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온천' 오명 벗기 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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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가짜 온천파동 이후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일본 온천업계가 차별화된 서비스로 재생을 꾀하고 있다. 가짜 온천파동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7월 나가노(長野)현 시라보네(白骨) 온천에서 온천물의 유백색을 유지하기 위해 입욕제를 탄 사실이 확인되면서 문제점이 잇따라 드러났다. 일본에서 가장 유서깊은 온천지 중 하나인 효고(兵庫)현 아리마(有馬) 온천을 비롯해 군마(群馬)-후쿠시마(福島) 등 11개 현의 온천지가 거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돗물을 끓여 온천으로 둔갑시키거나 '온천'이란 표시는 안 해도 그럴싸한 이름으로 온천인 양 다른 온천들과 함께 선전물 등에 광고를 실었다는 얘기다.

[월드리포트]'가짜 온천' 오명 벗기 잘될까

일본의 환경성이 전국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온천 시설 2만2천여곳 중 온천수에 물을 첨가한 사실을 표기하지 않은 업체가 77.2%에 달했고, 허가받지 못한 온천수를 사용하는 업소도 17개에 달했다.

이와 같은 가짜 온천 파동은 '일본 방문의 해'를 맞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혈안이 돼 있는 일본 관광당국에 치명타였다. 일본 온천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온천을 찾는 발길도 크게 줄어들었다. 도대체 어디가 진짜인지 믿을 수 없다며 예약 취소가 쇄도해 온천업계 전체가 피해를 보았다.

애견용 온천까지 설치하기도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원천(源泉)'은 제한돼 있는데 온천 수요는 꾸준히 늘었기 때문이다. 온천법에 의하면 온천의 온도와 함유량만 지정되어 있을 뿐으로 별다른 법적 제재수단이 없어, 각 온천조합이 벌이는 자정(自淨)노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런 파동이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도심에 들어선 대형 레저형 온천은 성황을 누리고 있다. 도심형 온천의 붐을 일으킨 오에도(大江戶) 온천은 지난해 도쿄의 명소인 오다이바에 문을 열었다. 지하 1,400m에서 퍼올린 온천수 외에도 실내에 에도 시대의 거리를 재현하는 등 볼거리를 제공했고 올 3월에는 애견용 온천까지 설치해 큰 화제가 됐다. 도쿄에는 이렇게 서비스의 차별화를 시도한 대형 레저형 온천이 5개가 있다.

이에 자극을 받았는지, 지방의 온천 여관에서도 구루메(맛있는 음식) 등의 기존 서비스뿐 아니라, 여성 취향의 인테리어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온천 내에서 피부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1박 2일의 요금으로 정밀 종합 건강검진까지 해주는 온천 여관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밖에 애완동물도 같이 묵을 수 있는 온천 여관, 도예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는 온천 여관도 등장했다. 이와 같은 일본 온천계의 움직임이 땅에 떨어진 신뢰를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쿄|이수지 통신원 buddy-suj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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