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문화를 이해하려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펍(pub)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선술집이라고나 할까. 이 펍에서는 저녁 때 삼삼오오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스포츠 경기도 함께 시청하며 식사도 할 수 있다. 번화가든, 바쁜 도시든, 한적한 시골이든, 펍이 없는 동네가 없을 만큼 펍은 영국 대중 문화에서 중요한 장소다. 그런데 이 펍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법안 때문에 영국이 술렁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민건강 백서는 2006년부터 정부기관과 공공장소를 필두로 흡연 금지구역을 차츰 확대하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특히 2008년부터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방의 식사가 제공되는 펍에서의 흡연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월드리포트]흡연자 선술집에서도 문전박대](https://img.khan.co.kr/nm/ContentsObject/8/8763_1_e3_1.jpg)
흡연금지안에 대해 주요 의학저널과 반(反)흡연 단체들은 각종 통계를 들어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강력한 과세나 담뱃값 인상은 반발을 살 뿐 금연을 확산시키는데 실질적인 효과가 없기 때문에 특정 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이번 조치는 매우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의학 전문지 [더 란셋(The Lancet)]은 이와 같은 조치에 따라 30만여명이 금연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치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펍 체인 업계나 주류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애연가 단체인 '포레스트(Forest, the Freedom Organisation for the Right to Enjoy Smoking Tobacco)'는 "흡연은 술을 마시고 특정한 음식을 먹고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것처럼 개인의 기호이자 선택 사항일 뿐이기 때문에 이를 제한하는 것은 그만큼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올바원(all bar one)'이나 '하베스트 (Harvest)'같은 펍 체인 업계도 흡연금지안이 폭음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흡연 금지보다 펍 내부에 흡연구역을 정해 흡연을 제한하는 방식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전면적인 반대로 마찰을 일으키기보다는 타협안을 내 어떻게든 흡연이 가능한 곳으로 남겠다는 실리를 선택한 것이다.
논란이 많지만 영국 국민 대다수는 이번 흡연 금지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통계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설문참여자의 86%가 직장 내에서의 금연에 동의했으며 음식점 88%, 공공장소 87% 등 대부분 지역에서 금연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의 선술집 문화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영국|정수진 통신원 jungsu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