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넓고 평탄하며 벙커 숫자도 적고 턱도 낮은 한국의 정원식 골프장에서 숙달된 골퍼가 갑자기 외국 골프장에서 플레이를 한다면 환경이 바뀌어 상당히 당황하고 스코어가 무너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 주 태국 제2의 도시이자 불교 문화의 중심이기도 하며 세계적으로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10대 관광지 중 하나인 치앙마이에 다녀왔다. 치앙마이에서도 신설 명코스인 갓산(Gassan) 골프장에서 플레이할 기회가 있었는데 신설 코스의 각별한 디자인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칼럼]그라스 벙커 탈출 포인트](https://img.khan.co.kr/nm/ContentsObject/8/8458_1_g2_1.jpg)
그라스 벙커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아름답게 디자인된 광경에 감탄이 절로 나왔고 신설 명코스답다는 찬사 또한 함께 흘러나왔다. 그러나 우리 일행 대부분은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코스의 특징인 페어웨이 그라스 벙커샷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스코틀랜드 스타일의 코스를 실감나게 경험해야 했다.
페어웨이 그라스 벙커도 페어웨이 모래 벙커와 마찬가지로 치는 요령을 습득하면 결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골프에서 벙커는 피할 수 없는 장애물이다. 벙커를 원망하거나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벙커를 잘 극복하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스코어 향상의 기본이다.
첫째로 벙커 중에서 페어웨이 모래 벙커나 그라스 벙커 샷은 어느쪽이든 무엇보다 요령과 지혜가 필요하다. 안전한 탈출을 위해서는 페어웨이 벙커의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그라스 벙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턱의 높이를 먼저 보고 여기에 맞추어 벙커 턱을 충분히 넘길 수 있는 클럽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그라스 벙커의 턱이 높으면 로프트가 큰 클럽으로 한 타를 손해보더라도 다음 샷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마음으로 고쳐먹고 일단 그라스 벙커 밖으로 공을 꺼내 놓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둘째로 페어웨이 그라스 벙커에 들어가서는 하체의 흔들림이 없을 정도로 가볍게 스탠스를 잡는다. 그린 사이드 벙커처럼 깊게 하체에 힘을 주면 행동의 부자유로 인해 스윙에 영향을 주고 나이스 샷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셋째 페어웨이 그라스 벙커에서는 턱에 문제가 없다면 한 클럽을 높여 잡되 그립은 평소보다 반 인치 정도 짧게 잡고 샷을 하는 것이 온그린의 확률을 높이는 포인트다. 왜냐하면 턱의 높이만큼 탄도가 높아져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넷째 스윙의 크기를 가능한 한 콤팩트하게 하기 위해서는 풀스윙의 3/4 정도만 하는 것이 좋다. 이것은 스윙스팟에 정확한 임팩트를 가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다섯째 페어웨이 그라스 벙커는 공이 풀 속에 묻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공이 놓인 위치 상황을 파악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앞으로의 공격만 생각하지 말고 피칭웨지나 샌드웨지를 이용하여 벙커 뒤로 내보낸 후 다시 샷을 하는 요령과 판단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페어웨이 그라스 벙커의 성공적인 샷을 위해서는 기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면도 매우 중요하다. 공포감이나 두려움을 갖지 말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하며 꼭 온그린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골프도 마치 인생사와 같아서 지식과 행동하는 요령을 습득하고 충실히 실천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며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게임이다.
김맹녕[골프칼럼니스트]