경계로 중국 본토와 접하고 있다. 다리와 제방으로 반도와 연결된 타이파-콜로안 두 섬에는 평야는 적고 산지가 많다. 46만명(2002년 기준)에 달하는 주민 대부분은 화교들이다. 마카오는 1993년 포르투갈로부터 자치령을 선포했으며 86년 중국과 포르투갈의 반환교섭을 시작으로 그로부터 13년 뒤인 1999년, 무려 442년간 이어져온 포르투갈의 지배로부터 벗어났다.
마카오 경제는 전통적으로 도박과 관광산업, 대(對)중국 중개무역에 의존한다. 카지노에서 거둬들이는 국고수입은 전체 정부세입의 약 60%를 차지한다. 카지노 외에 개경주-자동차-오토바이경주 등이 중심이 된 관광 관련산업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